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폰의 역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픈소스 플랫폼의 이점을 살려 여러 제조사들이 관련제품을 쏟아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과연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폰이 수성에 성공해 명예를 지키게 될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휴대폰 출하량은 2억 9,490대로 전년 동기의 2억4,240만대 대비 21.7% 증가했다. IDC는 이 같은 성장세의 원인을 인터넷과 이메일, 전자책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되는 스마트폰의 수요증진 때문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IDC의 집계 결과, 올해 1 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5,470만대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3,490만대와 비교해 무려 56%에 이르는 고도성장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단 3개월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스마트폰이 이제야 막 본격적인 시장창출에 나섰음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수치임에 틀림없다.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에 최근 변화의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안드로이드폰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을 뛰어넘은 것. 업계에서는 이것이 '스마트폰=아이폰'이라는 공식이 정설처럼 여겨졌던 시장상황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분석 자료에 의해 알려졌다. NPD는 자료를 통해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제쳤다고 밝혔다.
리서치 인 모션(RIM)이 36%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킨 가운데 안드로이드폰이 28%의 점유율을 기록 하며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아이폰은 21%로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전년 4분기에는 아이폰이 2위, 안드로이드폰이 3위였지만 아이폰이 정체기조를 보인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약진을 이뤄내며 1분기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아이폰 독점 공급자인 AT&T를 직접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 드로이드가 버라이즌의 전략적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내 안드로이드폰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또한 T모바일, 스프린트 등이 안드로이드폰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구글이 내놓은 넥서스원이 힘을 보태면서 점유율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애플이라는 절대강자(?)에 맞서 다수의 기업들이 공동전선을 이루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에 자극받아 국내시장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스마트폰제조사들이 아이폰 공략에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이들은 미국을 거울삼아 고객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 구축에 나서는 등 안드로이드폰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개편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작전명 '융단폭격'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 하락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하지만 기술한 바와 같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애플의 패쇄 전략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오픈 전략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금도 아이폰 운영체제를 자사 아이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영체제의 범용성을 포기하는 대신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애플의 전략이다. 별다른 경쟁자가 없었던 초기에만 해도 이는 기존 휴대폰 업계의 틀을 깨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졌고 전 세계가 아이폰에 열광적 찬사를 보냈을 만큼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그런데 이 전략은 안드로이드폰이라는 막강한 대항마가 출현하며 자충수가 됐다. 안드로이드폰 연합 진영의 물량 융단폭격에 맞서 한 종류의 단말기로 점유율 확대를 지속하는데 한계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반해 안드로이드폰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오픈소스 정책에 의거, 누구나 사실상 공짜로 쓸 수 있다. 그 결과 아이폰 타도를 외쳤던 각국의 스마트폰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속속 채용했고 애플이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이 상황이 지속되면 안드로이드폰은 갈수록 많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강한 적 하나보다는 약한 적 여럿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아이폰의 점유율 하락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공짜라는 이점 외에도 사용자나 스마트폰제조사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요소들이 또 있다. 먼저 사용자의 입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은 제조사는 달라도 기본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 지금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별로 UI가 달라 기기를 바꾸면 사용법을 새로 익혀야 했지만 안드로이드폰은 동일한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법 역시 거의 유사하다.
휴대폰제조사들의 경우 기기의 콘셉트에 맞춰 운영체제의 내용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메리트의 하나다. 하드웨어를 개발한 후 이에 맞는 구동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만큼 출시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또한 구글이 운영체제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기기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는데도 유리하다. 이 점은 사용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부분 이다.
춘추전국시대의 개막
미국에서의 지각변동과 달리 아직까지 국내 시장은 아이폰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인 모토로라 모토로이가 출시됐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옴니아2를 중심으로 시장구도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업계전문가들은 이런 구도가 머지않아 깨질 것이라 전망한다. 올 2분기를 기점으로 각 휴대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스마트폰의 비중이 지난해 대비 3배 확대된 300만대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국내 안드로이드폰 전성시대를 이끌어갈 기업으로는 우선 HTC를 꼽을 수 있다. HTC는 구글의 넥서스원을 제조한 업체로 지난달 10일 안드로이드폰 '디자이어'를 출시하며 아이폰을 상대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넥서스원의 이란성 쌍둥이 격으로 불리는 디자이어가 출시이후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선전하면서 HTC 도스마트폰 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휴대폰 메이커로 자리매김 한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A'로 맞불을 놓았다. 이 모델은 차기버전인 갤럭시S의 성능과 디자인을 예측해볼 수 있는 단말기로 알려져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갤럭시S를 필두로 향후 지속적인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또한 갤럭시를 애니콜이나 웨이브 같은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안드로-1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선보이는 안드로이드폰 '옵티머스Q'로 진검승부에 나선다. 통합LG텔레콤을 통해 출시되는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인 옵티머스Q는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어서 '이상철 폰'으로도 불릴 정도로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공략의 첨병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또 향후 출시되는 모든 안드로이드폰에 옵티머스 명칭을 적용, 브랜드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팬택 계열이 내놓은 무기는 '시리우스' 다. 출시 전부터 몽환적인 티저 광고로 입소문을 탔던 이 제품은 팬택 계열의 첫 스마트폰이지만 슬림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채택, 스카이 시리즈의 독특한 디자인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시 10일 만에 1,000대가 팔려 이름값을 했다. 팬택 계열은 향후 시리우스 외에도 카탈론, 아크라브, 오닉스, 조드, 미라크 등 별자리 이름을 붙인 안드로이드폰들을 계속해서 출시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폰이 넘어야 할 산
현 추세를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 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아직 많이 남 아 있다. 이는 제조사들과 콘텐츠 제작사, 구글이 힘을 합쳐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안드로이드폰의 가장 큰 약점은 콘텐츠의 부족이다. 아이폰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가능한 앱의 숫자가 17만여개에 달하는 반면 안드로이드마켓에 등재된 앱의 종류는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하는 것.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뉴스 관련 앱도 찾아보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최대 강점이 바로 앱이라는 사실에서 이는 분명 안드로이드폰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국내용 결제 시스템의 부재로 국내 사용자는 이마저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모토로이 출시 후 5개월 이 지났지만 한국형 결제 시스템 마련은 감감무소식이다. 구글이 자사 결제 서비스인 '구글 체크아웃'의 사용을 고집해 국내 도입에 진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사용자들의 유료 앱 구입 루트가 막혀 있는 탓에 국내 앱 개발사들도 안드로이드폰을 위한 앱을 안드로이드마켓에 등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익을 전혀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SK텔레콤 이 T스토어에 안드로이드용 유료 앱을 위한 공간을 구축했지만 개발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결제시스템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안드로이드마켓은 국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고사할 가능성도 배재키 어렵다.
