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는 출연연의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는 독특한 교육체계에 더해 국제 저널에 우수 논문을 게재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미래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 뇌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지난 2월 암 분야의 저명 학술지 캔서 리서치에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게재됐다. 바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뇌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한다는 것.
뇌암 치료에 탁월한 약물 개발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 이 연구의 주인공은 바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생체신경과학 박사과정의 한경석 학생이다. 그는 경상대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이어 3월에는 해양 오염의 주범인 적조를 죽이는 미생물의 세포 내 유기반응을 규명한 논문이 미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의 학술지 '응용 및 환경 미생물학(AEM)' 표지논문으로 게재되면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적조 방제 물질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받은 이 논문의 주인공 또한 현재 UST에서 기능유전체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권순경 학생이다. 전 세계 30~40개 논문 중 가장 파급력 있고 주목할 만한 논문에 주어지는 표지논문 자리가 석사과정 학생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UST 학생 중에는 우수한 연구 성과로 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인정받는 인재도 있다. 나노바이오공학 전공의 정진영 박사가 그 주인공. 정 박사는 재학 중 암치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되는 새로운 나노바이오 물질을 개발하고, 그 응용에 관한 연구 논문을 화학분야 저명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게재했다. 이 성과로 정 박사는 여성생명과학포럼이 유망 여성과학도에게 수여하는 '새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성화된 현장중심 R&D 교육
이처럼 연구 경력이 수 십년에 이르는 박사급 연구자들도 쉽지 않은 우수 논문을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이 배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UST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곳에서 이는 크게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난 2004년 개교해 설립 7년째를 맞고 있는 UST는 29개 정부출연연구원을 캠퍼스로 활용, 현장 R&D 중심 교육으로 석·박사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직속의 대학원이다. 출연연의 인력과 시설·장비, 그리고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시스템이 최대 특징. 아직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학 기술계에서는 이미 우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신흥 명문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태다.
UST는 학생들의 탁월한 연구성과의 원천이 현장연구 중심의 교육에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UST 학생들은 출연연 내에서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지도교수로부터 소수정예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원천기술 개발 책임자, 국책 프로젝트 수행 책임자 등 이론 지식과 현장 연구 노하우를 겸비한 각 분야의 최고 수준의 교수진들과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최첨단 시설, 장비를 직접 활용하며 지도를 받아 교육 효과가 크다.
또한 UST는 교수와 학생의 수가 각각 1,100여명, 560여명으로 학생보다 교수가 더 많은 국내 유일의 대학이기도 하다. 여기에 재학생 전원에 대한 등록금 전액 지원,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장려금(박사과정 월 120만원, 석사과정 월 90만 원 이상) 지급, 우수학생 해외연수 지원 등 다양한 혜택도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학문간 융합교육에도 주력
그 결과, 2006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후 올해 전기까지 UST의 박사 졸업생 1인당 평균 실적은 SCI급 논문 4.37편, 편당 논문인용지수 3.2, 특허 등록 1.5개에 달한다. 한 졸업생은 재학 중 '인간의 11번째 염색체 완전 해독', '세계 최초 망원경용 광학렌즈 가공 신기술 개발'등 무려 41편의 SCI급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4년간 UST 졸업생의 취업률도 평균 88%에 이른다. 정부출연연은 물론 유명 대기업과 다국적 외국계 기업에서 이미 UST 졸업생들은 준비된 인재로서 환영받는 존재가 됐다.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재학기간 중 참여한 다양한 국책 프로젝트 경험이 긍정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UST가 지향하는 교육는 학문간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 공학기술(ET), 우주항공기술(ST) 등 이른바 5T 각 분야의 최고 교수들이 70여개의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이중에는 나노바이오공학, 위성시스템 및 활용공학, 생명정보학 등 융합 전공들도 총 망라되어 있다.
특히 UST는 매년 4회에 걸쳐 인문·사회·경제·예술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초청, 강연하는 UST 특별강좌를 시행함으로써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교육을 추구한다. 최신 해외 연구동향에 민감한 국책 연구기관에서 수학함에 따라 첨단 지식 및 기술 습득에도 유리한 환경임은 물론이다. UST는 이러한 교육 인프라를 활용, 첨단융합기술 R&D 교육의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세경 총장은 "UST의 인지도는 아직까지 높지 않지만 재학 기간 중 참여한 다양한 국책 프로젝트 경험과 현장 감각에 힘입어 졸업생들의 실력은 국내 최고 수준임을 자부한다"며 "학문 간 융합을 통한 창의적 과학교육에 더욱 매진해 글로벌 리더 양성에 주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