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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검색기는 어떻게 테러범을 잡을까

[전신검색기] 공항 보안의 첨병

세계의 공항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내린다. 대부분은 평범한 여행객으로, 남을 해칠 의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들 가운데에는 테러리스트나 범죄자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사 남을 해칠 의도는 전혀 없다 하더라도 위험한 물질을 가지고 항공기에 탑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탑승자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안전검색을 거쳐야 한다.

자료제공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미국의 국제공항 검색대. 한 남자가 손을 들고 전신 검색기 앞에서 검사를 받는다. 이 검색기는 카메라도, 금속탐지기도 없다. 단지 가운데 붉은 줄이 그어진 평평한 판이 있을 뿐이다.

안전요원은 15m 떨어진 검색기 뒤편에서 영상을 통해 얼굴과 신체 주요 부위가 가려진 남자의 몸을 관찰하고 있다. 그런데 안전요원의 낯빛이 예사롭지 않다.

몸속에 감춰둔 플라스틱 재질의 권총이영상에 선명하게 비쳤기 때문이다. 안전요원은 공항경찰을 부르는 긴급버튼을 눌렀고 순식간에 경찰들이 다가와 그 남자를 체포한다.

X선 원리로 몸속을 들여다본다

이는 미국 LA 공항의 새로운 보안검색 시스템인 '전신 검색기'로 승객의 몸을 조사하는 장면이다. 전신 검색기는 항공기 승객의 옷 속을 투시해 검사하는 장비로서 은밀한 신체 부위에 숨긴 폭 약 등을 효과적으로 적발할 수 있다.

높이 2.7m, 폭 1.8m의 공중전화 부스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영상에 나타나는 신체가 알몸처럼 보여 일명 '알몸 투시기'라고도 불린다.

대체 이 장치는 어떤 원리로의 복 속에 감춰진 알몸까지 투시하는 것일까. 전신 검색기는 우리가 뼈를 다쳤을 때 병원에서 찍는 X선 촬영기의 원리와 비슷하다.

검색 대상으로 지목된 승객이 검색기 앞에서 양손을 벌리고 서면 특수 전자기파로 승객의 온몸을 투시, 몸 전체를 촬영한다. 이때 파장이 짧고 직진성이 강한 전자기파가 옷을 뚫고 들어가 마치 알몸 투시 사진처럼 센서에 '알몸 영상'이 맺히는 것이다.

전신 검색기에 사용되는 전자기파는 X선과 고주파수 전파를 이용하는 밀리미터파 두 가지다. 이중 X선 투시기는 아주 약한 X선 장치를 이용하는 것으로 승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X선을 발사해 탐지한다. X선은 물체를 뚫고 지나가는 투과성이 강해 그 내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각종 물질의 결정에 X선을 쏘면 산란되어 회절무늬를 나타내는데 이를 이용해 물질의 구조를 분석한다. 마찬가지로 X선 투시기 또한 우리 몸에 걸친 옷들은 물론 신체의 피부와 살을 통과해 뼈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해상도는 흔히 의료용으로 쓰이는 X-레이 촬영정도를 상상하면 된다.

밀리미터파사용하는 알몸투시기

세계의 국제공항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신 검색기는 밀리미터파 방식이다. 밀리미터파란 주파수 대역이 30~300 ㎓의 전자기파를 말한다. 파장이 1 ~ 10㎜로 짧아 밀리미터파로 불린다.

이러한 밀리미터파는 X선보다 물체 투과성이 약해 사람의 몸에 걸친 옷을 뚫고 지나갈 수는 있지만 X선처럼 사람의 살을 직접 통과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밀리미터파 전신 검색기로 항공기 승객을 촬영하면 옷을 통과한 밀리미터파가 사람의 살이나 몸속에 지닌 물체에 맞고 다시 튕겨 나온다.

이렇게 반사된 밀리미터파 신호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옷 속의 사람 형태, 금속 이물질 등을 구분해 3차원 영상을 자동으로 추출해낸다.

