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이렇게 했을까. 아예 허블망원경을 ISS에 붙여버리면 편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허블망원경이 고장 났을 때 ISS에 거주하는 우주비행사가 곧바로 수리에 나설 수 있어 지금처럼 힘들게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일반인도 예측 가능한 이 메리트를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의 세계적 우주공학자들이 모를 리는 없다. 가능했다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허블망원경은 지상으로부터 약 560㎞ 상공에서 적도와 28.5도 각도를 이루고 있다. 그에 반해 ISS의 회전궤도는 약 350㎞ 상공이며 적도와의 각도는 52도다. 이런 상황에서 허블망원경을 ISS 쪽으로 옮기려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추진력의 로켓이 필요하다.
설령 모든 방법을 동원해 허블망원경을 ISS 궤도로 내려 보냈다고 치자. 이는 100억 달러짜리 값비싼 장비를 망가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공기저항도 커져 허블망원경의 태양전지 패널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ISS 주변의 우주공간은 허블망원경의 광학장비에 위협이 되는 기체, 액체, 그리고 ISS에서 떨어져 나온 우주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이 같은 난관을 이겨내고 허블망원경과 ISS의 결합에 성공했다면? 그래도 안심은 이르다. NASA의 우주비행사이자 허블망원경 수석엔지니어인 존 그런스펠드 박사에 따르면 이 경우 허블망원경은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 허블망원경이 그토록 선명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전방에 대기(大氣), 우주쓰레기 등의 장애물이 없기 때문인데 ISS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허블망원경은 흔들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단 카메라가 초점을 잡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ISS는 자체적으로 진동하고 있어 ISS와 결합된 상태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목표관측이 불가능해진다.
그런스펠드 박사는 "허블망원경과 ISS는 애초부터 서로에게 맞춰서 제작된 것이 아니다"며 "각자의 위치에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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