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제철소 등 대형 배기가스 배출원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지하 심부의 석탄층, 유전 가스전, 대수층에 10만 년 이상 안정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이 기술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활성화되면 획기적인 온실가스 저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관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 년까지 32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것을 전 세계에 권고했다. 그리고 이중 20%에 해당하는 64억톤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O₂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을 통해 처리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나 해저에 저장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약 20여 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오는 2020년까지 100만 톤급 CO₂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CCS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대수층 저장 기술 유력
CCS는 화력발전소나 제철소 등으로부터 포집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폐유 전, 폐가스전 등에 저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저장 방법에 따라 해양에 투척해 저장하는 해양저장, 지하 심부에 주입하는 지 중저장, 그리고 자연광물이나 폐기물과 반응시켜 고체상태의 탄산염 광물로 전환해 저장 또는 재활용하는 광물 탄산화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이중 지중저장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염대수층, 가스전, 석탄 등의 지질매체에 초임계 상태로 주입 저장하여 처리하는 기술이다. 대량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하고 현장 적용성도 좋아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중저장 기술은 저장 부지 지질특성화 기술, 저장 기술, 모니터링 및 관리기술로 구분되는데 대용량 저장소의 탐색, 저장비용 절감, 그리고 안전성의 확보가 실용화의 관건이다.
폐유전, 폐가스전 등 저장소가 확보됐다면 지하 1㎞ 깊이에 초임계 상태로 고온가압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초임계는 어떤 물질에 임계온도, 임계압력 이상의 고온·고압을 가한 것으로 기체도, 액체도, 고체도 아닌 물성을 가진다. 이렇게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지하 공간 상층부에 가스 형태로 자리 잡게 되며 액체로 변화돼 하층부에 머물러 있게 된다.
또한 이 상태로 수백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 지하의 광물질과 결합, 암석 형태의 고체로 변한다.
저장소가 물로 채워진 대수층이라면 이산화탄소가 물에 용해돼 저장된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의 용해성이 좋다는 점에서 공간이 한정된 폐유 전 및 폐가스전보다는 대수층을 활용한 지 중저장 기술을 중심으로 CCS 개발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육상 저장 실험을 통해 저장기술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면 해저를 타깃으로 한 대량 저장 실험에 나설 수 있다.
지질硏, 2015년 상용 플랜트가 동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자원연구부 허대기 박사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권으로 증가 속도 역시 OECD 국가중 최고 수준"이라며 "오는 2020년경 세계 CCS 시장규모가 약 140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기술 상용화를 이룬다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지질연은 오는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연간 1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분할 수 있는 광물 탄산화 플랜트 구축에 나섰다. 전국을 대상으로 대용량 저장소 확보를 위한 지질조사 및 탐사에 착수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이미 확보된 울릉분지 저장소와 관련해 상세조사를 수행하는 등 지중저장 기술의 조기 상용화에도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덧붙여 해외 CCS 기술 선진국과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이산화탄소의 지하 거동 예측·관측, 누출방지체계 구축 등 핵심 요소기술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허 박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산화탄소 저장의 최적 장소로 거론되는 지역은 바로 동해-1 가스전이다. 허 박사 팀의 연구 결과, 동해-1 가스전을 포함한 인근의 대수층 지역에 약 1억 5,000 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0㎿급 석탄 화력발전소 1기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연간 약 320만 톤)의 50년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향후 동해-1 가스전이 적격지로 판명돼 CCS 실증실험이 실시될 경우에는 이 해역에 일종의 시추시설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 가스층 또는 대수층에 깊이 수㎞의 시추공을 뚫어야만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트웨이 국제 공동프로젝트 참여
기술한 바와 같이 이미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지난 1990년대부터 파일럿 실험을 수행해 왔다.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 프로젝트', 알제리의 '인샬라 프로젝트',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웨이번 프로젝트' 등이 가장 대표적 이다. 이들은 가스전에서 가스를 뽑아 올리는 동시에 연간 1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CCS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CO2CRC사를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함께 '오트웨이(Otway)'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2㎞ 깊이의 폐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저장된 이산화탄소의 거동을 예측·모니터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질 연 허 박사팀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오트웨이 프로젝트는 1단계로 약 3,800만 달러를 투자해 1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예정이며 2단계에서는 2,000만 달러가 추가 투자돼 폐 가스전이 아닌 지하 대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이외에도 일본이 지난해부터 나가 오카 지역의 1㎞ 저류층에 약 1만 톤 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오는 2020년까지 연간 2,300만 톤, 2050 년까지 연간 2.2억톤의 이산화탄소를 CCS 기술로 지하에 저장할 방침이다.
허 박사는 "CCS 기술은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함은 물론 기존의 산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은 지구촌의 탄소저감 노력에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이산화탄소 회수 비용이 부담스러울 만큼 상당하고 환경에 유해한 폐수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창근 박사팀의 '건식흡수제 이용 이산화탄소 회수 신공정' 기술은 이런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이산화탄소 회수 기술이다. 기존보다 소재의 가격이 싸고, 부식성 없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포집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폐수도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이미 이 같은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에기연의 기술은 고체 흡수제의 이산화탄소 제거율과 내마모성, 연속 공정운전 성능에서 한층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박사팀은 이미 실험실 규모의 설비에서 30시간 이상의 연속실험을 마치고 이를 50배 확대한 파일럿 실험설비의 건설을 완료했다. 향후 화력발전소의 배출가스와 성분이 동일한 실제 연소가스를 사용해 실용화를 위한 기술타당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현재 발전소와 같은 대형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향후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 의무 부담국으로서 탄소세를 시행할 경우 약 23억 달러의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대덕=구본혁기자 n bgkoo@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