물론 X선처럼 몸속 장기와 혈관까지 나타나진 않지만 물체의 강도가 조금만 달라도 영상으로 감지하기 때문에 기존의 금속탐지기와 달리 몸에 숨긴 세라믹 재질의 무기, 분말이나 액체 폭약, 인공관절 등 몸에 이식한 보철물까지 7~ 10초 만에 찾아낸다.

휴대품이 금속이든 비금속이든 상관없이 그대로 드러나 정확한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이 원리로 폭발물과 흉기 등을 몸속에 지닌 테러범을 식별해 내는 것이다.

인체에는 무해할까

이 같은 검색이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을까. 사실 일각에서는 전신 검색기를 한번 통과하면 휴대전화의 100배에 달하는 방사선을 쐬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X선은 강도가 약하더라도 인체에 누적되면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방사선이 몸을 뚫고 지나가면 그 피해가 몸에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또한 인체에 흡수된 방사선은 DNA 구조를 손상시키는 식으로 생물학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일반인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신 검색기의 X선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전신 검색기로 검색할 때 받는 방사선량은 8μRem 정도다. 병원에서 1회 X선을 촬영하면 1만μRem의 방사선을 받으며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하루에 쬐는 방사선량도 1,000μRem에 이른다.

즉 전신 검색기의 전자기파 강도는 의료용 X선이나 휴대전화의 1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인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밀리미터파는 또 물체에서 반사되는 밀리미터파만 수신해 영상을 얻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임신부, 영유아, 장애인 등은 검색대상에서 제외하므로 그 또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일반인들의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록 검색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안 되는 소량이더라도 방사선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보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모든 화물, 꼼짝 마라!





공항에서의 검색 대상은 승객만이 아니다. 승객이 전신 검색기를 통과하는 동안 그들이 휴대한 가방들도 X-레이 투시기를 통과하며 내용물이 확인된다.

모두가 항공기의 탑승객을 국제 테러분자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X-레이는 빛과 같은 전자기파지만 빛보다 활동적이어서 많은 물질을 통과한다. 공항 화물에서 사용되는 X-레이 투시기는 대부분 다중 에너지 X-레이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140~160kVP 정도의 X-레이 광선을 보내는데 kVP가 높을수록 X-레이는 멀리 침투한다. X-레이 투시기에 물건을 통과시키면 안에 있는 물건들이 비친다. 판독능력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철사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100달러짜리에는 눈으로는 잘 식별되지 않는 가느다란 철사가 들어 있어 일정금액 이상의 불법 달러화 반출까지 막을 수 있다.

특히 금속에 더해 비금속과 화학 물품까지 모두 판독돼 각기 다른 색상으로 모니터에 나타나기 때문에 보안 담당자는 가방 속의 모든 물건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쇠붙이만 아니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전기가 통하는 물질은 모두 반응해 어김없이 걸려든다.

단일 항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는 화물 보안검색을 위한 X-레이 설비, 보안구역 출입검색을 위한 최신의 문형 금속 및 폭발물 탐지기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연간 135만 톤에서 최대 161만 톤의 화물을 이와 같은 탐지기들을 통해 처리해낸다. 어마어마한 능력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한편 알몸 영상 유출에 따른 피해 논란 도 거세다. 전신 검색기는 승객의 알몸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불쾌하다'는 등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폭탄테러 기도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국 공항의 전신 검색기 도입은 확산되는 추세다.

19개 공항에서 40여대의 전신 검색기를 운영했던 미국은 지난 9월 150대를 추가 도입한 데 이어 오는 2014년에는 운용대수를 총 8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전신 검색기의 사용률이 높으며 우리나라 또한 지난 8월까지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국내 공항 4 곳에 총 6대를 설치·운용하고 있다.

전신 검색기를 도입한 나라들은 검색기가 누드 사진처럼 알몸이 뚜렷이 드러날 정도로 해상도가 높지도 않지만 드러나서는 안 될 신체 주요 부위와 얼굴은 흐릿하게 보이도록 처리돼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현미경이나 망원경, 그리고 X선의 발명 및 발견이 현대 과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얘기다. 과학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기 위한 노력을 통해 발전해왔다.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도 있는 법.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하는 투' 시 과학'도 함께 발전한다고 생각하면 전신 검색기의 걱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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