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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돈 굴릴 곳 없다" 한숨...MMF잔액 사상 첫 130조 돌파
증권 재테크 2016.08.09 17:21:03A투자자문사는 요즘 30억원가량의 자본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피’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글로벌 증시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일부는 중국 공모펀드나 벤처펀드 등에 투자했지만 여전히 적잖은 금액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담아두고 있는 이유다. 금융투자사조차 투자처를 고민할 만큼 기업들 사이에 “돈 굴릴 곳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MMF가 사상 처음으로 130조원을 돌파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MMF 순자산액은 130조1,18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35조원(약 37%) 급증한 수치다. 이전 최대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일의 129조6,454억원이었다. 단기금융상품인 MMF는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으로 꼽힌다. 현재 단기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MMF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1.8%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MMF 순자산액의 빠른 증가는 개인보다 기업이 이끌었다. MMF 전체 순자산액 중 법인 MMF가 차지하는 비중은 79%(102조9,520억원)로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2011년 말 법인의 비중은 67%, 개인은 33%였다. 5년 새 12%포인트가 증가했으며, 특히 올 들어서만 8%포인트가 급증했다. MMF를 포함한 펀드시장 전체를 봐도 MMF의 기세는 맹렬하다. 연초 이후 5,0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된 펀드 54개 중 33개가 법인용 MMF일 정도다. ‘파인아시아법인MMF’는 2조2,355억원, ‘삼성스마트MMF법인’은 1조6,377억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빨아들였다. MMF의 이 같은 ‘인기’와 함께 환매조건부채권(RP), 채권형 펀드 등으로도 자금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대고객 RP 매도잔액은 올 들어 3조2,741억원 늘어난 74조8,408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공모 채권형 펀드 순자산액은 올 초 18조9,945억원에서 이달 5일 26조2,701억원으로 7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공모 주식형 펀드 순자산액은 올 들어 62조4,294억원에서 58조8,625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돈은 넘치는데 투자는 않는 상황”이라고 이 같은 현상을 요약한다. 국내 30대 기업집단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26조5,000억원으로 2006년의 25조5,000억원에서 396%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활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데다 저금리와 박스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 MMF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의 유동성은 확대됐는데 투자할 곳이 없어 자금의 단기화·부동화 현상이 심해졌다”며 “가장 손쉬운 투자처인 MMF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도 MMF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은행 부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영향,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은 신흥국 경기 등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화완화 정책과 변동성 증가로 MMF에 돈이 몰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지만 수년째 MMF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시중 부동자금이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 실장은 “현재 가장 사회적·경제적으로 효용성이 높은 활용 방안은 부동자금이 기업금융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금융, 중소기업 펀드 등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거래량 세계 1위서 작년 12위로 추락...파생상품시장 거꾸로 돌린 '투자 규제'
증권 재테크 2016.08.08 18:13:52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올해로 개장 20주년을 맞아 ‘성인식’을 치렀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1996년 개설된 후 2001년 파생상품 거래량 8억6,600만계약으로 전 세계 거래소 가운데 1위에 오른 후 10년간 선두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2012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7억9,490만계약으로 10여년 전의 거래량에도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량 순위는 12위까지 미끄러졌다.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금융당국의 성급한 정책이다. 금융당국은 2009년 4월 주가연계증권(ELS) 불공정거래 사건, 2010년 11월 도이치 옵션 쇼크 등이 터지자 불과 서너 달 뒤에 각종 규제를 내놓았다. 코스피200 옵션거래승수는 5배 인상됐고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매도·매수호가 제한 제도가 시행됐다. 선물·옵션 투자자들의 기본 예약금이 3,000만원으로 2배가량 인상됐다. 당국의 규제 강화로 개인을 비롯해 기관투자가의 이탈은 극심해졌다. 일평균 30조원 수준이던 선물 거래대금은 2014년 이후 18조~19조원으로 줄었고 옵션 일평균 거래대금도 1조원 이상에서 7,000억원대로 급락했다. 국내 증시가 최근 몇 년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변동성이 떨어진 것도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된 이유다. 파생상품은 연중은 물론 일중에도 코스피지수 등 각종 지수들의 변동성이 커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규제 카드를 꺼내 들어 시장 존립 자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경우 2000년대 개인투자자 대상의 구조화 상품에 대한 불안전판매가 문제를 일으키자 2006년부터 당국과 업계가 개선 방안을 논의해 6년 만인 2012년에야 합의안을 도출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년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것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사고 원인과 대책이 나올 때까지 최소 1년이 넘게 걸린다”며 “엄청난 자금이 움직이는 파생상품시장에서 사고에 대한 대책을 너무 성급하게 내놓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답은 정해져 있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인 결과 증권사의 능력은 약화됐고 투자자는 아예 시장을 등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예탁금 규제 같은 오래된 규제는 제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시장을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 연구원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파생상품 백서를 발간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탁금 제도는 파생상품시장이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20년이나 이어져온 규제로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최소한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데스크 칼럼]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조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6.08.08 16:55:41[데스크 칼럼]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조건 권구찬 증권부장 블랭크파인회장 구제금융 받고도 건재 실패 용납 없는 한국에선 상상 못해 덩치경쟁은 필요조건 일뿐 충분조건 아냐 노하우 네트워크 인적자원 중요 한국판 골드만삭스.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내놓자 다수의 신문 제목에 담긴 표현이다. 