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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신재생에너지처럼 막대한 인프라 투자 없이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최대 메리트다.

하지만 콩, 옥수수, 사탕수수 등 주로 식용작물을 원료로 하는 탓에 인류의 식량난을 가속화시킨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최근 국내 연구팀들에 의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콩 대신 집어든 무기는 바로 미세조류다.

바이오디젤의 명(明)과 암(暗)

바이오디젤은 고갈 위기에 빠져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환경적 유해성도 없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다.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을 차량 연료로 사용하면 경유에 비해 미세 먼지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저감돼 탁월한 대기환경개선 효과를 발휘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도 경유 대비 1㎘당 2.6 CO₂톤의 이산화탄소(CO₂)저감효과를 공식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에너지원 다변화에 따른 화석 연료 의존도 감소와 에너지 자립도 제고의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6년 7월 바이오디젤을 상용화한 이래 경유와의 의무 혼용을 강제하며 시장확대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올해에는 바이오디젤 혼입률이 경유의 1.5%에서 2%로 상향조정돼 약 3억6,000만ℓ, 가격 기준 5,00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이 모든 면에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곡물가격 상승을 초래, 저소득층의 식량난을 가중시킨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바이 오디젤이 공정상의 효율성 때문에 콩,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용작물들을 주 원료로 삼고 있는 탓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이들 작물을 키우기 위해 산림을 개간하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꼬집는다. 이것이 사막화를 가속화시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수·담수로 키워낸 연료

이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1세대 초본계 원료에 이어 옥수수대·왕겨·폐목재와 같은 2세대 목질 계 원료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목질계는 리그닌(lignin)이라는 성분의 분해를 위한 추가공정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바이오 연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디젤 기술 개발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에너지기술 연구원의 오유관 박사팀. 오 박사팀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식용작물 대신 미세조류를 원료로 바이오디젤을 개발하고자 한다.

담수와 해수에 고루 분포하고 있는 미세조류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광합성 과정에서 양질의 식물성 오일을 생산하는데 화학 공정을 거쳐 이를 분리·정제하면 초본계 바이오디젤에 버금가는 고품질의 바이오디젤과 항공유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조류는 작물에 비해 번식력이 뛰어나고 작은 공간에서 대량 배양도 가능한데다 생장조건도 전혀 까다롭지 않다. 성장에 필요한 것은 오직 광합성을 위한 햇빛과 물, 그리고 CO₂ 뿐이다. 이 3가지 요소만 제공되면 그 곳이 설령 사막일지라도 성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CO₂를 흡수,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크다. 오 박사에 따르면 100톤의 미세조류 생산시 약 180톤의 CO₂ 저감효과가 나타난다. 생산효율도 뛰어나 기름 함량 30%의 미세조류에서 1㏊당 무려 5만8,700ℓ의 바이오 디젤이 생산된다.

이는 콩의 130배, 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 팜나무 열매 의 약 10배에 달하는 양이다. 미세조류가 차세대 바이오연료 공급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 박사는 "미세조류는 재배지역 의 제한이 없고 단위면적당 수득율은 비교를 거부한다"며 "발전소나 대형 플랜트의 배기가스 속 CO₂로 키울 수도 있어 효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산물로 수소·전기 등 생산

연구팀은 5년간 약 7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 첫 단계로 연구팀은 연구원 내의 '연소배기가스 R&D 실증설비'로부터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태양광을 활용해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있다.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은 크게 2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미세조류를 투명한 비닐봉투에 넣고 밀봉한 뒤 빛과 CO₂를 공급해주는 광생물 반응기(photo bioreactor)에서 배양한다. 이렇게 미세조류가 최대한 성장하면 내부의 지방 성분을 '전이(轉移) 에스테르화'라는 화학반응 공정을 통해 바이오디젤로 전환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미세조류의 지방생산량의 극대화를 위해 CO₂ 공급량을 줄이는 등 스트레스를 가하게 된다. 미세 조류는 영양분이 부족하면 생존을 위해 지방을 추가 생산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바이오디젤 생산과 함께 지방을 추출하고 남은 미세조류 부산물의 활용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오 박사는 이 부산물로 수소, 전기, 동물사료, 바이오 플라스틱 등 고부가 가치 산물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지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은 아직까지 생산단가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바이오디젤 1ℓ의 생산비용 이 석유의 생산비보다 5배나 비싼 2.8 달러에 이르는 것. 이에 연구팀은 현재 배럴당 200달러에 달하는 생산단가의 절감을 위해 효율적인 정유 기술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 박사는 "오는 2013년경 생산단가를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낮춰 본격적인 바이오디젤 상용화 시대를 열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해양硏, 4톤 규모 배양 성공

오 박사팀과는 별도로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과 관련해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 강도형 박사 연구팀이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하여 바이오디젤 생산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린 것.

강 박사팀은 담수와 해수에 서식하는 미세조류 33종 중 지방 생산 효율이 좋은 4종을 옥외에서 4톤 규모로 대량 배양, 바이오디젤을 추출했다. 그 결과 바이오디젤 생산에 효율이 뛰어난 탄소수 16개 이상의 지방산메틸에스터(FAME) 비율이 97~99%로 국내외 추출효율과 유사하거나 상회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현재 바이오 디젤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자트로파오일, 대두유, 카놀라유 등 육상 식물과의 수율 비교에서도 대등한 결과여서 바이오디젤 상용화를 앞당기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로 평가된다. 강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8년에도 대형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추출에 성공한 바 있어 바이오연료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 박사는 "그동안 국내 연구팀들의 미세조류 바이오디젤 생산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는 원료인 바이오매스를 대량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바이오디젤 상용화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또 "바이오디젤을 추출할 때 생기는 글리세롤은 산업용 바이오화학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미세 조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이 생산한 미세조류 바이오디젤은 한국해양연구원(KORDI) 과 바이오디젤(Biodiesel)의 합성어인 KORDiesel로 명명됐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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