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자책 스토어 아이북스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 아이패드가 정식으로 출시된 10여개 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다.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국의 법률과 애플 아이튠스 커넥트의 정책을 지키는한 아무런 제약 없이 전자책 콘텐츠를 아이북스에 등록할 수 있다. 일반 개인들도 출판사의 도움 없이 집에서 간단히 전자책용 출판물을 낼 수 있게 된 것.
아이패드에 더해 최근 업데이트 된 아이폰 OS 4.0을 설치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도 아이북스의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그 파급력은 일반 책에 뒤지지 않는다.
별도의 제작비나 마케팅 비용, 유통망 구축비용 등이 전혀 들지 않는 만큼 투자비대비 수익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인 출판' 넘어 '1인 출판사'로
특히 자신이 직접 쓴 저작물은 물론 다른 사람의 저작물도 저작권만 보유하고 있다면 문제없이 업로드 할 수 있다. 출판사의 경우에도 기존 오프라인 출판에 더해 온라인 출판까지 겸할 수 있어 판로의 다각화와 매출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아이북스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콘텐츠 등록자와 애플이 각각 7:3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콘텐츠의 등록과 수익배분이 모두 등록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오프라인 출판에 비해 평범한 개인들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아이북스 전자책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1인 출판을 넘어 '1인 출판사'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북스가 아무리 전자책 시장의 떠오르는 블루 오션이라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림의 떡과도 같았다.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태여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아이북스에 전자책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국내 아이패드 1호 구매자로 유명해진 대학생 김종찬 씨가 아이북스에 '개인 출판 등록 가이드'라는 전자책을 등록한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국내에도 1인 출판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말로 국내에서도 아이북스에 전자책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패드 출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 당장 가능하다.
미국 거쳐 국내서 우회 등록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국내에서는 아이북스가 정식으로 운영되지 않는 탓에 전자책 콘텐츠를 등록하려면 미국 아이튠스 커넥트로 우회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는 가장 먼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아야 한다. ISBN은 책을 분류하는 국제 표준 규격의 하나로서 전 세계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에는 각자 고유한 ISBN이 발급된다. 책의 DNA인 셈이다.
발급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먼저 현재 거주지의 관할 시·군·구청을 방문해 출판사 등록을 해야 한다. 사업체라면 사업장 매매계약서 혹은 사업장 임대차계약서, 법인등기부등본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상의 거주지 주소만 있으면 된다. 과정이 비교적 간소한 편으로 신청 후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출판사 신고필증이 발급된다.
바로 이 증서를 가지고 한국문헌번호센터에 발행자번호를 신청하면 ISBN의 발급이 가능하다. 아이북스에 여러 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등록할 생각이라면 도서 발행계획서와 함께 한 번에 다수의 ISBN 발급을 신청할 수도 있다. 또한 홈페이지(www.nl.go.kr)를 통해 온라인 신청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처리 기한은 5일이며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ISBN 발급에 성공했다면 이제부터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정이 남아있다.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의 납세 등록을 위해 세금 ID라 불리는 EIN(Employer Identification Number)을 발급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IN은 우리나라로 치면 사업자등록번호와 같은 것으로 미국 아이튠스 커넥트를 통해 전자책 콘텐츠를 등록해 수익을 얻기 때문에 미국 국세청(IRS)에 납세 등록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EIN 발급은 필수다.
미국 세금 ID 반드시 필요
그렇다고 EIN의 발급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가야 할 필요는 없으니 너무 겁먹을 것까지는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한인 세무사와 유선상으로 상담해본 결과, 여권번호만 있다면 인터넷으로도 간편하게 미국 세금 ID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세금 ID 신청서는 IRS 웹사이트(www.irs.gov) 올라온 양식 중 'SS-4'을 사용하면 된다. IRS 웹사이트 상단의 검색창에 'SS-4'를 입력하면 빠르고 쉽게 신청서를 찾을 수 있다. PDF 형식의 이 신청서는 기재사항 누락이나 오·탈자로 인해 신청이 반려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키보드로 바로 입력되는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반드시 모든 빈칸을 채워 넣은 뒤 인쇄를 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한 신청서를 팩스로 IRS에 보내면 된다. IRS에서 신원과 성명의 정확한 영문철자를 확인하는 전화가 온다면 정상적으로 신청이 이뤄진 것이다.
영어에 자신 있고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다면, 그리고 국제전화비가 크게 아깝지 않다면 아예 미국 국세청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어 육성으로 SS-4에 입력할 사항을 직접 알려줘도 무방하다.
이후 IRS로부터 세금 ID가 적힌 서류를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렇게 ISBN과 세금 ID가 확보되면 아이튠스 커넥트를 통해 개인출판사를 등록하는 것으로 1인 출판을 위한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난다. 애플의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곧바로 전자책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다. 김종찬 씨의 경우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데 비용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으며 소요 기간은 약 3주가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티미디어 전자책 제작
전자잉크로 만드는 전자책은 특성상 흑백 출력만 가능하다. 때문에 대부분 의 전자책 콘텐츠는 텍스트 위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아이북스와 연동되는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 터치 등은 컬러 디스플레이가 채용돼 있고 동영상, 음악 등의 멀티미디어 요소 도 첨가할 수 있어 전문서적, 백과사전, 사진집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출판 작업은 대부분 쿼크나인 디자인 같은 PC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에 데이터만 있으면 얼마든지 전자책으로 다시 제작할 수 있다. 개인이 만들 경우는 HWP, DOC 등 워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문서를 변환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쿼크는 디자인 요소보다 가독성 등 책 구성의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소설이나 시집, 학술서적 등 텍스트가 주를 이루는 책 제작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인디자인 프로그램은 잡지, 화보, 그림책처럼 전반적인 디자인과 구성요소의 배치가 중요한 책을 만드는 데 특화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출시된 인디자인 CS5 버전을 활용하면 멀티미디어 요소가 가미된 전자책 콘텐츠를 매우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아이패드 뿐 아니라 소니 리더, 누크, PC 스마트폰 등 다중 플랫폼을 지원해 범용성 높은 전자책 제작이 가능하다.
인디자인 CS5 활용한 멀티미디어 전자책 제작법
STEP 1
인디자인 CS5를 이용해 모든 디자인이 끝나면 'File→ Export for▶EPUB...'로 찾아 들어간다. 그러면 저장 경로를 지정하는 창이 뜨는데, 여기서 파일명과 위치를 선택하고 '저장' 버튼을 누른다.
STEP 2
디지털 에디션스 익스포트 옵션스는 사용자가 책의 메타 데이터를 입력하는 등 기본 설정이 가능하며 이미지 사이즈 선택, 변환 옵션 같은 콘텐츠 최적화를 위한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모든 설정을 끝내고 'Export' 버튼을 누르면 ePub 형식의 전자책이 제작된다.
STEP 3
가장 중요한 파일 검증 작업이 남았다. 변환 작업이 끝나도 파일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옵션에 따라 내부 설정도 약간씩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PC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도비 웹 사이트(www.adobe.com/kr/products/digitaleditions)에서 ADE(Adobe Digital Editions)를 다운받아 설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아이튠스를 통해 아이패드, 아이팟 등과 동기화 시켜서 제대로 나온다면 올바로 변환된 것이다. 이 파일을 아이북스에 등록하면 된다.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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