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도시들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는 강들이 있다. 런던의 템즈강, 파리의 센강, 빈의 다뉴브강 등이 그렇다. 이 강들은 작게는 도시, 크게는 국가를 연상시키는 상징적 존재다. 때문에 아름다운 강을 보유한 도시나 국가는 자연스럽게 이미지도 좋아져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개 한 국가의 수자원은 댐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농업·공업·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의미했다. 하지만 국가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강과 국가를 동일시 할 수 있는 네임 밸류의 관리도 국가 수자원의 유지관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한강을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템즈강, 센강, 다뉴브강, 허드슨강, 라인강 등 전 세계의 유명한 강들이 왜 유명해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강들의 특징은 주변에 해당 국가와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은 템즈강을 따라 국회의사당, 런던아이, 런던타워, 타워브리지 등이 펼쳐져 있으며 프랑스의 센강에서는 '바토무슈'라는 유람선이 강을 왕복하며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을 볼 수 있다.
유명한 강에는 랜드마크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한강은 주변에 특별한 랜드마크가 없다. 국회의사당, 63빌딩정도를 제외하면 별달리 볼거리가 없고 역사적 의미를 가진 건축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단 30~40년 만에 고도 압축성장을 이룩하며 '한강의 기적'을 국가브랜드화 할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런 점을 깨닫고 강 주변에 대규모 랜드마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국가 수자원을 바탕으로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임에는 틀림없지만 막대한 비용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국내의 여러 강에 적용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크다.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강을 내·외국인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공원이라면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공원 문화가 가장 발달한 것으로 꼽히는 영국 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런던을 방문해본 경험이 있다면 하이드파크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조성된 넓은 공원들을 보며 놀라움과 부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마땅한 공간이 없다며 공원 조성에 인색해 삭막한 회색빛 도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복잡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런던의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서울 한 가운데 하이드파크나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거대한 공원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따라서 규모는 작더라도 외국 공원들에게는 없는 차별성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공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적 필요성에 의해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솔라 LED 가든'이다.
환경친화적 감성 공원
기존 공원에는 흔히 보안등이라 불리는 가로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연인들은 이 불빛이 더 어두워지기를 바랄지 몰라도 많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일정 밝기 이상의 가로등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
솔라 LED 가든은 태양전지로 태양광발전을 해서 전력을 생산하고 이 전력을 이용하는 LED 전구를 하나의 나무나 꽃처럼 디자인한 조명들로 조성한 공원을 말한다. 곧은 형상으로 높이 솟아있는 획일적인 가로등이 아닌 나무와 꽃 모양의 조명을 설치한 공원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외부의 전원이 아닌 친환경 태양전지를 채용한 만큼 환경친화적인 감성 공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태양전지 가로등은 국내 공원에도 설치·운용되고 있기는 하다. 대전 월평공원이 그중 하나다. 또한 대전 갑천변에도 태양전지와 풍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가로 등이 설치돼 있으며 경기 구리시에는 태양전지와 LED를 조합한 가로등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가로등들은 일반적인 가로등에 태양 전지시스템을 추가한 것이다. 감성적인 측면은 전혀 강조되어 있지 않다. 지자체에서 나서서 친환경 가로등 설치 사실을 적극 홍보하지 않으면 주민들조차 이를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점에서 태양전지 LED 가로등은 겉모습부터 일반 가로등과 달라야만 진정한 랜드마크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홍보효과도 커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외국에는 이에 부합하는 감성조명을 도입한 사례가 다 수 있다. 이들 가로등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데 이는 그만큼 감성조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일 국내에 세계 최초로 감성조명 공원이 조성된다면 큰 이슈가 될 것이 자명하다.
기술적 융합이 필수
친환경 감성 솔라 LED 가든의 조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융합이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예쁘고 친근한 가로등을 디자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태양전지도 기존처럼 사각형 모양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나무 형태의 가로등이라면 태양전지를 나뭇잎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감성 자극에 더 좋다는 얘기다.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는 플렉시블 태양전지나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이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렉시블 태양전지는 필름처럼 얇고 휘어지기도 해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며 염료감응형은 어떤 염료를 넣는지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넓은 판 형태로 제조되는 LED 조명 역시 외관을 바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LED 조명의 기본 틀이 되는 회로기판의 소재를 다양화하고 LED를 회로기판에 붙이는 방법도 개선하는 등의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태양전지는 실외에서 사용하면 표면에 먼지가 내려 앉아 효율저하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이의 해결을 위해 태양전지 스스로 표면을 닦아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태양전지를 감싸고 있는 유리의 표면을 연꽃잎의 표면처럼 오톨도톨하게 만드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는 연꽃잎이 완벽한 방수능력을 발휘하고 비가 내릴 때 표면의 먼지가 깨끗이 제거되는 일명 '연꽃잎 효과(lotus effect)'를 노린 것이다. 이렇게 자연이나 동식물들의 특정 능력을 기계적으로 모사하는 것을 자연모사 기계기술 혹은 생체모방 기술이라 한다.
연꽃잎 효과와 관련 지난 3월 KAIST 양승만 교수 연구팀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나 노구조 입자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세차가 필요 없는 자동차, 김이 서리지 않는 유리, 비에 젖지 않는 섬유, 스스로 세정하는 페인트 등을 개발할 수 있다.
효율성·내구성 확보도 관건
필요한 기술은 또 있다. 아무리 예쁜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태양전지의 발전량이 저조하면 조명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때문에 태양전지의 전력 생산 효율 제고도 솔라 LED 가든 조성의 주요 요인의 하나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내구성 확보도 관건이다. 강변에 솔라 LED 공원을 조성하면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폭우와 강풍에 쉽게 노출될 것이 자명한 탓이다. 즉 태양전지 LED 가로등은 예기치 못한 외부의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제작돼야 한다. 이에 필요한 기술이 구조 해석 및 신뢰성 평가기술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솔라 LED 공원은 그야말로 기술 융합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국내에 이런 공원이 모습을 드러내면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많은 각광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공원 이곳저곳에서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며 강 위의 유람선에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감상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에 홍보되고 인터넷에 회자되며 국가브랜드 제고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IT기술과 기계기술, 생체모방기술 등이 감성적 디자인과 어우러진다면 이 전망은 단순한 예상 이 아닌 충분히 실현가능한 현실이다.
글_송창규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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