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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에너지 위기 극복의 核 핵융합 발전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확보전쟁이 치열하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확보는 물론 고갈위기에 빠진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이러한 에너지 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매체로서 주목받는 기술이 있다. 바로 인공 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다.

미래청정에너지로 핵융합 발전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석유 소비와 세계 12위의 전력 소비를 자랑(?)하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다. 하지만 이 에너지의 무려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빈국이기도 하다.

에너지 수입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만 연간 600억~700억 달러에 이른다. 화석연료의 가격이 해가 갈수록 급등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막대한 에너지 수입비용은 국가경제 전체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화석연료 소비가 많은 만큼 이 산화탄소(CO₂) 배출량도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안정적이고 친환경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누구보다도 절실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적의 대체 에너지 생산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핵융합 발전이다.

원료 1g으로 시간당 10만㎾ 전력 생산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은 그 별칭에 걸맞게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모사하여 전기 등의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태양이 지구를 향해 쏟아내는 빛과 열에너지는 모두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물이다. 핵융합은 원자가 쪼개지며 발생되는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력발전과는 반대로 원자가 결합하는 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이런 핵융합 발전은 최소의 연료로 최대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고효율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방사성 물질 유출이 원자력 발전에 비해 0.04%에 불과한 청정에너지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발생된 방사성 폐기물도 짧게는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처럼 장기적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치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핵융합 발전은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로 운전 이 자동 정지돼 발전소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또한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삼중수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에 가깝다. 사실상의 에너지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효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 1g의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로 시간당 10만㎾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300g 삼중수소와 200g 중수소가 있다면 무려 100만㎾급 발전소 2기를 하루 가동한 것과 동일한 전력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80년대만 해도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핵융합 기술은 2000년대 들어 화석연료의 고갈과 온실가스, 지구 온난화 등 지구촌이 직면한 환경적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세계 4위의 원유수입국으로 매년 8억3,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석유 자원의 고갈과 교토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고효율 청정 에너지원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는 에너지 자급률이 취약한 유럽과 일본이 핵융합 기술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석유자원의 고갈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며 태양열,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 역시 선진국들조차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5%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핵융합은 현재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에너지량을 대체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원이다"고 밝혔다






KSTAR 플라즈마 제어코일 내부 설치

핵융합연구소는 이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주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최첨단 토카막 방식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를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이후 2008년 7월 처음으로 KSTAR를 통해 플라즈마를 구현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본격적인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STAR는 우리나라가 국제공동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약 25분의 1 규모다. 연구소는 KSTAR를 통해 얻는 정보와 기술을 ITER 완공 때까지 ITER 국제기구와 기초실험 기술자료로 제공하는 한편 한국형 핵융합실증로 건설에 필요한 독자적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최근 연구팀은 무게 500㎏, 길이 8m에 달하는 ㄷ자 모양의 분할형플라즈마 제어코일을 KSTAR의 진공 용기 내부에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제어코일은 총 16개의 다발로 구성되어 있으며 8개의 구리 전도체가 스테인리스 합금에 쌓여 있는 형태로 제작, 플라즈마의 초고온을 견뎌내도록 고안됐다.

연구팀은 플라즈마 제어 코일이 고품질 D형 플라즈마 구현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국제 공동연구의 중심장치로서 KSTAR의 성능 기반을 확보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양형렬 KSTAR 장치시스템개발부 박사는 "플라즈마 생성 실험을 하다보면 플라즈마 내부에 불순물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플라즈마 품질 저하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하고 "제어 코일은 플라즈마의 위치 및 불안정성을 제어해 주며, 불순물을 제거해주는 다이버터(Dibertor)라는 장치로 이동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플라즈마 제어 코일은 누구나 인정하는 고성능 플라즈마 발생의 핵심장치지만 과연 제한된 공간의 KSTAR 진공 용기 내에 설치가 가능한 지가 관건이었다. 특히 KSTAR의 진공 용기는 4개의 좁은 구멍이 뚫린 원통형 구조여서 거대한 ㄷ자형 제어 코일의 내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난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3차원 설계기술을 활용, 제어 코일의 재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실제 크기의 실물 모형을 제작, 다각적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제어 코일의 제작을 완료하고 이번에 설치까지 성공한 것이다.

