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제대혈 줄기세포로 요실금 완치 앞당긴다

머지않아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복압성 요실금을 치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국내 연구팀에 의해 이 같은 치료법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그동안 줄기세포를 이용한 요실금 치료법은 다수 존재했지만 대체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이었다. 반면 제대혈 줄기세포는 채취 및 이식이 간편하고 효능적으로도 성체줄기세포보다 뛰어나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우리나라 전체 여성의 10~40%, 특히 40, 50대 중년 여성의 절반 정도가 앓고 있는 병이 있다. 이 병은 창피함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도 꺼린다. 정체가 뭘까. 정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을 지리게 되는 병, 바로 '요실금'이다.

요실금 중에서도 웃음이나 재채기 등에 의해 복압이 올라갔을 때 방광의 수축 없이 무의식중에 소변이 흐르는 복압성 요실금은 특히나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 방광기능은 정상이지만 골반근육이 약해지면서 요도나 방광경부가 아래로 처지고 요도로 전달되는 복압의 정도가 높아져서 생기며 전체 요실금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 치료법으로는 여러 가지 수술이 시도된다. 쳐져 있는 요도에 특수 테이프를 걸어 원래 위치인 위쪽으로 끌어 올려주는 TVT(Tension free vaginal tape), TOT(Transobturator vaginal tape)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방법만으로는 복압성 요실금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는 상태다.

복압성 요실금은 방광이 예민해 소변을 참지 못하는 절박성 요실금 등과 달리 퇴화 및 결핍된 부위를 재생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는데 이는 수술로 근본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공 보형물을 삽입함으로써 환자가 느끼게 되는 불편과 부작용도 적잖은 문제가 된다.

성체줄기세포의 한계 극복

이에 따라 최근에는 줄기세포가 요실금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여러 기관의 연구팀이 팔 근육에서 채취한 성체줄기세포를 요도 주변에 주입, 요도 괄약근의 수축력을 강화하는 치료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적으로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성체줄기세포는 신체 연령이 높을수록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실금 환자의 대부분이 생체 복원력이 떨어지는 40, 50대 중년여성인 만큼 높은 효능을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통증과 출혈,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 기존 성체줄기세포 치료법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 화제가 되고 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이정노·이경진 교수(CHA 의과학대학교) 연구팀이 그 주인공.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대한의학회 공식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nece)'에 게재했으며 그 조성물에 대한 특허도 획득했다. 두 교수가 처음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그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기존 성체줄기세포 치료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요실금 치료법을 모색하기 위해 파일럿스터디를 하는 정도의 개념이었다. 그러던 중 인간 제대혈 줄기세포의 여러 특징과 장점에 착안,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제대혈의 장점이라면 가령 이런 것이다. 제대혈에서는 성체줄기세포를 쉽게 채취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고, 임상에서 사용할 때 면역거부반응의 일종인 이식편대숙주병 등의 질환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킬 위험성도 현저히 낮다. 조직접합검사도 비교적 덜 엄격하다. 특히 차병원은 독자적으로 제대혈은행을 운영하고 있어 공여 제대혈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연구팀으로서는 제대혈 줄기세포야 말로 최적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이점을 토대로 연구팀은 곧 동물실험에 들어갔다. 차병원 내의 동물실험실에서 내인성 요도 괄약근 결핍을 유발한 쥐에게 인간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한 것. 이경진 교수는 "이식 후 2주 뒤에 쥐의 요도 괄약근 주변에서 인간 제대혈 줄기세포의 존재를 볼 수 있었다"며 "4주 후에는 소변이 흐르는 시점의 방광내압(요누출압)의 측정을 통해 요도 괄약근 기능이 향상됐고 조직학적으로도 정상 복원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혈만큼 간편한 시술

물론 동물실험 과정은 당초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경진 교수와 이정노 교수 모두 평상 시 실험에 익숙한 연구자가 아니라 일반 환자들을 진료해왔던 의사였던 탓이다. 이경진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실험용 쥐를 다루는 법조차 낯설어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쥐에 물리기도 하고, 특별히 손 쓴 것도 없는데 쥐가 갑자기 죽어버려 당황하기도 했죠. 그러다가도 진료시간이 되면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진료를 봐야 했습니다."

갖은 고충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의 긍정적 결과는 연구팀의 의욕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두 사람은 본격적인 치료 효과 조사에 착수했다.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여성 복압성 요실금 환자의 요도 주변에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을 시도하고자 한 것. 임상시험에는 총 39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식할 때는 해당 환자의 세포와 공여 제대혈의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지의 확인이 우선이다. 타인의 세포나 조직을 몸에 넣게 되면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 세포 조직을 죽이거나 심할 경우 이식 당사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면역체계가 맞는 조직과 세포를 이식해야 한다. 물론 최소한의 면역 거부반응까지 피하기 위해 환자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HLA가 완벽하게 일치해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며 치료 경과도 좋다.

