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간 파퓰러사이언스의 과학칼럼니스트 시어도어 그레이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매달 위험천만한 실험을 진행했다. 목숨을 걸고 유독 화학약품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맨손을 초저온 액체질소에 넣기도 했다.
최근 그가 지금과는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일본의 TV프로그램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학교'에 출연, 자신을 대신해 출연자들을 위험한 화학약품에 노출시키기로 한 것. 이 프로그램은 선생님들이 연예인으로 구성된 학생들에게 수업을 실시하는 콘셉트로 진행되는데 그레이는 과학교사로 초빙됐다.
이날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일본의 유명 과학교사인 덴지로와 그레이의 대결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일본 최고, 미국 최고의 미친 과학자로 소개되며 세계 최고의 미친 과학실험가의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맞수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은 총 4번의 실험을 수행했다. 그 중에서 그레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일렬로 세워진 학생들의 손바닥 위에 부탄과 수소 혼합가스를 주입한 비눗방울을 올려놓고 한쪽에서 불을 붙여 연쇄적으로 터뜨리는 실험이었다.
사실 그레이는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맨 마지막 비눗방울에 수소와 산소 혼합가스를 넣었다. 그 비눗방울은 다른 것에 비해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으며 이를 올려놓고 있던 출연자는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어올랐다.
이를 본 방청객들은 큰 웃음과 함성을 질렀다. 대본에 미리 적혀있었던 데로 이 세기의 대결은 결국 무승부로 끝나며 두 사람은 우위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레이는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인들이 학교나 실험실이 아닌 가정집에서 직접 실험하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실험용 수소 캔을 판매 중이며 대형 생활용품 체인점인 토큐 핸즈에는 비커, 분젠 버너, 화학약품 등 과학실험에 필요한 일체의 용품이 진열돼 있다.
누구나 손쉽게 집에서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몇 달 동안 그레이는 방송에서 시연했던 실험을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유감스럽게도 방송과 달리 멋진 주제음악이나 기괴한 의상까지는 전해줄 수 없지만 말이다.
주 의
산소-수소 / 혼합가스 비눗방울 폭발 실험은 손바닥에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된 실험은 엄격한 안전조건 하에서 의료진과 소방당국 관계자의 입회 하에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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