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뿌리면 불이 꺼지는 이유도 물이 열기에 의해 기화할 때 흡열반응이 일어나 주변의 열을 빼앗으면서 온도가 발화점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한 수증기는 연소 중인 물질을 둘러싸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물은 2개의 연소 조건을 동시에 제거해줘 다른 액체들에 비해 화재 진압 효과가 뛰어나다. 기화에 따른 열 흡수량의 경우 화학적 소화약제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물의 소화 능력은 찬물, 뜨거운 물을 가리지 않는다. 펄펄 끓는 물이라도 그 온도는 100℃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백~수천℃를 넘나드는 불길에서 열에너지를 빼앗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는 탓이다.
오히려 뜨거운 물은 불을 끄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찬물 보다 더 빨리 수증기로 변해서 그만큼 열 흡수와 산소 차단도 빨리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물로 불을 끌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기름성분에 불이 붙었을 때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기름이 물 위로 뜨면서 화재가 더 크게 번질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이때는 소화기를 사용하거나 젖은 담요나 이불, 모래를 덮어서 산소의 차단을 막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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