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과거 유럽인들의 신대륙 이주를 연상케 하는 이 야심찬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100년 우주선'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화성으로 갈 우주비행사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응모하려면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100년 우주선은 왕복이 아닌 편도 여행이다. 탑승을 하면 영원히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다.
삶이 다할 때까지 화성정착민으로서 화성에서 살아가야 한다. 마치 과거 유럽인들의 신대륙 이주를 연상케 하는 이 야심찬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은 '100년 우주선(The Hundred Years Starship)'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 정확히 말하자면 화성을 유인 탐사하고, 그곳에 사람이 정착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류가 달 이외에는 그 어떤 외계 행성에도 발을 디뎌 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단순한 유인탐사를 넘어 이주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는 지금껏 인류가 시도한 무수한 우주개발 계획을 통틀어 가장 혁신적인 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월 초 한 우주항공 행사에 참석한 NASA 에임즈 연구센터의 핏 워든 소장의 설명에 의하면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의 개시를 위해 연구팀에게 이미 16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한 여기에 추가로 NASA 자체 자금 10만 달러가 더 지원됐다. 워든 소장은 이를 놓고 "이제 인류의 우주탐사계획은 과거와는 완전히 새로운 목표를 향하게 됐다" 고 강조했다.
현재 NASA는 100년 우주선에 탑승할 인원을 4명으로 정하고 지원자를 신청 받고 있다. 그리고 향후 20년 내 이들을 화성에 보내 정착시킬 계획이다.
인류 최초의 외계 행성 거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법 구미가 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성으로 간 4명은 영원히 지구와는 작별을 고 해야 한다. 비용 문제 때문에 100년 우주선은 왕복이 아닌 편도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왜 화성일까?
지금까지 화성 이주 계획을 주창한 사람은 NASA 이외에 또 있었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발을 내딛은 유명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그중 한 명이다.
그는 3쌍의 부부로 편도행 화성 탐사팀을 구성, 이들이 화성에서 기본적인 거주기반을 닦아 놓게 한 뒤 5년 내에 화성 거주자의 수를 최소 30명까지 늘리는 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올드린은 성공적인 화성 정착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인원 선발과 교육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 30세의 후보자를 선발, 5 년간 화성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 한 후 35세 때 배우자와 함께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정착민들은 화성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와 다른 점은 조건부 귀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조건이란 바로 화성거주 30년, 다시 말 해 나이가 65세가 되는 것이다. 이때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지구로 귀환할 수도, 화성에 잔류할 수도 있다.
또한 워싱턴주립대학 더크 슐츠 마쿠크 교수와 애리조나주립대 폴 데이비스 교수도 화성에 로봇을 보내 거주시설을 건설한 다음 인간 거주민을 보내는 2단계 화성이주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많은 연구자들은 굳이 우주식민지 건설의 대상을 화성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화성이 식민지 건설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리한 조건은 '지구와의 유사성'을 말한다. 실제로 화성은 자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24시간)와 유사한 24시간 39분이다. 화성의 표면적도 지구의 28.4%로서 지구 육지 면적보다 조금 더 작은 정도다.
면적으로만 보 면 지금 당장 인류 전체가 이주를 해서 살아도 될 만큼의 땅이 있는 셈이다. 또한 화성의 자전축은 25.19도 기울어져 있는데,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23.44도와 비슷하다. 이로 인해 화성에는 4계절이 있다.
특히 화성은 달과는 달리 대기가 존재한다. 지구의 0.7%에 불과하고 주성분이 이산화탄소지만 이 대기는 인간에게 유해한 우주선(宇宙線)을 막아주고 화성 대기권에 돌입하는 탐사선의 속도를 늦춰주는 역할도 한다. 덧붙여 화성의 지표 기압은 지구 34㎞ 상공의 기압과 유사하며 평균기온은 영하 60℃로 지구의 극지 기온 정도다.
