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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치료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어린이 110명 중 1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고 있을 만큼 자폐증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치료할 인력은 태부족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 이러한 인력부족을 메우려 하고 있다. 과연 로봇이 치료사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가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작은 방안. 검은 티셔츠를 입은 어린 소년이 자꾸 구석으로 몸을 붙이고 있다. 이 소년은 모든 움직임에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이런 소년의 행동은 방안에 설치된 카메라에 의해 모두 녹화되고 있으며 방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도 녹음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소년의 행동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 관찰 당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이라는 이 소년은 자폐증 환자다. 현재 그의 관심은 오직 방 한쪽에서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회색빛의 한 로봇에 집중되어 있다.

두 개의 바퀴로 이동하는 이 로봇은 브라이언과 거의 비슷한 덩치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름은 '밴디트(Bandit)'. 얼굴에는 마치 만화주인공처럼 큰 눈이 있는데 이 눈은 사실 스테레오 카메라다. 이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를 활용, 브라이언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게 접근하는 중이다.

자신의 움직임에 브라이언이 흠칫 뒤로 물러서자 밴디트는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한다. 다가가는 것을 멈추고 브라이언에게 다가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 이 작전은 효과가 있었고 브라이언이 밴디트에게 다가와 옆에 섰다. 그리고는 몸을 굽혀 로봇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 호기심과 자신감이 섞인 표정이었다.

작은 몸짓에 불과했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연구자들에게 이 행동은 매우 고무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소년이 로봇에게 마음을 열고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로봇 자폐증 치료사

자폐증 소년과 로봇이라는 보기 드문 콤비의 만남은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USC) 연구팀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로봇이 자폐증 아동의 치료와 놀이 상대로서 효용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다. 그리고 밴디트는 바로 이를 위해 개발된 교감능력과 감성을 보유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현재 밴디트는 간단한 감정을 표현하고 동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상태지만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아동의 행동에 맞춰 한층 복잡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밴디트는 자폐증 아이들과 술래잡기나 끝말잇기, 똑같이 따라하기 같은 간단한 놀이를 즐기며 이들이 현실 세계의 일원으로서 사회성을 갖추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인 USC의 마자 마타릭 박사는 "밴디트 로봇은 자폐증 아이들이 일반 사람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현 단계의 밴디트는 아주 기초적인 사교 기술을 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지는 못 한다. 때문에 연구자들이 아이의 말을 듣고 그에 맞춰 일일 이 로봇을 조종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연구결과는 연구자들이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당시 연구팀은 주로 5~9세의 자폐아 14명을 대상으로 브라이언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상호작용 실험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손을 퍼덕이는 등 신체적 경련 증상을 지닌 아이도 있었고 버스, 기차 등 이동하는 물체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자폐아들은 평균 5분간이나 밴디트와 상호작용을 했다. 이는 영구적인 행동교정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미약한 수준이었지만 실험 이후 상당수 아이들에게서 사회성 향상과 언어력 상승이 나타났다.

세상과 이어주는 가교

통념상 기계장치인 로봇과 사회성, 따스함 등의 단어들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꽤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USC의 실험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들어 자폐아들이 인간보다는 오히려 로봇에게 더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인다는 증거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자폐증 연구센터장인 사이먼 배런-코헨 박사를 비롯하여 많은 자폐증 전문가들 역시 로봇과 컴퓨터, 전자장치들이 자폐아에게는 실제 사람 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이들은 기계의 경우 사람과 달리 행동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자폐아들의 선호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로봇이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확률적으로 90% 정도는 맞출 수 있다. 반면 사람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의 행동은 규칙성이 전혀 없는 탓이다. 코헨 박사에 따르면 자폐아들이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느끼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는 "자폐아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기에 그런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며 "이것이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코헨 박사는 밴디트와 같은 로봇이 자폐아와 세상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단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인공지능, 기계시각, 설계 기술, 신호처리기술 등 현대 로봇 기술의 전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

덧붙여 자폐아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섬세한 대응 능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일례로 자폐아가 몸을 앞뒤로 흔든다면 로봇은 이것이 불안감 상승의 징후임을 파악, 편안한 감정으로 되돌아 올 때까지 행동교정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USC의 마타릭 박사는 "이는 꼭 해야 하는 일이자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다각적 노력을 통해 10년 후 로봇 치료사가 지금의 노트북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해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일종으로 사회성과 의사소통 능력의 부족, 특정 사물이나 사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주요 증세로 나타난다.

