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술 부문 대상을 차지한 그로아시스 워터 박스는 이런 황량한 지역을 녹화(綠化)할 수 있는 물이 필요 없는 식물 인큐베이터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 그저 잘 설계된 양동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실 사막 등 건조지대에도 식물 성장에 필요한 충분한 물이 있다.
지하 깊은 곳에 있어 식물이 흡수하기 어려울 뿐이다. 비가 오거나 물을 주더라도 건조한 날씨 탓에 수분이 곧 말라 버려 어린 식물들은 뿌리가 지하수에 닿기 전에 고사(枯死)하고 만다.
워터 박스X는 식물의 뿌리가 건조한 토양 표층을 뚫을 때까지 무사히 보살피는 도구다. 생김새만큼 이용법도 간단하다. 식물을 심은 뒤 워터 박스를 씌우고 15ℓ의 물을 단 한번만 부어주면 된다. 그러면 매일 티스푼 3개 분량의 물을 떨어뜨려 수분을 공급한다.
특히 저녁에는 워터 박스 상단의 주름 부분에서 공기 중의 수증기를 응축, 스스로 물을 보충하기 때문에 저장된 물은 결코 소진되지 않는다.
이렇게 1년여가 지나 식물 뿌리가 지하수에 닿을 때쯤 워터 박스를 제거하면 된다. 수명은 10년 정도로 이 기간 내에는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하며 단가도 1~2달러에 불과해 가난한 국가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효용성도 검증됐다. 사하라 사막에서의 실험 결과, 일반 식물은 90%가 말라 죽었지만 워터 박스의 도움을 받은 개체는 88%가 1 년간 살아남았다. 현재 워터 박스 개발자인 피터 호프는 폐기 시점에서 식물의 양분으로 쓸 수 있는 생분해성 워터 박스를 개발 중이다.
275달러(10박스); groa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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