최근에는 NASA의 화성 탐사 로봇 등에 의해 화성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얼음을 녹이면 물이 되 고 물을 전기분해하면 로켓 연료로 사용하거나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으로 변환 가능한 수소와 호흡에 필수적인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즉 화성은 지구 생명체가 어떻게든 살 수는 있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화성 탐사의 준비물
물론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와는 관계없이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하 지만 그에 필요한 준비는 이미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러시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마스 500' 프로젝트다. 본격적인 화성 유인탐사에 앞서 인간의 신체가 화성탐사를 견뎌낼 수 있는지를 확인, 검증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 이에 마스 500 참가자 6명은 화성탐사선을 모방한 550㎥ 공간의 가상 우주선 속에서 내부의 식량과 물, 공기만으로 일정기간 동안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외부와의 무전 연락도 실시간이 아닌 20분간 지연돼 이뤄진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전파 도달 시간(최소 3분, 최대 22분)을 감안한 조치다.
시뮬레이터는 장차 발사될 화성 탐사선과 마찬가지로 거주 구역, 의료 구역, 화성 착륙선 구역 등으로 구성돼 있으 며 실험 중에는 착륙선을 타고 40일간 화성 표면에서 생활 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현재 예비 과정이라 할 수 있는 14일 간의 제1기 실험, 105일간의 제2기 실험이 성공리에 완료됐고 올해 6월부터는 본격적인 520일간의 제3기 실험이 실시 되고 있다.
520일은 현재의 로켓 기술로 화성에 다녀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다. 이와 관련 지난 1999년 러시아에서 시행된 유사 실험에서는 참가자들 간에 폭력, 성추행 등의 문제가 일어나 110일 만에 중단한 전례가 있다. 때문에 마스 500이 성공할지 여부는 섣불리 단언키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인간이 밀폐된 공간에서 500여일의 우주탐사를 견뎌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화성 이 주는 또 다른 차원의 난제가 있다. 필요한 물자를 지구로부터 공급받기 힘들다는 게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 산소를 자급자족하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설령 원활한 보급이 가능해지더라도 비상시를 대비해 이 같은 기술 확보는 필요하다. 식량의 경우 수경재배가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경재배는 현재 도시의 빌딩 속에서 과일과 야채를 키우는 마천루 농장, 도시형 농장에 적용되고 있는 농법으로 작물 생산에 토양이 필요 없으며 동일 면적의 야외 농경지 보다 많은 산출량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해 최소한의 공간에서 대형 농장을 운영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의 기술로도 상추는 6주에 1회 옥수수와 밀은 1년에 3 ~ 4회나 수확이 가능하다. 식물들은 생장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내므로 이들이 공급하는 호흡용 산소는 완전히 덤이다.
수경재배는 또 농작물에 더해 송어, 장어, 조개, 새우, 가재 등의 해산물도 함께 길러낼 수 있어 채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을 보충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곤충도 훌륭한 우주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에 비해 기르는 공간과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탓이다. 그래도 고기가 먹고 싶은가?
물론 그럴 방법도 보인다. 올해 초 네덜란드의 시 ' 험관 고기 컨소시엄'은 인공적으로 만든 실'험 실 돼지고기'를 공개했다. 이는 줄기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돼지고기다. 이 연구를 이끈 마크 포스트 박사는 "같은 방식으로 소, 닭, 양고기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혀 인공 육류 시대의 개막을 예견했다.
식민지 건설과 화성의 환경 전환
화성 기지, 그리고 더 나아가 식민지를 건설하게 된다면 어디가 가장 적합한 장소가 될 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곳은 화성의 북극과 남극이다.
이곳에는 지구에서도 관측되는 빙원이 있어 얼음을 녹여 물을 얻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혀왔다. 하지만 화성의 극지는 지구의 극지와 마찬가지로 여름에는 백야현상, 겨울에는 극야현상이 일어나는데다 '마스 오딧세이프로그램'을 통해 저위도 지방에서도 얼음이 발견됐 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소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아르시아 몬스 화산 인근의 천연 동굴 지역도 적합한 거 주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동굴 속에 기지를 건설하면 우주 방사선과 유성 충돌에 의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에 기반한 것이다.
