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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극대륙기지 현황

[남극으로 가자!] 국제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남극의 면적은 약 1천400만㎢로 남북한을 합한 한반도 면적의 63배에 이른다. 이러한 남극에는 2010년 4월 현재 29개 국가에서 75개의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년 내내 사람이 상주하는 기지도 39개나 된다.

나머지 기지들은 남극의 여름철에만 운영하는 하계기지다. 남극 여름철에 사람들의 활동이 가장 많은 때는 남극 인구가 무려 4,500명 에 이르며 야외활동이 제한되는 겨울철에도 약 1,100명이 남극에 머물고 있다.

남극은 남극조약에 의거,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는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등 7개국이 남극에서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리고 자국의 영토라 천명한 지역에 연구기지를 설치·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1959년 12월 남극조약이 체결되면서 이 조약이 유효한 기간 동안 기존에 각국이 주장했던 영유권을 포함, 모든 영유권이 동결됐고 남극은 평화적 이용과 과학 활동만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자연보호구역으로 거듭났다.

국가 과학기술력 총동원

남극 대륙에 과학기지가 본격 건립되기 시작한 것은 1957~58년에 있었던 제3차 국제 극지의 해(IPY)를 전후해서다. 1957년 미국이 지리적 남극점에 아문센-스콧기지, 러시아가 자남극점에 보스토크 기지를 각각 설치했다. 또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국가들은 보급의 용이성, 과학적 관심사, 국민적 자긍심 고취 등 각 국가별 남극 연구활동의 목적을 최대한 고려해 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이 중 미국은 아문센-스콧 기지 외에도 남극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맥머도 기지와 팔머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남극을 둘러싸고 다수의 기지를 갖고 있다. 후발주자 격인 중국은 우리나라의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위치한 장성기지와 남극대륙 내 중산기지가 있다. 2009년에는 하계용 쿤룬기지도 확보했는데 이는 남극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기지다.

특히 지난 2007~2008년은 제4차 IPY로 이 기간 중 각국은 남극과 북극에서 다양한 연구활동을 수행했다. 또한 극지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남극기지를 새로 건설하거나 증축하기도 했다. 최근 건설된 기지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 도입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채용을 많이 고려했다는 게 특징이다. 단지 극한 환경에서 기지를 건설해야하는 만큼 위험 부담의 최소화를 위해 신기술의 적용보다는 이미 확립된 기술 중 최적의 기술을 선택하는 추세다.

이렇게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주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국가들만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호주, 중국, 아르헨티나, 칠레 등 8개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현재 추진 중인 제2 대륙 기지가 완공되면 9번째로 2개 이상의 상주기지 운영국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남극기지의 건설과 운영은 해당 국가가 보유한 과학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매개체가 된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기지 건설을 위해 국가가 보유한 기술력을 총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아문센-스콧기지

미국은 1956년 지리적 남극점에 맥머도기지를 건설했다. 1975년에는 미국과학재단(NSF)이 돔 형태의 팔머기지를 세웠다. 하지만 빙상의 흐름이나 매년 쌓이는 눈으로 기지가 묻힌다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존 기지 인근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키로 결정했다. 바로 아문센-스콧 기지다.

지난 1996년 착공된 이 기지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설계변경과 기상 악화로 작업 일정이 지연되며 당초 예정보다 늦은 2008년 1월에야 완공이 이뤄졌다. 기지건설에 무려 12년이 걸린 셈으로 남극기지 건설이 얼마나 힘겨운 작업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어쨌든 이렇듯 힘겹게 준공된 아문센-스콧 기지는 눈이 쌓이는 것에 대비, 36개의 기둥 위에 건물을 올려놓은 형태를 하고 있다. 또한 건물 자체를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첨단시설도 갖췄다.

건설자재는 미국에서부터 쇄빙선을 이용, 맥머도기지로 운송한 뒤 항공기를 통해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로 옮기는 2단계 과정을 거쳐 공급됐다. 이 기지에는 겨울철에 최대 75명, 여름철에는 250명이 거주할 수 있다.

독일 노이마이어 Ⅲ 기지

독일의 첫 번째 남극기지는 남극 동남극 엑스트롬 빙붕 위에 건설된 노이마이어Ⅰ기지다. 이 기지는 지난 92년까지 11 년간 운영됐으며 이후 2009년까지 노이마이어Ⅱ 기지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지금은 지난 2월 문을 연 노이마이어Ⅲ 기지에 바통이 넘겨진 상태다.

노이마이어Ⅲ 기지의 건설을 위해 독일은 오랜 준비과정을 가졌다. 남극에서의 실제 건설기간은 2년이었지만 개념 설계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 99년부터다. 이는 엑스트롬 빙붕 지역이 연간 약 80㎝의 눈이 쌓이는데다 빙붕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어 많은 난제들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은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빙붕 이동이 가장 적은 위치를 부지로 선정했다. 이곳은 2차기지로부터 약 6㎞ 떨어져 있다. 또한 적설량을 고려해 미국의 아문센-스콧 기지처럼 눈 위에 건물을 세웠으며 필요에 따라 건물을 더 높이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물 구성은 깊이 8.2m의 지하 창고를 포함, 지상 3층 높이의 단일 건물이다. 기지 내에는 전력공급을 위한 150㎾급 디젤발전기 3대와 30㎾급 풍력발전기 1기가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이 기지는 에너지소모량 절감과 바람에 의해 건물주변에 눈이 쌓이는 현상을 최소화 한다. 침실 15개에 40개의 침대가 있어 겨울에는 9명, 여름에는 최대 60명의 수용이 가능하다.








