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발명품으로 승화시키기 보다는 단순히 상상을 해보는 수준에 머문다. 올해 파퓰러사이언스 발명 대상의 수상자들은 자신의 영감에 집요하게 매달려 현실화시킨 사람들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어떠한 기후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한 미니온실, 온 몸으로 체감하는 비디오게임, 전염병으로부터 생명을 지켜내는 의료기기 등 유용한 산물들이 세상에 탄생했다. 세상의 혁신을 꾀하는 10명의 발명가들의 성공사례와 과거 수상자들이 예측하는 미래의 발명품에 대해 살펴보자.
독학한 엔지니어가 부서진 ATV를 모태로 현재 스노모빌을 위한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 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숀 웨이틀링. 그는 평상시 대형 인쇄용 프레스를 설치· 수리하는 기계공이지만 지인들에게는 뛰어난 수학자이자 운동광이며 아마추어 체스 챔피언으로 불린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4건의 특허를 출원한 아이디어 넘치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현재 35세인 숀은 생후 9개월 무렵 처음 스노모빌에 탑승한 이래 어린 시절부터 눈과 속도에 매료됐다. 성인이 된 이후 15년간은 단거리 속도경주인 드래그 레이싱용 스노모빌에 빠져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아예 고물 ATV 를 250달러에 구입, 130마력급 스노모빌용 모터와 트랜스미션을 직접 장착해 자신만의 DIY 스노모빌을 만들기도 했다.
숀은 이 스노모빌을 '프랑켄슈타인' 이라 부르며 동네 인근의 드래그 레이싱 트랙에서 스피드를 즐겼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검력계로 검사한 결과, 프랑켄슈타인의 엔진파워가 지면에 85%나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이는 일반 상용 스노모빌의 동력 전달률 55%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이를 기회로 숀은 전륜구동식 스노모빌의 태생적 비효율성을 알게 됐다. 그 원인은 고무 궤도가 전륜 구동렬(驅動列)에 의해 잡아당겨지면서 후륜 서스펜션을 누르고, 주행 중 구름 저항(rolling resistance)을 증가시키기 때문이었다. 이에 숀은 후륜구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완벽한 스노모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이를 깨달은 날 저녁부터 후륜구동 스노모빌제작에 나섰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은 숀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험지를 달릴 때도 궤도의 장력을 유지해주는 후륜 서스펜션 개발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기술 없이는 궤도가 눈 위에서 미끄러져 스노모빌의 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숀은 이 난제에도 포기하지 않고 5 년간 수만달러를 들여 후륜구동시스템을 연구했다. 최적의 기하학적 구조를 찾고, 궤도의 장력 유지 기술 개발을 위해 스노모빌 크기의 카드보드지로 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행 중 높이조절이 가능한 후륜 서스펜션 스노모빌을 포함, 7개의 서스펜션과 5개의 스노모빌용 썰매가 제작됐다.
각 서스펜션을 썰매마다 넣어보던 중 숀은 드디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최적의 조합을 발견했다. 그리고 숀은 이를 뒤차축 구동(Rear Axle Drive)의 약자인 RAD기술로 명명했다.
RAD에는 숀이 개발한 '크래들 시저(cradle scissor)'라는 혁신적 기하학적 구조가 사용된다. 이는 하나의 독립형 서스펜션 암을 활용, 거친 지형에서도 궤도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궤도의 한쪽이 느슨해지면 반대쪽은 팽팽해지는 원리다.
이 때문에 숀이 개발한 길이 3m의 스노모빌 궤도는 지면과의 접지면적이 기존 모델보다 43%나 넓다. 그만큼 동력전달성능이 우수하며 제어력 향상, 연비 제고효과도 발휘된다.
실제로 봄바디어 사의 스키-두 REVXP 스노모빌에 RAD 기술을 접목한 뒤 실험한 결과, 최고속도가 10% 향상돼 시속 180㎞를 돌파했다. 연비도 ℓ당 4.25㎞에 불과했던 것이 7.32㎞로 72%나 향상됐다.
특히 RAD 기술을 채용한 스노모빌은 후륜구동의 특성상 주행속도가 빨라질수록 궤도 뒤쪽으로 무게중심이 몰리게 돼 조향성능과 제어력이 향상된다. 레이싱카들이 고속 선회할 때 오히려 조향력 및 제어력이 높아지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반대로 제동 시에는 무게중심이 궤도의 중앙부로 옮겨져 제동력이 높아진다. 제동거리가 전륜구동 모델 대비 3분의 2에 불과하다. 특히 이 메커니즘은 스노모빌 뒷부분이 좌우로 미끄러지는 일명 '꼬리치기 활공'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제공한다. 꼬리치기 활공이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복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이는 큰 의미가 있다.
'아메리칸 스노모빌러'라는 잡지의 마크 본처 수석편집자는 이 스노모빌을 직접 시운전 한 뒤 감명을 받았다. 그는 "한 해에만 최대 10대의 스노모빌을 테스트하지만 RAD 스노모빌은 지금껏 경험한 어떤 모델보다 제동력과 가속력, 고속주행시 선회성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많은 스노모빌 레이서들이 자신의 스노모빌에 RAD를 달아달라는 의뢰가 쇄도 하고 있다.
현재 숀은 자신이 수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RAD기술을 스노모빌 제조기업 빅4에 공급하려 하고 있다. 특정회사에 독점권을 주지 않는 것은 이 기술이 가급적 많은 양산형 스노모빌에 채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차세대 유망 개인발명 분야는? 마이클 캘러한 2009년 발명대상 수상자 언어장애자의 뇌 신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오데오(Audeo)' 발명자 가정용 제조기기 분야가 유망하다. 오늘날 누구나 종이 위에 원하는 문자를 인쇄할 수 있듯 언젠가는 누구나 가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간단한 부품 제조가 가능한 '3D 프린터'다.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해 미래에는 신발을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나이키의 웹사이트에서 신발을 구매하면 특정 코드가 발급되고, 이 코드를 3D 프린터에 입력하면 몇 시간만에 해당 신발이 제작돼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기기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아 개인발명가들이 집 창고에서 개발하기에도 적합하다. 이 기기가 현실화된다면 현행 제조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
2009년 수상작 상용화 상황
2009 INVENTION WINNER: 베가와트
레스토랑의 폐유로 전기 만드는 발전기
"지금까지 3대의 베가와트(Vegawatt)를 설치 완료했고 추가설치도 진행 중입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에도 1대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발명자 제임스 페렛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