실제로 지난 4월 구글코리아는 국내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스마트폰의 킬러 앱이라 할 수 있는 게임부문 항목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로써 국내 사용자들은 정상적으로 안드로이드용 게임을 설치할 방법이 원천 봉쇄됐다. 이번 조치는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이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벌어졌다. 안드로이드마켓은 구조적으로 사전심의가 불가능해 현행 시스템으로 운영하면 위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오픈마켓 게임을 사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지만 지난 4월 열린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도 현재 7일이 소요되는 오픈마켓 게임물 등급분류 기간을 5일 이내로 줄이는 등 등급분류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무사항도 최소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죽은 아이 고추 만지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게임을 아예 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안드로이드폰이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고 아이폰을 수세로 몰아붙일 수 있을지 두고 지켜볼 일이다.
HTC 디자이어 HTC의 디자이어는 1㎓ 속도로 동작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CPU를 장착했다. 운영체제 버전은 최신 2.1이다. 화면 크기는 3.7인치(9.4cm)로 480×800 해상도를 지원하는 WVGAAMOLED를 채택해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여기에 아이폰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멀티터치를 지원, 화면의 확대/축소가 한결 편리하다. 내장 메모리 용량은 ROM이 512MB, 램은 576MB를 제공한다. 외장 메모리 슬롯에 마이크로 SD 메모리카드를 꽂으면 최대 16GB의 용량을 추가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SNS)에 최적화된 센스 UX(User Experience)를 곁들인 것도 장점이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와이파이, 5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A AMOLED보다 반사가 적은 3.7인치(9.4) 슈퍼 AMOLED를 채택해 동영상을 감상할 때 한층 밝고 깨끗한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최대 해상도는 480×800이며 CPU는 최대 720㎒의 클록까지 동작한다. 평상 시 속도는 600㎒로 다른 안드로이드폰 보다 다소 느린 편이다. 하지만 천지인과 쿼티(QWERTY) 등 두 종류의 입력 모드를 채용, 입력 편의성이 높다. 내장 메모리 용량은 590MB며 확장 메모리 슬롯에 꽂을 수 있는 8GB 마이크로 SD 메모리카드를 기본 제공한다. 500만 화소 카메라, 와이파이, 3.5㎜ 이어폰 잭, GPS, 블루투스, DMB 등도 지원된다. 운영체제 버전은 안드로이드 2.1이다. LG전자 옵티머스Q 현존 최대의 내장 메모리 용량을 지닌 안드로이드폰. 기본 제공되는 메모리 용량이 3GB에 달해 1MB 앱을 3,000개까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CPU는 1㎓ 동작 클록을 갖춘 퀄컴 스냅드래곤을 장착했다. 3.5인치(8.9cm) HDLCD는 일반 LCD보다 화질이 우수하다. 500만 화소 카메라와 3.5mm 이어폰 잭, 돌비 모바일 음장 등을 갖춰 휴대형 멀티미디어 환경 구현도 가능하다. 또한 안드로이드 2.1 버전 운영체제와 쿼티(QWERTY) 방식 키보드가 적용돼 있으며 웹툰, 블로그, 맛집, 전자사전 등 100여 종의 앱이 기본 설치돼 있다. 팬택계열 시리우스 1㎓의 동작 속도를 갖춘 퀄컴 드냅드래곤 CPU와 안드로이드 2.1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3.7인치(9.4cm) AMOLED는 16:9 비율의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해 동영상 감상에 특화된 역량을 지녔다. 광학 조이스틱을 통해 한 손으로도 각종 기능 전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내장형 지상파 DMB 안테나, HDMI 포트 등을 장착해 멀티미디어 활용도 역시 높다. 500만 화소 카메라, 전자사전, SNS 앱 등 다양한 기능이 내장돼 있으며 내장 메모리 용량은 500MB다. 물론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으로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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