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1,000년 전 폭발하며 남한 전체를 1m나 덮을 만한 100㎦의 분출물을 뿜어냈던 활화산이다. 이 사실에 더해 백두산이 2015년 전후에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견해가 나오자 사회 전반에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백두산 폭발 시기에 대한 섣부른 예견에 우려를 표명한다. 백두산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국경 분쟁지역으로서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 과학자에게는 사소한 관측정보도 허용하지 않아 폭발 시기를 단정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일 백두산 화산이 정말로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00년 전의 20% 정도인 20㎦의 분출물만 내뿜어도 북한 함경도 전역과 중국 길림성-흑룡강성 남부가 혹독한 재해 지역이 된다. 화산 폭발로 방출된 화산진(aerosol)과 화산재, 화산력, 화산암괴 등 화산 쇄설물이 기습하고 이 영향으로 산불, 화재, 홍수, 산사태가 일어나 가옥과 마을이 매몰될 것이다.
또한 도로, 철도, 댐, 송전시설 등 기간시설이 마비되며 화산가스에 섞인 유독물질이 대기와 물을 오염시켜 많은 주민들이 호흡기질환 등을 앓을 수 있다.
또한 화산의 분화 기간 중 북한 함경도와 중국 길림성-흑룡강성, 러시아 연해주와 동북 일본-북해도 일원을 통과하는 항공로가 폐쇄돼 동북아 경제권에도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 자명하다. 화산진은 성층권으로 솟아 2~3년간 대기 중에 머물기 때문에 자칫 태양광을 반사시켜 일사량을 줄임으로써 지구촌의 농작물 작황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처럼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에는 보통 화산지진이 빈발하고 화구가 급격히 부풀어 오르는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이를 보고 폭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화산 지표를 꾸준히 관측하는 것만으로는 극히 단주기적 예측 확률만 높일 뿐이다.
특히 백두산의 경우 마그마의 양, 마그마 내 가스압력 변동, 천지 화구 아래의 취약한 암반, 단층-균열구조, 20억 톤의 천지 담수, 마그마의 물리화학적 연동, 태평양판의 섭입에 따른 심부 지진 유발 효과 등 복잡다단한 요인이 연계돼 있다. 따라서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 대비하려면 충분한 사전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최적의 배열을 갖는 지표관측 지역과 지하 심부 시추공으로 관측할 지역을 찾아내야 한다. 심부 시추공은 지하 심부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와 가까운 다양한 물리화학 변화량을 관측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 수치모델에 이런 자료를 지속적으로 입력하고, 설계 모델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면 예측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백두산 화산폭발은 그 규모에 따라 우리 민족에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화산폭발의 확률보다는 우리가 직면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필요하다. '설마'하는 안이한 태도는 물론 과학적 근거 없는 지나친 공포심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 과학은 화산 재해를 막을 수도, 완벽한 대비책을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글_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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