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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전투의 핵, K-2 흑표 전차

[대한민국 국방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비전] K-2 흑표 전차

대한민국 무기체계 개발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올해로 창설 4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국과연은 다양한 무기개발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 앞장서 왔음은 물론 무기체계를 국산화해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는 첨단 IT 기술을 적용한 세계적 수준의 명품 무기들을 독자 개발하여 방산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방산 수출 규모 확대에 따라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2회에 걸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기체계의 개발과정과 우수성, 미래비전에 대해 살펴본다. 자료제공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발발 당시 단 1대의 전차도 없었던 우리는 당대의 최신예 전차 T-34를 이끌고 남침한 북한군에게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해보고 밀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전차 공포증'에 시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는 북한의 최신예 전차보다도 월등히 우수한 K-2 흑표 전차가 있기 때문이다.

무에서부터 출발한 전차 개발

전차의 기원은 보통 기원전 3,500년경 수메르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의 전차는 여러 마리의 소나 나귀가 끄는 마차의 형태였으며 4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 나귀를 모는 운전병이 1명, 긴 창을 지닌 창병이 1명이었으며 나머지 2명은 투창을 던져 공격했다.

현대적 의미의 전차, 다시 말해 기계적 힘으로 움직이는 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16년 영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차 제조기술은 폭발적 성장을 이룩한다. 제2차 대전 초기의 전차는 중량이 20톤 이하였고 포의 구경도 37~50㎜의 소구경이었지만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중량이 무려 60~70톤에 육박하고 90㎜의 이상의 포를 갖춘 전차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지난 1950년의 한국 전쟁에서 북한이 사용한 소련제 T-34 전차는 그 때까지 발전된 전차 기술의 집약체였다. 이러한 T-34에 맞서 단 1대의 전차도 없었던 한국군이 파죽지세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였다.

북한군보다 우월한 기갑 및 항공 전력을 보유한 미군이 본격 참전하고 한국군도 미국으로부터 전차를 인수받아 운용하면서 T-34의 신화는 깨졌지만 전쟁 초기 T-34의 대활약에 의해 생긴 '전차 공포증'은 그 이후 상당기간 한국군 수뇌부의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다.

한국군은 이후 미국에서 M-4, M-47, M-48 등의 전차를 직도입해 운용하다가 지난 1978년부터 M-48 전차를 당시 북한의 신형전차이던 T-62 전차에 필적하도록 개조해 M-48A5K라는 이름으로 실전 배치했다 그리고 역시 1970 년대부터 T-62를 능가하는 성능의 국산 전차를 독자개발, 지난 1986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까지 한국 육군 기갑부대의 주력 전차인 K-1 전차다.






K-2 흑표 전차의 탄생

K-1 전차, 그리고 K-1의 포를 120㎜ 구경으로 강화한 K-1A1 전차가 등장하며 한국군은 드디어 북한에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 정도만으로도 1960년대에 머물러 T-62 계열 전차를 주력으로 삼고 있던 북한에 충분한 질적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K-1 전차도 한계는 있었다. 기본 설계를 미국에 의뢰해 만들었기 때문에 생산 시마다 미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수출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랐던 것. 게다가 K-1은 생산이 개시된 지 20여년 이상이 지난 구형모델이 됐으며 음으로 양으로 북한을 돕고 있던 중국과 러시아의 전차 기술력 약진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이었다.

비단 전쟁이 아니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전차는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가격대비 성능비로 무장, 세계 무기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며 방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K-2 흑표는 이러한 주변국의 발전된 전차에 대응하는 한편 외국에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한국산 전차의 세계 시장 진입을 위해 지난 1995년 개발이 본격 개시됐다. 이의 개발을 총괄한 곳은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총 2,400억원의 예산을 투입, 11년 만인 지난 2006년 비로소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전차인 K-2 흑표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보편적으로 전차의 성능은 기동력, 화력, 방어력 등 3가지 측면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전투용 전자장비, 즉 배트로닉스의 성능도 중요한 요소다. 이 부분에서 흑표 전차를 평가해본다면 어떨까.




최고시속 70㎞의 막강 기동력

한국 지형에서 전차의 기동력은 중요성을 재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형 대부분이 산지인데다 많은 하천이 흐르고 있어 전차의 기동이 어려운 탓이다.

이 점에서 K-2 흑표의 기동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포장도로에서의 최대속도가 시속 70㎞, 비포장도로에서도 최대 50㎞의 속도를 낸다. 단 7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32㎞로의 가속이 가능하며 항속거리는 최대 450㎞에 이른다.

