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전북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수현, 2학년 김재원
"고등학교 3년 내내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계속 자버리기 일쑤였죠. 그래서 제 별명이 지각대장이에요." '빛을 이용한 알람시계'로 금상을 수상한 전북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수현 양의 말이다.
수현 양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자신을 따라다닌 지각대장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아침에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수현양과 한 팀을 이룬 2학년 김재원 양도 당시 같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이 전쟁이에요. 늦잠은 잤는데 챙겨야 할 것도 많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수현 언니가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옳다구나' 하고 받아들였어요. 마음이 통한 셈이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준 것은 결국 늦잠이었던 셈이다. 수현 학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발명의 모토가 '일상생활의 불편을 개선하자'에요. 아주 사소하지만 매번 겪는 불편이 있잖아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고 싶어요."
생체리듬 조절하는 멜라토닌에 주목
이들이 발명한 알람시계는 어떤 기능을 가졌기에 지각대장들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것일까. 엄청난 소음이나 충격을 가해 잠에서 깨우는 걸까. 물론 아니다.
빛 알람시계의 핵심은 아침에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멜라토닌은 낮밤의 길이와 광량(光量)에 따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밤이 되면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는 졸음을 불러온다.
밤이 되면 졸린 것도 멜라토닌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 점에 주목했다. 인위적으로 신체에 비춰지는 광량을 높인다면 멜라토닌 분비량을 줄여 잠에 깨기 쉬운 상태의 몸 을 만들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 것. 이에 두 사람의 알람 시계에는 소리 알람과 함께 조명이 부착돼 있다. 때문에 사용자는 청각적·신체적 각성을 동시에 제공받게 된다.
특히 조명을 일반전구가 아닌 LED로 채용, 휘도를 높였다. LED는 화각이 넓어 기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전력 사용량이 적어 배터리로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총 4가지 LED가 쓰였는데 잠을 청할 때는 수면 유도 효과가 있는 청색 LED, 기상용으로는 백색·황색·적색 LED가 빛을 발산한다.
상쾌한 아침맞이 종합 선물세트
두 사람의 알람시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접 제작한 조명제어장치다. 조명 전원제어와 시간 설정은 물론 서서히 켜질 수 있도록 디머(Dimmer)까지 곁들여져 있다.
여고생 둘이서 하나의 완성된 임베디드 프로그래밍을 한 것이다. 또한 시계와 공기 패드를 연결, 미리 지정해 놓은 기상시간이 되면 몸 아래에 깔고 자던 패드가 조금씩 부풀면서 상체가 들리도록 설계하는 등 스트레스 없는 아침맞이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마련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빛 알람시계는 한 마디로 '기상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 이는 시제품일 뿐이다. 그래서 상용화 가능성을 넌지시 물어봤다. 수현 양은 이렇게 답했다.
"발명품을 상용화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성과 상품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해요. 경제성의 경우 대량 생산을 한다면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봐요." 이 부분에서 다소 의구심이 든다. 정말 대량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많은 수요가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이를 알고 있다는 듯 재원 양이 마치 준비된 답변처럼 말을 이었다.
"빛 알람시계 청색 조명이 숙면을 도와주고 빛과 공기패드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고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잠을 깨워 준다는 부분을요. 분명 원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 요." 이 외에도 두 학생은 저전이 친환경 조명인 LED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터리가 아닌 태양전지로 전력을 얻을 수 있도록 개량하거나 알람시계를 액자 형태로 제작,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쓴 것을 먹으면서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하나의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발명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두 사람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 진학에 가장 중요한 시절이라 할 수 있는 고교 2·3학년 학생이었던지라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의기소침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수능시험과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도 시간을 쪼개서 발명에 투자할 때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었다"고 두 사람을 입을 모았다. 지금의 결과는 문자 그대로 고진감래였던 것이다. 수현 학생은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다. "뭐든 기초가 중요하잖아요. 기초가 잘 깔려 있어야 기반이 든든한 법이니까요. 순수학문을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발명도 전문적·체계적으로 하고 싶어요." 재원 양 또한 벌써 진로를 정한 상태다.
신소재공학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장래 희망도 이 분야로 정했다. 거미줄에 착안한 고탄력 탄소섬유를 개발한 것처럼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모든 학생이 수현 양과 재원 양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꿈을 향한 질주는 분명 칭찬받기에 충분하다. 이는 비단 발명과 학업을 동시해 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게 아니다. 두 학생이 끈기 있게 밀고 나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하는 것이다.
서영진 기자 art 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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