핵융합연구원은 이에 힘입어 오는 10월 대전서 개최되는 '제23차 IAEA 국제 핵융합 에너지 컨퍼런스'에 맞춰 올 9월내에 D형 플라즈마를 구현함으로서 국내 핵융합 기술력의 우수성을 알리고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현재 플라즈마 대향장치 등 진공용기 내부 장치와 가열장치 등의 부대장치 성능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양형렬 박사는 "9월까지 5초 동안 유지되는 D형 플라즈마를 구현하는 게 1차적 목표"라며 "오는 2012년 20초, 2015년에는 300초 동안 유지되는 완벽한 D형 플라즈마를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ITER 핵심부품 제작

오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ITER은 한국을 포함해 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는 핵융합 공동 프로젝트다. 7개국 연구진은 ITER을 핵융합 상업발전을 위한 최종 실험으로 평가하고 있는 데 약 1,000초 동안 플라즈마를 지속시켜 500㎿ 이상의 전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 실험 장치들이 이루어낸 실험결과들을 종합해 과학적 검증을 이뤄낸 후 실증로를 활용한 실용화 작업을 거쳐 상용 발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ITER 실험으로 핵융합로 조건에서 플라즈마 밀폐 현상의 물리학적 이해도를 완성하고 성능이 한층 향상된 고성능 토카막 운전을 실현할 계획이다.

나아가 연료주기 연구, 재료 및 방사화 연구 등 핵융합로 공학 분야 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위한 과학적·공학적·기술적 자료들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노력들이 핵융합에너지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고 연속발전이 가능한 상용 핵융합로 개발을 가능케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ER의 개발에는 2015년까지 약 50.8억 유로의 건설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치 국 EU가 전체의 45.46%인 약 23.09억 유로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6개국이 각각 9.09%의 비율로 4.62억 유로를 분담한다. 우리나라는 부담금을 현금 22%와 현물 78%로 제공한다.

현물 조달분은 참여국이 각각 할당 받은 조달물량을 자국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비용과 자국전문인력 파견 비용인데 우리나라는 진공용기, 초전도 자석, 삼중수소 운송·저장, 전력공급 계통, 블랑켓 등 총 10개 품목을 국내 기술로 제작 · 공급한다. 현금분담분은 건설비, ITER 기구가 수행할 R&D비용, 전문인력 및 지원인력 직접고용 비용 등에 쓰인다.

한편 우리나라는 조달 품목 외에도 미래 핵융합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연료인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ITERTBM(Test Blanket Module) 장치를 공동 설계함으로서 핵융합 발전로 핵심기술 중로 꼽히는 연료주기 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한·중·일 동북아 3개국 핵융합연구 비교


일본은 지난 1961년 플라즈마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핵융합연구에 착수해 다양한 방식의 핵융합로(토카막, 스텔러레이터, 관성핵융합)를 개발 중이다. JT-60 및 JT-60U 등 대형 핵융합장치에서 1998년 에너지 분기점 이상(Q=1.25)을 달성했으며 오는 2013년에는 그 후속장치인 JT60SA(NCT)의 완공이 예정돼 있다.

중국은 1970년대 구 소련에서 제작한 HT-7을 도입한 후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지난 95년에는 독일에서 중형 ASDEX 토카막을 도입, 개조한 뒤 2002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특히 2006년에는 초전도자석인 중형 초전도 토카막 'EAST' 장치를 완성하고 첫 방전실험에서 섭씨 5,000만~6,000만도를 달성한바 있다.

한국의 경우 1970년 말에 SNUT-79라는 소형 토카막을 제작했으며 95년 한국형 핵융합로인 KSTAR 사업에 돌입해 2007년 9월 KSTAR를 완공했다.

토카막건설, 초전도자석, 핵융합운영 등 주요장치 기술부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일본은 재료연구, 이론 및 실험분야까지 세계 수준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한국과 중국은 핵융합장치 설계제작 분야에서 세계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2015년경에는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핵융합 에너지 Q&A


1. 태양에너지의 비밀은 핵융합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들의 에너지원은 핵융합 반응이다. 항성의 중심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 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질량 감소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방출되며 이를 핵융합 에너지라 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E=mc²'를 기술적 근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구는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 초고압 상태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주는 핵융합로가 필요하다.

2. 플라즈마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아닌 제4의 물질상태를 말한다.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형태로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99% 이상이 플라즈마 상태에 있다. 번개, 오로라, 형광등, 네온사인 등도 플라즈마에 해당된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핵융합장치는 이 같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두어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때문에 핵융합장치 벽면에 직접 닿는 부분의 온도는 수천 도에 불과(?)하다.

3. 토카막
핵융합 발전을 현실화하는 방법 중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이 바로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다.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작동중이거나 새로 건설되는 실험용 핵융합로는 대부분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4. 핵융합 발전 단계
핵융합발전로 안에서 일어나는 초고온 플라즈마의 핵융합반응을 통해 생성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가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① 고진공용기 안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주입하고 플라즈마 상태로 가열한다.
② 토카막의 자기력선 그물망으로 플라즈마를 가둔다.
③ 플라즈마를 약 1억도 이상으로 가열, 핵융합반응을 일으킨다.
④ 핵융합반응시 일어나는 질량결손에 의해 핵융합에너지가 중성자 운동에너지로 나타난다.
⑤ 중성자 운동에너지가 변환된 열에너지로 증기를 가열, 터빈을 구동시켜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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