이 자폐증의 진단은 일련의 표준화된 평가도구에 의해 이뤄진다. 가장 보편적 검사방식의 하나인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ADOS)'을 예로 들면 검사원이 아동과 30~45분 간 직접 교류하며 게임, 비눗방울 불기 등의 놀이를 하고 기초적 의사소통 능력 등을 평가한다. 이 때 검사원은 표현력이나 상호교감 능력의 부족, 이름을 불렀을 때의 무반응 등 이상징후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폐증 여부를 분석·평가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진단법의 존재와는 달리 아직도 자폐증을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자폐증 자체가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 평가기준도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 최근에는 학회를 중심으로 자폐증과 아스 퍼거 증후군, 소아기 붕괴성 장애 등을 포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자폐증 환자의 범위는 생각 외로 넓다. 미국 자폐협회(ASA)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자폐증 환자만 최대 150만명에 이르는데 지속적 간호가 필요한 성인부터 독립생활이 가능하며 직업적으로도 성공한 지식인 계층까지 부류가 다양하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자폐증은 아이들에게 훨씬 많이 발생한다. 특히 몇 년 전까지는 아동 150명 중 1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으나 지금은 110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자폐증 진단기술의 발전 때문이라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달라도 모든 전문가들은 한 가지 부분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자폐증 치료사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치료시기 빨라야 효과도 좋아

게다가 자폐증의 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려면 자폐아는 여러 치료사들 사이를 옮겨 다니며 주당 무려 40시간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치료사들은 각각 음악요법을 사용해 자폐아에게 몸을 돌리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역할놀이나 연극을 하며 사교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사물을 보고 가리키는 연습을 시킨 후 그에 대해 토론함으로서 집중력과 의사소통 능력의 배양을 꾀하기도 한다.

문제는 전문훈련을 받은 치료사가 아니면 이처럼 다양한 요법을 구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치료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치료사의 숫자가 얼마인지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지만 자폐증 환자들의 스트레스 측정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MIT 미디어랩의 매튜 굿윈 박사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보다 그렇지 못한 환자의 숫자가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다만 자폐증 치료가 불가능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 희망적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자폐아도 기본적 사교술을 습득, 성인이 돼서 독립적이고 자족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치료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모든 전문가들은 뇌의 유연성이 살아있고, 변화를 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데 이견이 없다. 인간의 뇌는 하루하루 변화에 대한 수용능력, 즉 가소성(可塑性)을 잃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점을 수정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

결국 로봇 치료사가 활성화된다면 전문치료사의 부족을 메울 수 있고 환자의 주거지역에 따른 치료기회의 박탈도 해소할 수 있다. 이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메리트다.

이 때문에 마타릭 박사는 자폐아의 부모들이 밴디트와 같은 로봇을 활용, 자신의 가정에서 24시간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

로봇 치료사의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로봇은 환자의 필요나 불안 수준에 맞춰 표정 및 행동을 조절, 편안함을 극대화시키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점진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감으로서 장기적으로 자폐아들이 실제 사회의 불확실성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로봇이 인간 치료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봇을 이용하면 부모나 간병인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자폐아를 관리할 수 있으며 치료 효율을 배가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의 감성적 컴퓨팅 그룹 책임자인 로잘린드 피카드 박사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작년 4월 어펙티바(Affectiva)라는 기업을 공동설립하고 자폐아의 움직임과 체온, 땀 발생량 등을 기록해주는 손목밴드형 센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센서는 자폐아 치료 로봇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아동의 신체징후를 파악, 불안이 고조되면 이를 해소하도록 로봇에게 알려준다. 아동의 심박수가 변할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영상과 음향을 녹화해 분석한다. 부모와 인간 치료사는 향후 이 분석결과와 녹화자료를 통해 아동이 어떤 점에서 불편을 느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마타릭 박사의 밴디트를 보면 일견 만화캐릭터처럼 귀여운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이 없는 머리는 마네킹이 연상되며 양 팔에는 꽤 울퉁불퉁한 근육도 갖고 있다. 이것이 작은 키와 익살스러운 얼굴, 밝은 주황색의 고무 입술 등이 어우러져 친근한 이미지를 풍긴다. 연구팀은 또 밴디트의 친근성 강화를 위해 진단검사에 쓰이는 비눗방울 발생기를 하단에 설치했고 많은 자폐아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딸깍이는 소리도 낼 수 있도록 했다.

로봇에 대한 호의와 기피

하지만 밴티트를 활용한 몇몇 실험에서는 이렇게 친근한 외모와는 달리 예기치 못한 결과도 발견됐다. 저기능 자폐아들의 경우 밴디트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마타릭 박사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3부류로 구분된다. 밴디트에 큰 흥미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아이, 밴디트를 확인한 후 매우 천천히 다가서는 아이, 그리고 아예 밴디트의 근처에도 가지 않는 아이가 그것이다. 연구팀의 보관 중인 영상자료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영상을 보면 자폐아동이 밴디트를 보자마자 가까이 다가선다. 이 아이는 밴디트 앞에 무릎을 꿇고는 하체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 밴디트가 기차 기적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이를 본 아이는 손으로 기적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로봇아. 기적 소리를 내줄 수 있니? 기차 소리 낼 수 있냐구? 칙칙폭폭 하고 소리 내봐!"

