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봄철에도 ‘고용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IT 기업들은 서서히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채용 기지개를 펴고 있다. 채용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면접도 화상으로 진행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풍경도 달라졌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달 30일 이동통신 업계 최초로 ‘언택트 채용’을 도입해 인재 영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온라인 채용 설명회 ‘T커리어 캐스트’를 SK(034730)그룹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한 바 있다. 오프라인 채용 설명회를 대체하는 첫 온라인 설명회에선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후 서류 전형이 지난 10일까지 마감됐으며 앞으로 SK종합역량검사(SKCT)와 화상면접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SKT 관계자는 “지원자와 평가자가 실제로 만나 대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온라인 화상면접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택트 채용’의 제한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면접관 교육도 강화했다. 면접관들은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만 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
라인 역시 2020년 신입 개발자 공채를 100% 언택트로 진행 중이다. 현재 온라인 코딩테스트를 합격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 전형까지 끝마쳤다. 5월 중순 1차 면접과 6월 초 최종 면접 모두 라인 그룹콜 등을 활용해 화상으로 이뤄진다.
라인은 그동안 경력직의 경우 화상면접을 진행해 온 경험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면접관이 출장을 가는 등의 상황에 맞춰 경력직을 화상면접으로 뽑은 경험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이뤄지는 경력직 채용에도 화상면접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는 상시 경력 채용을 언택트로 진행하고 있다.
IT 서비스 업계는 LG(003550) CNS와 SK C&C, GS(078930) 네오텍 등이 화상면접으로 인재를 뽑고 있다. LG CNS는 지난달 초부터 모든 경력직을 화상 면접을 통해 뽑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SK C&C도 경력직 채용의 인성면접과 직무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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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인턴 채용 면접이 6월경 예정돼 있는데 그때도 코로나19가 계속된다면 화상면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GS네오텍의 경우 올해 상반기 IT사업부의 공개 채용을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를 활용해 진행했다. 지원자가 사전 고지된 시간에 ‘아마존 차임(Amazon Chime)’에 접속해 면접에 참석하고 면접관은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질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예정돼 있는 2차 임원 면접 역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대면 혹은 언택트 방식 중 선택할 계획이다.
IT 기업들이 언택트 채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면접관과 지원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IT 기업들은 이미 원격 툴 사용에 익숙한 만큼 선제적으로 채용을 온라인에 접목시켰다.
이번 언택트 채용이 다양한 인재를 끌어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장소 제약 없이 누구든 면접을 볼 수 있는 만큼 해외나 지방에 있는 인재들도 채용 과정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인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지방이나 해외에 거주해도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면접에 응할 수 있고 이동이나 대기에 필요한 시간도 줄일 수 있다”며 “실제로 이번 신입 공채 때 해외에 있는 인재들의 지원이 대폭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구직자들 역시 오프라인 채용 전형이 잇따라 취소·연기되는 상황에서 언택트 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2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7%가 실제 채용 위축을 체감하고 있으며 그 중 61.4%는 언택트 채용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택트 채용을 원하는 이유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부담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4.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언제 어디서나 전형에 응시할 수 있어서 53.3% △더 많은 응시 기회가 주어질 것 같아서 38.6% △일정이 겹쳐 포기하는 일이 없어서 24.4% △온라인 방식이 훨씬 편해서 17.9% △직접 인사담당자와 대면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17.6% △경쟁자 영향을 받지 않고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16.8% △지방, 해외 등 지원할 수 있는 기업 폭이 다양해져서 10.4% 순이었다.
/권경원기자·오지현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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