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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녹화(綠化)하는 식물 인큐베이터

[2010 발명 대상] 관개시설 없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마법의 상자

네덜란드의 화훼수출업자인 피터 호프는 직업상 야간에도 자신의 백합 단지를 살펴보는 날이 많다. 그러던 중 피터는 새벽녘 백합 잎에 맺혔던 이슬이 한밤중까지 남아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백합 잎이 야간에 공기 중으로 열을 발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열 발산으로 잎 표면이 서늘해지면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와 접촉, 물방울이 맺히기 때문에 부족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

피터는 이러한 백합의 천연 급수시스템이 더없이 효율적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난 2003년 회사까지 매각하며 사막과 같은 가혹한 여건에서 묘목을 키울 수 있는 식물 인큐베이터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물이 귀하거나 수질이 나쁜 곳에 살고 있다. 그리고 2025년이 되면 그 비중이 3분의 2로 확대될 전망이다.

피터의 '그로아시스 워터박스(Groasis Waterboxx)'는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플라스틱 또는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된 이 기기는 백합들이 이용하는 밤공기보다 훨씬 빠르게 온도를 낮춘다. 그중에서도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가장 많은 윗면의 주름 커버 부분이 가장 서늘하며 이곳에서 물이 응축돼 아래쪽의 저장탱크로 떨어진다.

저장탱크에는 이렇게 응축된 물과 빗물이 함께 모여 식물 묘목의 뿌리에 수분을 공급하게 된다. 수분공급은 저장 탱크와 지면을 연결하는 심지가 저장탱크 속의 물을 조금씩 뿌리 인근의 지면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이로서 묘목은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말라 죽지 않는다. 수분이 풍족하게 제공되지는 않는 만큼 뿌리가 깊게 뻗어 나와 생명력도 강해진다. 이렇게 1년간 워터박스의 보호를 받게 되면 박스를 제거해도 혼자서 잘 자란다.

지난 2006년 피터는 사하라 사막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25개의 워터박스를 테스트했다. 1년 후 확인해보니 묘목들의 88%가 푸른 잎을 유지하며 살아 있었다. 반면 현지의 전통 방식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준 식물들은 90%가 뜨거운 태양 아래 말라 죽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올해 파키스탄, 에콰도르 등 자연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에 2만개의 워터박스로 대규모 실험을 벌일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피터는 자신의 웹사이트(groasis.com)에서 워터박스를 구입, 테스트를 해 볼 사람들도 모을 계획이다.

작동 원리
박스의 상단에 수분이 응축돼 내부로 모아진다. 이 물을 토양으로 내보내 식물에 수분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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