이 아이는 분명 밴디트를 좋아했다. 또한 자신의 어머니에게 계속 고개를 돌리며 밴디트와 함께 어머니에게도 신경을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USC 연구팀의 데이비드 페일 세이퍼 박사는 이처럼 동시에 여러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공동관심(joint attention)'이라 불리는 중요한 사교 기술이라 설명했다.

공동관심의 결여는 자폐증의 초기 징후 중 하나로서 이 아이가 보여준 공동관심은 자신과 어머니가 로봇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이가 밴디트를 통해 공동관심을 배운 것은 아닐 지라도 밴디트가 잠재돼 있던 공동관심을 끌어낸 것만은 분명 해 보인다. 밴디트가 아이의 사회성 증진에 기여한 것이다.

반면 또다른 동영상에서는 밴디트를 기피하는 금발의 소년이 등장했다. 소년은 로봇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애썼으며 아버지가 같은 방안에 있었지만 전혀 편안해하지 못했다. 또한 밴디트가 소년과 놀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자 벽으로 몸을 붙이며 외쳤다.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완벽을 위한 도전

만일 인간 치료사였다면 소년의 저항에 대응해 더 부드럽게 말을 걸거나, 접근속도를 더욱 천천히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밴디트는 그러지 못했다. 밴디트가 자신의 역할에 부합하는 완벽한 능력을 가지려면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번은 밴디트를 기피하는 아이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 아이가 놀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끊어졌을 때 밴디트가 이를 인지하게 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그 방안의 하나로 USC의 신호처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폐아의 표정, 제스처, 목소리의 톤 변화를 해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아이가 행복한지, 화가 났는지, 놀랐는지를 밴디트가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연구팀은 밴디트의 구동력을 제공하는 모터의 회전음이 일부 자폐아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연구 끝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소음을 낮춰 이를 해결했다.

세이퍼 박사는 "아이의 행동을 인식하는 것만큼 그에 맞춰 로봇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움직임을 멈추거나, 소음 발생을 중단하는 등 상황별로 환자를 진정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행동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목표는 10년 후쯤 밴디트의 상용모델을 내놓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속도를 감안하면 이 시간동안 자폐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밴디트의 능력을 완벽히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타릭 박사는 또 필요할 경우 출시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고가의 부품이나 기술들을 채용해야 해 밴디트의 공급가격이 수천 달러에 이른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연구팀의 지향점과 상반된다. 밴디트는 저렴해야 하며 최대 1,000달러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게 연구팀의 목표다. 자폐아의 부모들은 밴디트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위해 너무나 많은 돈을 썼으며 앞으로도 그래야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대규모 임상연구 돌입

사실 이러한 가격 목표는 밴디트의 설계과정에 상당한 제한을 가했다. 앞서 언급한 모터의 소음 문제가 그 실례다. 연구팀은 무소음모터라는 손쉬운 해결책이 있었지만 비용 상승탓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현재 연구팀은 밴디트의 사교능력 개선과 자폐아 심리분석 능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자폐아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실험하고 있다. 이 작업을 거쳐 밴디트가 자폐아의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가 객관적 데이터로 검증되면 올 여름께 대규모 임상연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마타릭 박사는 밴디트의 미래에 신중한 낙관론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밴디트의 효용가치를 믿고 있지만 연구라는 것이 지닌 원천적 불확실성을 감안, 자폐아의 부모들에게 과도한 희망을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그녀는 밴디트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대신 한 9살짜리 고기능 자폐아의 실험에 대해 말했다. 그 아이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마타릭 박사는 밴디트가 이를 개선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실험 초반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로봇과 함께 놀면서 아이는 점점 말이 많아졌으며 어머니와의 교류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는 밴디트와 술래잡기 놀이를 시도하다가 절망에 빠졌다. 밴디트가 술래잡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지 못해 아이가 아무리 게임을 설명해줘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밴디트와의 술래잡기를 포기한 아이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 "이제야 선생님들이 나한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네"

이 말에 마타릭 박사와 어머니는 크게 놀랐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자폐아들은 대개 다른 사람이나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타릭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것은 실로 깊은 자기이해와 성찰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사람이 아닌 상호작용에 의해 얻어진 것이었습니다. 로봇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로봇은 자폐아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열쇠가 될 것입니다."




자폐증 치료기

자폐증 치료를 위한 첨단기기 3選



휴머노이드 로봇
영국 하트퍼드셔대학 연구팀이 자폐증 치료용 휴머노이드 로봇 '카스파(Kaspar)'를 개발 중이다. 이 로봇에는 약한 자극도 감지하는 인공 피부가 채용될 예정이다. kaspar.feis.herts.ac.uk



애완동물 로봇
유럽지역 연구팀의 공동연구프로젝트로 개발된 이 로봇은 자폐아들이 협동해 놀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동물처럼 생긴 귀여운 외관이 친근성을 더해준다. iromec.org



스트레스 감지 밴드
미국 어펙티바 사가 개발 중인 스트레스 감지 손목 밴드. 센서가 자폐아의 체온, 움직임, 발한(發汗) 등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PC로 전송, 스트레스를 분석한다. affectiv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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