이러한 막강 기동력의 원천은 독일 MTU의 1,500마력급 MT-883 디젤엔진에 있다. K-2 전차의 중량이 55톤이므로 전차의 기동력을 나타내는 중요지수인 톤당 마력수는 27.3 마력/톤이다. 이는 중량 51.1톤, 엔진 출력 1,200마력으로 톤당 마력수가 23.5마력/톤에 불과했던 K-1 전차는 물론 미국 M-1 전차의 24.5마력/톤보다도 앞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MT-883과 동일한 크기에, 출력은 1,900마력으로 높인 신형 엔진도 이미 개발해 놓고 있어 향후 고출력 엔진으로의 엔진교환도 충분히 가능하다. K-2 기동력의 또 다른 요소로 유기압식 현수장치를 들 수 있다.

기존 전차의 현수장치는 스프링이나 토션바의 탄력을 이용, 주행 충격을 흡수하고 로드휠의 작동공간을 마련하지만 유기압식 현수장치는 피스톤에 담긴 질소가스와 작동유의 압축·팽창을 활용해 충격을 흡수하고 휠의 공간을 확보한다. 또한 K-2는 하천 바닥을 잠수하여도 하할 수 있는 잠수도하기능이 있어 최대 4.1m 수심까지 기동에 문제가 없다.

이에 더해 K-2는 전차 내에서 질소가스와 작동유의 압력 조절이 가능해 차체를 전후좌우로 기울일 수도 있다. 이는 바닥이 굴곡진 산악지대 전투에서 포를 원하는 곳으로 조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포탑의 회전과 포신의 부앙각(포신을 오르내릴 수 있는 각 도)만으로 조준할 수 없는 목표를 차체 자체를 기울 여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5,000m서 표적 인지, 분당 12발 발사

K-2 전차의 주포는 국내 WIA가 개발한 55구경장 120㎜ 활강포다. 약실압력은 9 만7,000psi, 포구 초속은 K-276 날개 안정 철갑탄 사용 시 1,800m며 유효사거리는 5,000m다. 전차포탄은 총 40발이 탑재된다. 신형 날개안정철갑탄(APFSDS)과 신형 다목적 성형작약탄(HEAT-MP)이 주요 탄종.

이중 APFSDS는 발사장약과 관통자, 이탈통을 개량해 관통력이 압연균질강판 기준 8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형 다목적 성형작약탄도 기존 탄약과 달리 유선형탄두를 사용하고 폭발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다목적 신관을 장착, 은폐·엄폐한 적 보병과 시가전 건물 공격, 심지어 헬리콥터나 무인기에 대한 대공 사격 등의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

K-2 전차의 주목할만한 특징의 하나는 주포탄 자동장전장치의 채용이다. 따라서 수동장전에 비해 기동 중 사격 시에도 높은 발사속도와 명중률을 자랑한다. 자동장전장치에는 총 16발의 포탄이 장전되며 이 덕분에 K-2 전차의 주포 발사속도는 분당 최대 12발이나 된다.



그렇지만 주포가 아무리 강력해도 정확히 조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에 K-2의 주포 조준경은 포수석과 전차장석 모두에 설치돼 있고, 필요할 경우 전차장이 직접 목표를 포착해 사격 할 수 있다. 포수용 조준경과 전차장용 조준경 모두에는 열영상 장비가 장착되어 있다. 특히 전차장용 조준경에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주간 TV 카메라 모듈까지 제공된다.

K-2 전차는 이에 힘입어 최대 5,000m 밖에서 표적을 인지하고 3,500m에서 식별해낸다. 또 K-2의 주포 에는 동적포구 감지기가 구비돼 있어 끊임없이 흔들리는 포구의 움직임을 측정하다가 포구가 목표에 정확히 조준되면 발사가 이뤄지도록 해준다.

포수가 방아쇠를 당겨도 곧바로 포탄의 격발되지 않고 포구가 목표에 일치하는 순간까지 격발이 유예된다. 물론 이 지연 시간은 포수가 눈치 채기 힘들만큼 짧다. 이로써 K-2는 이동간 사격 시 30~40%의 명중률 향상을 가져왔다.

이외에 부무장으로 전차장석에 50구경 기관총 1정(탑재탄약 3,200발), 30구경 주포동축기관총 1정(탑재탄약 12,000발)을 장비해 적 보병의 근접 공격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70톤급 전차의 3배 넘는 방어력

탁월한 공격력만큼 방어력도 뛰어날까. 테스트에서 K-2는 또 다른 K-2가 발사한 120㎜ APFSDS을 막아냈다고 전해진다. 이 실험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K-276 전차 포탄은 1,000m 떨어진 압연균질강판 630~640㎜를 관통할 능력을 갖고 있어 K-2의 장갑방어력은 적어도 압연균질강판 환산 700㎜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전비중량이 55톤에 불과한 전차가 70톤급 전차의 3배가 넘는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비결은 복합장갑에 있다. 이는 두 장의 압연균질강판 사이에 세라믹, 열화우라늄, 텅스텐, 티타늄 등 방어력 높은 비철소재를 삽입한 샌드위치 구조의 장갑이다. 미국 M-1 전차의 포탑 전면에 사용된 복합장갑의 경우 탄종에 따라 다르지만 압연균질강판 환산 960~1,640㎜의 방어력을 지닐 정도로 방어력이 우수하다.