이러한 기초 검사가 끝나면 특정 시약을 이용해 제 대혈을 원심분리한다. 이때 단핵세포(mononuclear cell) 층이 형성되는데 이를 환자의 요도에 주입하는 것이다. 주입은 내시경으로 요도 입구를 확인한 후 그 시작 부위인 방광목의 벽에 주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기존 요실금 치료의 일환으로 방광경부 및 요도 괄약근을 두텁게 하기 위해 콜라겐 등의 물질을 주입하는 일명 '내시경 콜라겐 주입 요법'과도 동일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치료의 방법적 측면에서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는 게 이경진 교수의 말이다. 그는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는 마치 피를 수혈하는 것만큼이나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꿈의 약' 제대혈 줄기세포란?

최근 장동건-고소영, 설경구-송윤아 등 연예인 커플들이 앞으로 태어날 아기의 제대혈을 보관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삼 제대혈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제대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보관, 이용되는 것일까.

제대혈은 신생아 분만 후 태반과 탯줄의 혈관에서 얻을 수 있는 혈액을 의미한다. 보통 70~1000㎖를 채취할 수 있지만 그 원천이 탯줄인 만큼 아기가 태어날 때 평생 단 한번만 채취가 가능하다. 이때를 놓치면 영원히 자가 제대혈을 구할 수 없다.

이 안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와 연골, 뼈, 근육, 신경 등 인체의 각 부분으로 자라나는 성체줄기세포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제대혈에 포함된 조혈모세포로는 골수 등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에 비해 면역학적으로 미성숙한 상태기 때문에 큰 합병증 없이 소아암, 혈액질환, 대사성·유전성 질환들의 치료가 가능하다. 가령 백혈병 등 혈액종양 환자라면 암세포와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다음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주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기존의 골수는 조직적합항원(HLA) 6개가 모두 일치해야 이식이 가능한 반면 제대혈은 6개 중 3개 정도만 일치해도 이식할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또한 파킨슨병, 치매, 당뇨 등 각종 난치병 치료의 열쇠를 제공해줄 수 있는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제대혈은 분만 직후 탯줄 내 정맥에서 채취하여 48시간 안에 제대혈은행으로 옮겨진다. 이후 검사를 거쳐 단핵세포를 분리, 영하 196도의 질소탱크에서 냉동 보관된다. 만일 미래에 제대혈의 소유자나 그의 부모형제가 백혈병 등 난치성 질환에 걸렸을 때 이를 치료제로 쓸 수 있다.


환자 만족도 70% 이상

임상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치료 후 1개월, 3개월, 12개월 단위로 소변이 흐르는 횟수 등을 조사한 환자 만족도 검사에서 증세 호전을 경험한 환자가 각각 77.8%, 83%, 72.2% 에 달했다. 또한 이 중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3개월 후 추가로 요역동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대 요도 폐쇄압(최대요도내압-방광내압) 측정에서 수술 전보다 수치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노 교수는 "임상시험 후 최근까지 몇 년간 줄곧 환자들을 지켜봐 왔지만 이 치료와 관련한 중대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며 "사실상 논문에 발표한 것보다 실제 만족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복압성 요실금 환자의 요도 주변에 인간 제대혈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치료 효과는 적어도 4~5년 동안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또 "이번 성과는 그동안 완벽한 치료가 불가능했던 요실금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요실금 환자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라면 이 치료법이 상용화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경진 교수에 의하면 최소 몇 년 이상은 소요될 전망이다.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실시한 후 표준화된 지침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한 탓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연구를 더욱 심도 깊게 진행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며 "미흡했던 부분이 마무리 되어 하루 빨리 임상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제대혈 줄기세포 연구 잇따라

현재 제대혈 줄기세포는 요실금뿐만 아니라 여러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꿈의 약'으로 세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제대혈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조혈모세포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백혈병 등 악성 혈액질환은 물론 유방암과 같은 고형암과 각종 대사성 질환, 유전성 질환 등에 두루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관련연구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상태다. 30여 개소의 제대혈 은행이 운영되고 있는 미국을 위시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지난 1998년 처음으로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7세 남아에게 동생의 제대혈이 성공적으로 이식된 것을 시작으로 빈혈, 백혈병, 소아암 등 지금까지 200여 차례의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이 시행됐다. 그리고 그 범위는 점차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조만간 국내에서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가 출시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연구 중 하나다. 메디포스트에서 개발 중인 이 치료제는 제대혈에서 연골을 재생시키는 간엽 줄기세포를 추출,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한다. 임상시험에서 손상된 연골을 완벽 재생시키는 효과가 입증돼 머지않아 기존 인공관절 수술을 상당부분 대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의 1상 임상시험 신청서를 현재 식약청에 제출해 놓기도 했다. 제대혈에서 추출한 간엽 줄기세포가 뇌의 신경전구세포를 일반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치매의 원인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줄이고 뇌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한다는 것이 메디포스트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팀이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어려운 뇌성마비를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호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경과를 7개월 이상 관찰한 결과, 혼자 일어서기와 걷기 등이 가능해졌다"며 "더불어 뇌 자기공명 영상(MRI)에서도 뇌 백질 내에 신경섬유들이 다량 생겨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당뇨병, 뇌종양 등 각종 난치성질환을 치료하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가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에 돌입해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 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상용화되면서 인류의 '생명연장의 꿈'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