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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구두의 꿈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8.18 20:31:17구두의 꿈-홍은택 作소우주 하나 두 팔로 떠받치고굳은 살 두터운 아스팔트 걷는다혼자서는 갈 수 없는 먼길을서툰 걸음 그대와 보폭을 맞추며걷고 또 걸어 길 위에서 보낸 내 한평생온몸으로 전해오는 그대 삶의 무게가 콧등이 시큰하도록 기꺼웠었지하루의 끝에 서도 길은 끝나지 않아더 가야 할 길이 눈앞에 펄럭이는데우주를 내려놓고 이제 그만 쉬라 한다두 어깨의 한없는 가벼움에 놀라 깬 새벽그 허전함에 다시 또 잠들지 -
[시로 여는 수요일] 原石(원석)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8.11 20:37:55原石(원석)-정진규 作사람들은 슬픔과 외로움과 아픔과 어두움 같은 것들을 자신의 쓰레기라 생각한다 버려야 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줍는 거지 사랑하는 거지 몇 해 전 집을 옮길 때만 해도 그들의 짐짝이 제일 많았다 그대로 아주 조심스레 소중스레 데리고 와선 제자리에 앉혔다 와서 보시면 안다 해묵어 세월 흐르면 반짝이는 별이 되는 보석이 되는 원석(原石)들이 바로 그들임을 어이하여 모르실까 나는 -
[시로 여는 수요일] 만항재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8.04 20:16:33만항재-박현수 作만항재에서 고한으로 내려오는 버스였다처녀가 운전기사에게 가서 무어라 속삭였다귓불까지 빨갛게 달아 있었다거울에 버스기사의 눈웃음이 얼핏 비치었다바람 센 길모퉁이에 버스가 멈추었다처녀는 버스 뒤로 가서들풀들 사이에 치마를 펼쳐놓고 주저앉았다쑥부쟁이며 구절초, 각시취, 엉겅퀴 사이로익모초 같은 머리카락만 흔들렸다이윽고 쑥쓰러운 표정으로 처녀가 버스에 올랐다몸이 단 들꽃 향기도 우르르 올 -
[시로 여는 수요일] 사색의 다발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7.28 20:58:57사색의 다발-이기철 作구름 흩어지고 나면 골짜기는 온통 달빛의 모래밭이다높은 곳에 둥지 튼 새들은 가장 늦게 어두워지고 가장 먼저 그날의 햇빛을 받는다상수리 열매는 무거워서 떨어지는 것 아니고 제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는 것이다온종일 느티 그림자가 땅 위를 비질해도 가랑잎 하나를 옮겨놓지 않는다흙탕물은 아무리 흐려도 수심 위에 저녁별을 띄우고흙은 아무리 어두워도 제 속에 발 내린 풀뿌리를 밀어내지 않는다벼 -
[시로 여는 수요일] 이사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6.30 16:05:31- 서수찬전에 살던 사람이 버리고 간헌 장판지를 들추어내자만 원 한 장이 나왔다어떤 엉덩이들이 깔고 앉았을 돈인지는 모르지만아내에겐 잠깐 동안위안이 되었다조그만 위안으로 생소한집 전체가 살만한 집이 되었다우리 가족도 웬만큼 살다가 다음 가족을 위해 조그만 위안거리를 남겨 두는 일이숟가락 하나라도 빠뜨리는 것 없이잘 싸는 것보다중요한 일인 걸 알았다아내는목련나무에 긁힌 장롱에서 목련향이 난다고 할 때처럼 -
[시로 여는 수요일] 의자들이 젖는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4.05.13 17:31:35의자들이 젖는다- 윤제림새마을 깃대 끝에 앉았던 까치가 일어난다까치 의자가 젖는다평상에 앉았던 할머니가 일어난다할머니 의자가 젖는다섬돌에 앉았던 강아지가 일어난다강아지 의자가 젖는다조금 전까지 장닭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던녹슨 철제 의자가 젖는다포, 포, 포…… 먼지를 털면서 흙바람이 일어난다의자들만 남아서 젖는다봄비다.까치를 받쳐주고 할머니를 받쳐주고 강아지를 받쳐주고 장닭을 받쳐주던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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