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가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기로 확정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이번 투자로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 1~4위가 모두 한국에 연구·생산시설을 마련하게 됐다.
7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AMAT는 이르면 이달 경기 남부 지역에 R&D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한미 공급망 동맹이 가속화하면서 그간 진행하던 부지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종 결단을 내렸다. 최근 미국 램리서치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의 한국 R&D센터 신설·증설 투자 규모가 2000억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AMAT의 투자 액수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법인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코리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0여 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최대 300명을 추가 고용할 방침이다.
AMAT가 R&D센터 건립을 결정한 것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는 한국의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과 지근거리에서 협력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 제조 업체들과는 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와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투자 결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을 직접 마주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장비 공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AMAT는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매출·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시스템·메모리 등 반도체 공정과 관련된 장비 대다수를 제작한다.
AMAT의 진출로 한국은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 가운데 3곳의 R&D 거점으로 부상했다. 나머지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극자외선(EUV) 트레이딩센터 등 반도체 클러스터 쪽으로 투자에 나섰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소식을 공유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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