화성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할 만한 마리너리스 밸리 역시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으로 판단되고 있다. 마리너리스 밸리의 길이는 3,000㎞ 이상이며 평균 깊이는 8㎞다. 또한 계곡 속의 기압은 0.9㎪로 지면의 0.7㎪보다 25%나 높다. 동서 방향으로 계곡이 달리고 있어 계곡 속임에도 햇빛이 비교적 많이 드는 편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화성의 식민지화를 다룬 영화 '토탈 리콜'에서는 화성 기지와 외부를 유리창으로 막아 놓았지만 영화에도 나오듯이 깨지면 상당히 위험하다. 따라서 화성 기지 건물은 아마도 정착민과 함께 우주탐사선에 실려 갈 팽창식 모듈이 될 전망이다. 정착민은 이 모듈을 거주하고자하는 지역에 펼쳐 놓기만 하면 주거용 건물이 만들어진다.
물론 화성 개발이 더욱 진척될 경우 반영구적인 건물도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방안도 있다. 화성의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의 환경을 인간이 거주하기에 용이 하도록 바꿔 버리는 것이다. 화성을 지구화시켜 지구에서처럼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이산화탄소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화성의 대기 밀도를 높이고 반사경과 온실가스를 이용, 화성을 충분히 덥힌 다음 식물을 심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대치시켜야 한다. 그리고 화성 표면에 거대한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 초전도 전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으로 유해한 태양 방사능을 막는다.
다만 이는 현실화 가능성 측면에서 아직 많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이의 완성에는 최소 500년, 최대 1,000 년이 걸릴 것으로 예견된다.
격렬한 찬반 논란
그런데 과연 화성 유인탐사와 식민지화는 꼭 필요한 것일까? 원론적인 부분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격렬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화성행에 찬성하는 대표적 단체로는 마스 소사 이어티와 마스 드라이브가 꼽힌다. 지난 1998년에 창립된 마스 소사이어티는 창립 선언문에서 "화성 탐사를 통해 화 성과 지구에 대해 더욱 깊이 알고, 인류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전쟁과 환경파괴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며, 우주에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새로운 터전을 열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목적을 위해 각종 연구 활동과 강연, 강의, 학술회의, 각국 우주기구에 대한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 창립된 마스 드라이브도 인류는 우주여행을 통해 우주로 삶을 뻗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인들로부터 모금을 받아 우주개발 사업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화성 유인 탐사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우선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또는 존재한 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화성에 현재 생명체가 있다면 그 생명체가 인간, 또는 인간이 데려간 생명체로 인해 피해를 입고, 화성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로 화성에만 있는 풍토병이나 극강의 바이러스가 탐사대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개연성도 상존한다. 이와 함께 인간이 화성의 낮은 중력 속에서 장기간 생활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0.38배로 이러한 곳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노하우는 인간에게 없다. 또한 화성의 먼지 폭풍은 화성 표면 대부분을 가려 버릴 정도로 강하며 그렇게 될 경우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난관을 이기고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더라도 그로 인해 과연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한 가지만 보더라도 화성은 달과 비교해 지구와 거리가 멀고 중력은 강하다. 따라서 후일 화성 식민지가 건설돼 지구에 이런저런 상품을 수출하더라도 상당한 운송료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화성으로의 유인 비행은 너무나 많은 돈이 들고 위험부담이 커 보수적 성향의 과학자들은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다른 곳에'를 외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미국 물리학회의 천체물리학 특별위원회는 "위험하고 비싼 달 및 화성 탐사 계획에 초점이 맞춰진 NASA의 우주탐사 프로젝트 우선 순위는 더욱 장래성 있고 유망한 우주과학 계획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에임즈연구센터의 워든 소장도 "100년 우주선 프로젝트에 억만장자들을 설득해 참여시키고 싶다"고 밝혀 이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자금 문제를 안고 있음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화성에 사람 1 명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도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지는 인간이 화성에 발을 처음으로 딛을 시기는 오는 2033년이 될 것이며 최초의 화성 도시 건설은 2060년, 화성 식민지 설립은 2075년으로 전망했다. 이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면 명이 아주 긴 사람들의 경우 화성에 건물이 들어서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인류는 생활터전을 화성으로 넓히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