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활용하는 망원경과 달리 우주망원경의 경우 개발단계 및 발사비용, 그리고 운영비용면에서는 동급 크기의 지상망원경에 비해 매우 고가의 개발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우주망원경을 개발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기효과 없어 선명한 영상
과학적 연구로서 우주망원경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영역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가시광과 일부 적외선 및 전파 영역을 제외하고는 우 주로부터 오는 다른 파장대역의 정보가 지구대기에 의해 흡수·산란되어 지상의 관측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이에 망원경을 지구 대기권 밖의 우주공간에 배치함으 로써 관측대상을 다양한 파장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우주망원경을 이용하여 다양한 파장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를 눈으로만 확인하는 단계에서 초음파, 적외선 체열진단기, X-선 등을 이용하여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상관측의 경우 지구대기에 의해 상의 찌그러짐과 광량의 불균일이 발생하는데 우주공간에서는 대기 효과가 없어 보다 선명한 영상과 정밀한 빛의 측정이 가능하다.
인공위성에 장착된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측하는 경 우는 기상, 해양, 지구환경변화 관측 등을 위한 것과 군사적 인 목적을 위해서다. 이러한 이유로 지구관측뿐만 아니라 우주를 연구하는 데 있어 우주망원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주요 선진국들은 지속적으로 우주망원경들을 띄워 관측에 활용하고 있다.
우주망원경들이 활동하는 공간적인 분포를 보면 지구 근접 공간에서 궤도를 돌며 관측을 하는 망원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다 원거리인 라그랑지 포인트(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상의 지점)에 위치한 망원경, 태양 및 태양계 탐사를 위해 우주공간을 항행하는 망원경, 그리고 행성탐사를 위해 행성과 그의 위성 주변에서 궤도를 돌며 관측하는 망원경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올해로 20년째 활발한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
고도 약 600㎞ 상공에서 운용 중인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3만 개 이상의 천체를 대상으로 관측을 수행했으며, 57만 장 이상의 신비한 우주의 영상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다.
우주의 암흑물질 연구, 우주의 나이 계산, 외계 행성계의 유기분자 발견 등의 과학적 업적을 거두며 우주의 탄생과 진화 연구에 관한 인류의 지식을 넓혀 주기로 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관측된 자료는 학계의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우주를 바라보는 창을 넓히는 데 공헌했 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지난 1957년에 발사된 이래 인류는 많은 우주망원경들을 만들어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 데이터베이스 목록에 의하면 지금까지 천문관측용 302개, 달을 포함한 행성관측용 303개, 태양물리연구에 199개의 우주탐사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인공위성을 이용해 우주관측을 하는 분야를 우주 천문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주천문학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우주망원경들을 보면 다음과 같이 파장대별로 구분할 수 있다.
X-선·자외선·적외선·감마선 우주망원경
천체에서 나오는 X선의 경우 매우 고온에서 방출되거나 고 속으로 움직이는 전자 등에 의해서 발생되는데 이 파장은 지구 대기에 흡수되어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 이에 X-선 영상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망원경은 일반 광학망원경과 달리 입사되는 X-선의 방향을 약간씩 꺾어주는 방식의 광학계를 사용하게 된다. 때문에 경통으로 보이는 광학계 부분이 매우 길다.
대표적인 망원경이 유럽우주국(ESA)의 XMM-뉴턴 망원경과 NASA의 찬드라 망원경이다. 이들은 X선 망원경을 통해 활동 은하핵, 블랙홀, 격변변광성 등의 영상을 얻어 우리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을 전달하고 있다.
자외선 우주망원경의 경우 고온의 천체 및 성간물질의 화학적 조성, 밀도, 그리고 온도 등을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허블망원경에도 자외선 관측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GALEX 자외선 우주망원경의 경우 한국의 연세대학교에서 참여해 은하의 연령측정 등의 새로운 결과를 얻어낸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 1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망원경으로서 원자외선 분광기를 개발,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우리 은하 내부의 자외선 지도 및 고온 가스체의 물리적 성질을 규명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온도의 천체를 관측하는 것으로서 관측 기기 자체가 관측대상보다 온도가 낮아야 한다. 이에 적외선 망원경은 망원경 자체를 냉각하여 운용돼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냉각을 위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열원을 차단하는 기술과 냉각기술이 고난위도 기술이다.
냉각을 위해 헬륨과 같은 초저온 냉매를 사용하는데 이 냉매가 소진되면 주요 임무 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것이 큰 단점이다. 그러나 기술 발달에 따라 향후 개발되는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경우 기계적인 냉각방식을 사용해 수명을 늘리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적외선 파장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기에 흡수돼 지상에서 관측하기가 어렵다.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는 스피처(NASA), 허셸(ESA)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AKARI 적외선 우주망원경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참여해 별 탄생 영역 연구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또한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소형 적외선 우주망원경 탑재체를 개발하고 내년에 발사를 앞두고 있다.
향후 계획된 가장 큰 규모의 우주망원경으로는 허블우주망원경을 대체할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다. 현재 NASA, ESA, 그리고 캐나다우주국 (CSA)이 국제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JWST는 주경의 크기 가 6.5m로서 한 몸체의 단일 거울 형태로는 로켓 발사체 내부에 실을 수가 없어 주경을 접었다가 펼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주요 관측 파장은 적외선 파장이다.
이외에도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운용 중에 있고 전파우주망원경도 운영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과 중국, 인도 등이 다양한 우주망원경의 개발 경험이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또 다른 지표
우주망원경과 지상망원경의 기본적인 시스템 개념은 같다. 빛을 잘 모을 수 있는 정밀광학계와 망원경 시스템 구동계, 그리고 망원경에 장착되는 관측 장비로 구성되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단지 우주망원경의 경우 다른 인공위성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상망원경과 달리 광학계, 구조계, 관측 장비의 모든 부분에서 우주급의 정교한 개발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정밀한 자세제어가 요구되는 위성본체 등이 같이 준비가 돼야 하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덧붙여 신뢰성과 내구성 확보를 위해 첨단 기술이 집약돼 개발되고 우주망원경을 제어할 지상국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상망원경에 비해 개발 비용이 매우 높다.
우주망원경 시스템은 다 파장 관측을 위한 다양한 광학계와 높은 신뢰도의 첨단 관측 장비로 구성돼 각각의 요소 기술들은 대부분 첨단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망원경의 첨단 요소 기술들은 우주관측을 위해 개발되기도 하지만 국가 안보와 안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기술이전이 쉽지 않다. 종종 지상망원경의 크기가 국가의 경쟁력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우주망원경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국가는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직접적으로 대변해 주는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도 우주망원경에 필요한 주요 핵심기술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주망원경의 관련 기술들은 미래 국가 경쟁력 및 주요 성장 동력 기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 망원경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 과학기술의 국제적인 신뢰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향후 계획되고 있거나 현재 개발 중인 첨단의 우주망원경들은 아직까지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신비한 모습을 더욱 자세히 알려 줄 것이다.
글_진호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교수
자료 제공: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