중국 쿤룬기지

중국은 우리보다는 앞섰지만 미국, 영국, 러시아보다는 늦게 남극기지를 가졌다. 85년 남극의 킹조지섬과 89년 동남극 라즈만힐 지역에 각각 장성기지와 중산기지를 준공하여 운용하고 있는 상태다. 장성기지는 우리나라의 세종기지 인근에 있다.

두 기지의 준공이후 중국은 다시 하계기지의 확보에 나서 지난해 1월 남극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해발 4,093m의 돔 아르고스에 최대 25명이 머무를 수 있는 기지를 완공하고 쿤룬기지라 명명했다. 이 쿤룬기지는 지구상에서 기온과 기압이 가장 낮은 지역에 건설되는 기지라는 특성상 지난 96년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2005년까지 단계별 조사를 수행, 2005년경 중산기지에서 약 1,287㎞ 떨어진 돔 아르고스에 처음 도착했으며 이후 매년 조사를 수행했다.

돔 아르고스는 남극에서 가장 오래된 빙하를 갖고 있어 약 150만년 전의 과거 기후를 복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또한 바람이 약하고 공기 중 수증기가 적어 우주 관측에도 적지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쿤룬기지를 당분간 하계기지로 운용한 후 월동기지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벨기에 프린세스 엘리자베스기지

남극조약 최초 서명국 12개국 중 하나인 벨기에는 1963년부터 1967년까지 동남극 지역에 킹 보두앵기지를 운영했지만 눈에 묻히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기지를 폐쇄했다. 그리고 남아공,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등과 공동연구 방식으로 남극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후 42년만인 지난 2009년 2월 비로소 동남극 연안에서 내륙으로 200㎞ 들어간 우트슈타이넨 지역에 프린세스 엘리자베스기지를 건설, 다시 남극 기지 보유국이 됐다.

여타 남극기지들이 주로 국가기관에 의해 건설된 반면 이 기지는 국제극지재단(IPF)에서 주도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때문에 건설자재, 건설인력 등에서 민간의 자발적 기부와 봉사가 기지건설에 크게 기여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에너지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강구하면서도 고립된 극한 환경에서 연구자들이 정서적으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기지가 풍력, 태양력 등 100% 재생 에너지에 의해 운용된다는 사실이다. 화석연료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비상용이며 평상시에는 전혀 쓰지 않는다. 현재 지구물리관측, 기상관측 등의 연구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여름에만 체류하는 하계기지로 운영된다.




이외의 주요 남극기지

이외에도 미국은 서남극 로스해에 맥머도기지를 운영 중이다. 이 기지는 우리나라가 제2 대륙기지 건설부지로 확정한 테라노바만에서 약 35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극 최대 기지이다.

당초 맥머도기지는 지난 1955년 해군기지로 건설되었지만 이후 NSF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하계에는 약 1,200명, 동계에도 약 250명의 체류가 가능한 미국 남극연구의 거점기지이자 남극의 도시라 할 수 있다. 출입은 주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이뤄진다.

기술한 것처럼 러시아는 남극대륙을 둘러싸고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세종기지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있는 벨링스하우젠기지를 비롯해 총 5개의 기지가 있고 운영을 잠정 중단했지만 제2 대륙기지 후보지였던 케이프 벅스에도 루스카야기지 등 5개의 기지를 지닌 남극기지 부국이다.

특히 자남극점의 빙원에 자리 잡은 보스토크 기지는 지난 1983년 영하 89.6℃의 최저 기온을 관측한 바 있으며 남극 빙하 약 3,500m 아래에 있는 길이 250㎞, 폭 50㎞의 보스토크 호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제공동연구 추진해야

남극조약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先) 상호협력이 필수임을 인식하고 제3조에서 과학조사의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간 회의인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를 통해 각국이 추진하는 과학 활동에 대한 정보 교류와 과학자간 상호참여 등도 장려한다. 또한 국제학술 연맹 산하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와 국가 남극운영자 회의(COMNAP)를 주축으로 실질적인 국제협력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남극에서의 국제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세종기지에도 하계기간 중 외국의 과학자들이 방문하여 연구를 수행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국내 과학자들 역시 외국 기지를 방문하거나 쇄빙선을 공동 활용하여 연구를 벌인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국제프로그램인 남극횡단빙하 연구에 참여 중이며 이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공동 운영하는 콩코디아기지를 방문, 연구를 했다. 제2 대륙기지의 후보지 조사를 위해서도 러시아,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도움을 받아 여러 기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2010년 1월에는 영국의 쇄빙연구선 제임스 클락 로스호에 12명의 국내 과학자가 승선해 연구를 진행했고 미 해양대기청(NOAA)의 과학자들과도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세종기지가 남극반도에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러한 국제협력의 수혜자 위치에 주로 서 있었다. 하지만 쇄빙선 아라온호의 등장은 선진국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실제로도 많은 국가들이 아라온호를 활용한 공동연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테라노바만에 제2 대륙기지까지 건설되면 국제적 관심사인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남극 지역의 급격한 빙붕 감소를 연구하는 국제협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_ 진동민 극지연구소 정책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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