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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험비

미 국방부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 자동차에서 항공기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영화 속 트랜스포머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오랫동안 인류가 꿈꿔왔던 미래의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꿈은 현실화되지 못한 상태다.

미국 테라퓨지아의 도로주행 항공기 '트랜지션(Transition)'의 상용화가 임박해 있지만 이는 항공기에 도로주행 능력을 추가한 것이어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기보다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비행기로 보는 것이 옳다. 이·착륙도 반드시 비행장의 활주로에서 해야 한다. 주행 중 길이 막히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치솟을 수 있는 진정한(?) 플라 잉카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자금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 국방부가 플라잉 카의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 전문가들은 1년 예산이 7,000억 달러(약 841조4,000억 원)나 되는 펜타곤의 돈줄과 첨단 항공기술이 만나면 수십 년간 공상과학의 영역에 머물렀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상용화도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작전명 트랜스포머

일명 '트랜스포머'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올 초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비행능력을 갖춘 군용 다목적 차량의 개발사를 공개 수배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DARPA가 내세운 조건은 크게 6가지다. 4인의 탑승인원, 수직이착륙 능력, 오프로드 주행 능력, 경량 항공기 수준의 순항속도, 신속한 주행-비행모드 전환, 그리고 주행과 비행을 병행했을 때 250해리(463㎞)의 주행거리를 지녀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펜타곤이 이 같은 항공기 자동차를 갖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만 된다면 이 차량은 무인항공기에 버금갈 만큼 현대전의 전략· 전술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가장 먼저 위험지역을 주행할 때 비행모드로 전환, 급조 폭발물(IED) 등 도로변에 설치된 폭발물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2007년 10월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 중 3분의 2가 IED에 희생됐음을 안다면 그 가치의 짐작이 가능하다. 또한 전투 발발시 지상군의 긴급 공중지원, 적군 급습 등 각종 작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으며 고립된 아군의 물자 수송, 부상자 후송, 수색·정찰에 이르기까지 효용성이 무궁무진하다.

향후 민간용으로 전환이 이뤄지면 파급력은 더 커진다. 응급환자 수송, 재난구조 활동 등은 물론 개인 이동수단으로서 교통 인프라의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교통정체의 회피, 도서낙도 지역에 대한 접근성 등도 크게 강화된다. 일례로 섬마을로 바캉스를 떠났다면 인근 해변까지 도로로 달린 뒤 이륙, 섬의 한적한 도로에 착륙하면 그만이다.

자동차 + 헬리콥터



DARPA의 발표 직후 미국 항공업계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다수의 기업들이 DARPA의 요구에 맞춘 콘셉트 모델을 설계, 수주전에 나선 것. 지금까지 나온 콘셉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텍스트론의 '플라잉 험비'와 AVX 에어크래프트가 내놓은 'AVX TX' 등 2종이다.

플라잉 험비는 글자 그대로 기존의 군용 험비에 헬리콥터의 로터와 접이식 날개를 채용, 비행능력을 확보한 4인승 자동차다. 비행과 주행의 동력원은 각각 터보샤프트 가스터빈엔진과 전기모터가 담당하며 차량 후 미의 덕트팬이 전진 추력을 추가 제공한다.

항속속도, 항속거리, 주행거리 등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스나 에어크래프트, 벨 헬리콥터, RQ-7 섀도 무인항공기 제작사 AAI의 모기업인 텍스트론은 계열사들이 지닌 모든 기술력을 플라잉 험비에 집대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AAI와 틸트로터 및 턱트팬 보조익 기술을 완성, 플라잉 험비에 고정익 항공기의 고속추진력과 종동요 (pitch), 횡동요(roll), 선수동요(yaw)를 자유자재로 수행하 는 틸트로터기의 장점을 융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텍스트론은 DARPA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대로 기술개발에 돌입, 5년 내 시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관련기업들과의 협력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놓은 상태다.

3㎞ 상공에서 시속 225㎞로 비행

AVX TX 역시 기본 구조는 플라잉 험비와 유사하다. 헬리콥터용 로터를 통해 4인승 자동차에 수직이착륙과 비행능력을 이식했다. 차이가 있다면 플라잉 험비의 고정익기 날개 대신 2기의 접이식 로터를 채용했고 보조추력장치인 후방 덕트팬도 2기라는 점이다.

이렇게 AVX TX는 최대 3㎞ 상공에서 시속 225㎞로 비행할 수 있으며 일반도로에서 시속 130㎞, 험준한 오프로 드에서는 시속 50㎞의 주행 속도를 발휘한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비행과 주행을 50:50으로 병행했을 경우 1시간 45분만에 도착할 수준이다. 또한 단 60초만에 주행-비행모드 전환이 가능하다.

가장 특징적 부분은 전자동 이착륙 시스템의 채용이다. 이는 조종사가 아닌 일반 병사들도 AVX TX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AVX만의 배려다. 때문에 조종면허가 필요한 기존 플라잉 카들과 달리 AVX TX는 운전면허 소지자라면 누구나 구동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비행 조종 장치를 직관적으로 구성, 조작편의성을 배가할 계획이다.

물론 두 기종 모두 아직은 개념만 존재하는 콘셉트 단계다. 하지만 여기에 채용된 기술들은 이미 상용화됐거나 상용화에 임박한 것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구자금이 충분히 지원되면 개발에 기술적 난제는 많지 않을 것이라 관측한다. 만일 플라잉 카가 실제로 완성된다면 가장 달가워 할 사람은 군대가 아닌 교통정체에 치를 떠는 일반인들이 될 것이지만 말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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