K-2 전차는 또 비교적 가벼운 중량 내에서 효과적 방호력을 갖추기 위해 반응장갑도 장착하고 있다. 반응장갑은 명중 시 온도가 섭씨 3,000도에 이르는 메탈제트를 쏘아 장갑을 관통하는 성형작약탄의 위협으로부터 전차를 방어하는 보조장갑으로 내부에 소량의 폭발물이 들어 있다.

이 폭발물이 성형작약탄의 메탈제트와 만나면 폭발, 메탈제트의 파괴력을 상쇄해 주장갑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 한국제 반응장갑의 방호력은 압연균질강판 환산 400~500㎜에 해당한다고 한다.

오는 2012년경까지는 측면에 비활성 증가장갑을 장착, 측면 방어력을 높이고 2015년경에는 접근하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에 대응탄을 발사, 파괴시키는 대응탄 발사기도 추가 될 예정이다. 현대 전차답게 화생방전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종합 보호장치, 화학병기 탐지장치, 중성자 차폐 라이너 등을 지니고 있음은 당연하다.




NCW 시대에 걸맞은 네트워크 호환성

네트워크 중심전(NCW) 체계에 통합되는 현대의 전차는 전자장비의 성능도 탁월해야 한다. NCW란 전투 공간에서 파악 가능한 모든 요소를 효과적으로 연계하여 정보의 우월성을 확보하고 이를 전투력으로 전환시켜 싸우는 전쟁이다. 이 때 전차와 같은 개별 전투단위에 전투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우수한 전자장비가 없다면 네트워크 중심전은 꿈도 꿀 수 없다.

K-2 전차 역시 네트워크 중심전 시대에 걸맞은 네트워크 호환성을 보유하고 있다. K-2 전차 내부의 전자기기는 네트워크에 연결, 통제되어 있으며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차 자체가 전장관리 시스템에 연결돼 있다.

이렇게 K-2 전차의 전차장 및 상급부대 지휘관들은 전차의 상황은 물론 적과 아군의 위치 등의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효율적인 지휘를 수행할 수 있다. 포수석과 전차장석에는 다용도 모니터와 키보드가 달려 있어 텍스트로 전문 내용을 작성해 암호화된 디지털 신호로 송출, 음성통화보다 도 청 가능성이 낮고 정확한 통신을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전투기에나 장착되던 적아 식별장치를 채용, 아군간 오폭 가능성을 줄였다. 적아 식별 질문장치가 주 포 조준방향으로 38㎓의 전파를 쏘아 상대 전차에게 아군 여부를 묻는 방식이다. 이 전차가 아군 K-2라면 적아 식별 수신장치로 질문을 수신, 암호화된 대답을 발송해 자신이 아군임을 밝히게 된다. 적아 식별장치의 통달거리는 최대 5㎞다.




향후 K-2 생산·개량계획

K-2 전차의 양산은 2011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파워 팩의 국산화에 차질이 생겨 양산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군은 K-2 전차를 총 780대 장비할 예정이며 단가는 현재 83억원이지만 향후 추가 개량이 실시되면 100억 원대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초기저율생산이 끝나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PIP(성능 개량계획) 사양에 맞게 더욱 발전된 성능의 K-2 전차가 등장할 것이다. K-2 PIP 모델의 주요 개선점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먼저 반능동 유기압 현수장치 제어시스템을 능동형으로 개량하는 것으로 차량의 현수장치 체계에 고해상도 지형스캔 시스템을 통합, 전차 사방 50m 이내의 지형을 자동적으로 읽고 지면과 닿아있는 바퀴(보기륜) 상태를 지형에 최적화함으로써 승차감과 조종성능을 제고하는 장치다.

55구경 120mm 전차포를 전열화학포로 교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화포가 화학추진제만으로 탄체를 가속시키는 반면 전열화학포는 화학추진제 연소시 발생하는 화학에너지와 외부에서 인가되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탄체를 가속시킨다. 따라서 탄자가 견딜 수 없는 가속한계를 넘지 않으면서 재래식 화포에 비해 최대가속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이외에는 대전차미사일 대응탄 발사능동방어 시스템, 폭발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활성 반응장갑 등이 새로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K-2의 성능을 인정한 터키는 우리나라로부터 K-2 전차의 기술을 이전받아 자국산 미튀프 알타이 전차를 1,000대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아랍에미레이트와도 K-2 전차의 수출 상담이 진행 중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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