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공중에 떠서 가는 자기부상열차는 어떻게 서나요?" "열차를 띄운 후에는 어떻게 앞으로 나가는 거죠?" 자기부상열차를 주제로 진행된 한 과학 수업 시간. 교사가 자기부상열차의 원리 설명을 시작하자 불쑥불쑥 질문이 쏟아진다. 그때마다 교사는 하던 말을 멈추고 학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질문한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교실 한쪽에선 수업 전 나눠준 과학키트의 고무자석을 꺼낸 아이들이 나름의 실험(?)에 한창이다. 교사의 말을 받아 적는 학생은 한명도 없다. 하지만 교사의 질문에는 앞다퉈 손을 든다.
체험으로 커가는 과학 창의성
사실 이곳은 여느 학교의 교실이 아니다. 서울 성동구 행당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생활과학교실이다. 생활과학교실은 한국과학창의 재단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지원하고 있는 지역밀착형 과학프로그램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 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각 지역의 근린생활 시설을 활용, 학교에서 접하기 힘든 체험·실험·탐구 중심의 과학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이런 생활과학교실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말로 가장 창의적 교육환경의 하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창의성 계발의 시작이 자유로운 질문을 허용하는 체험과 탐구 형 과학 수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들은 수업 내내 즐겁고 활기차다.
행당초등학교 5학년 신채현 양은 "학교 과학수업은 지루할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항상 실험을 해서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다"며 "생활과학교실에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친구인 최윤영 양도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왔지만 지금은 수강기간이 끝나면 재신청해달라고 먼저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성동구와 강남구의 생활과학교실 책임운영기관인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박혜영 연구원에 따르면 최양처럼 수강 재신청 학생의 비율이 90% 에 이를 만큼 만족도가 높다.
6년간 21만여 명 수혜
현재 생활과학교실은 전국 54개 지역, 711개 읍면동에서 매주 1회씩 10주를 한 기수로 하여 연간 4기가 운영되고 있다. 사업이 본격화 된 지난 2005년 이래 생활과학교실을 찾은 학생들은 무려 21만 6,400여 명에 이른다. 올해만 9월 말까지 3만 4,400여 명이 과학의 참맛을 봤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탐구·체험활동으로 창의성이 키워질까. 창의성은 계량화가 힘든 가치지만 일선 강사들은 그 변화를 체감한다. 행당1동 생활과학교실의 신경은 강사는 "처음엔 조용했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며 "선뜻 대답키 힘든 기발한 질문도 많아 항상 공부하면서 준비 하고 있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두 자녀를 둔 강남구 도곡1동의 문소라씨도 효과를 톡톡히 느꼈다. 생활과학교실을 제외하면 어떤 학원에도 보내지 않았지만 두 자녀 모두 영재교육원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김형진 한국과학창의 재단 과학문화확산실장은 "기수 당 1~2만 원 정도의 재료비만으로 양질의 과학창의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며 "교육 패러다임이 과학적 합리성과 창의성 배양에 맞춰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외계층에도 문호 활짝
생활과학교실의 문호는 우리 사 회의 소외계층에도 활짝 열려있다. 열린과학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아동센터, 사회복지관 등 전국 530개소의 복지 시설을 직접 방문해 무료로 과학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지난 6 년간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한부모· 조손가정 아동 등 과학문화 체험기회가 적은 15만 3,000여 명이 그 혜택을 누렸다.
창의 재단 측은 교육복지 실현을 모토로 이 같은 저소득·취약계층 대상의 찾아가는 과학프로그램 지원 확대를 중점추진과제로 선정한 상태며 작년 3,906회에 이어 올해는 총 6,790회의 열린과학교실 개최를 목표로 과학나눔을 펼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2008년부터는 대학생 봉사단을 선발, 소외지역 청소년들의 과학창의성 함양에도 나서고 있는데 내년 1월 100개 소외지역 학교와 지역 아동센터에 봉사단 파견이 계획돼 있다.
또한 오는 12월에는 예산절감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 6개 지역 소외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캠프와 탐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과학창의교육에 있어 경제력이나 지리적 환경 때문에 소외되는 계층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여러 청소년 과학문화 진흥사업과 연계하는 등 운영비율 증진과 프로그램의 품질 고도화를 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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