시중 은행에 익숙한 일반인이 보기에 IB 개념이 어려우니 글로벌 IB의 대명사 격인 골드만삭스를 끌어다 쓴 것으로 짐작된다. 기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관련 브리핑에서 골드만삭스의 ‘골’자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낯설지 않은 것은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자본시장 육성방안을 내놓을 때마다 유태계 투자은행 모델을 낡은 레코드판 틀듯 들먹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모델은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 금융 허브 구상의 핵심 키워드였고 MB정부가 추진한 자본시장 통합작업의 아이콘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산업은행이 망한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겠다고 덤벼들면서 글로벌 IB 만들기는 절정에 달했다. 글로벌 IB 구상을 구체화한 첫 작품은 2013년 나왔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5개 증권사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라는 난해한 업역을 신설한 게 그것이다. 금융당국은 3조원으로는 성에 안 차는지 지난주 4조원과 8조원짜리 초대형 IB를 만들겠다고 했다. 좋게 말하면 정책 일관성 유지이지만 집념 내지 집착 같은 느낌이 든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골드만삭스는 ‘넘사벽’ 같은 존재다. 아무래도 미증유의 외환위기를 겪은 것이 결정적인 것 같다. 국내 기업들이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인수합병(M&A) 업무는 글로벌 IB의 독무대였으니 말이다. 천문학적 차액을 남기고 떠난 대형 헤지펀드를 닭 쫓던 개처럼 씁쓸히 지켜보면서 ‘그럼 우리는 뭐지’라는 질시 섞인 자괴감은 ‘우리도 해 보자’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 역시 봉이야’라며 속으로 비아냥댈 것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었을지도 모른다. 외환위기 직전 외화자금과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자본의 쓴맛을 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국장 시절부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입에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조건은 무엇인가. 금융당국이 얼마 전 내놓은 것처럼 덩치의 경쟁력은 중요한 요건이다. 밑천인 자기자본이 두둑해야 통 큰 베팅으로 모험을 걸 수 있다. 자본시장이 양 떼가 뛰노는 초원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인 이상 이런저런 규제로 옭아맨다면 플레이어들의 손발을 묶어두는 격이다.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으라고 등 떠밀고서는 외환 건전성 잣대를 들이대거나 외화 유출을 걱정하다가는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대형 IB로 가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글로벌 IB는 노하우와 네트워크·인적자원이 생명이다. 140여년 역사의 골드만삭스는 1930년 대공황과 2차례의 세계 전쟁, 숱한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진화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망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1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1년도 채 안 돼 갚아버렸다. 몇몇 경쟁자들이 사라지면서 내공은 더 단단해졌다. 쓰레기 같은 모기지 파생상품을 팔아치운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와병 중임에도 10년째 건재하다. ‘돈 버는 기계’로 불리는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 제조업이 개발시대에 가용자원을 한데 몰아줘 일취월장했지만 자본시장에서의 퀀텀 점프란 여간해서는 어렵다. M&A만으로도 해결하지 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본 노무라증권이 리먼브러더스 미국법인을 인수했지만 월가의 스타들은 죄다 떠나버렸다. 노하우 축적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 실패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 문화로 수용하느냐이다. IB가 사고 쳤다고 규제부터 챙기는 당국, 그렇게 하도록 등 떠미는 정치권과 여론의 비판에 모험 자본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망망대해 10곳의 광구 가운데 1곳만 상업적 채굴이 가능하다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9곳의 실패를 우리 사회는 아직 용납 못하지 않는가. 덩치가 크다고 반드시 모험 자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인내할 용기가 없다면 초대형 IB 육성은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메아리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의 말마따나 ‘야성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chand@@sedaily.com -
[초대형 IB 육성안] 자발적 M&A로는 글로벌 IB 한계…'당근책'으로 덩치경쟁 불붙여
증권 정책 2016.08.02 22:24:41미래에셋대우(006800)(미래에셋증권(037620) 합병)·NH투자증권(005940)·KB증권(현대증권(003450) 합병) 등 대형 증권사가 1년 이하 단기어음을 찍어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몸집을 8조원까지 불리면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은행처럼 고객의 여윳돈을 받아 기업에 대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중 자본시장 관련 법령을 고쳐 육성 방안을 내년 2·4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업무 범위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3단계로 구별했다. 대형 증권사에 각종 업무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차등 허용하기로 한 것은 금융투자 업계의 자발적인 기업 인수합병(M&A)만으로는 초대형 IB 탄생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날수록 혜택을 주는 ‘당근책’을 통해 국내 대표 증권사의 아시아 지역 10위권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통합 후 국내 1위 증권사로 뛰어오르게 될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6조7,000억원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12위 수준에 그친다. 아시아 1위 증권사인 노무라의 자기자본은 28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초대형 IB 기준은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특혜 시비를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계획대로 5조원 또는 7조원으로 정하면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통합 KB증권(현대증권 합병·3조8,000억원)조차 수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처다. 금융 당국이 제공하는 인센티브의 핵심은 덩치 큰 증권사에 한해 자금조달 통로를 활짝 열어준다는 데 있다. 발행어음은 증자나 회사채와 달리 공시 규제를 받지 않고 발행절차도 간편하다. 종합금융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유사한 IMA 업무가 허용되면 고객으로부터 무제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재 대형 증권사조차 환매조건부채권(RP)과 주가연계증권(ELS)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무려 73%에 달한다. RP와 ELS는 발행어음이나 IMA에 비해 헤지 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가 발행어음과 IMA를 활용하면 1,100%로 제한된 레버리지(외부자금 조달) 비율을 1,300%로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당근책은 자금조달 수단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현물환 매매(계약과 동시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를 할 수 있고 8조원까지 늘리면 은행에만 겸업이 허용된 부동산 담보신탁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에 대한 지원 역시 육성 방안에 담겼다. 증권사가 해외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투자할 때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관여하고 중소·중견기업의 M&A를 주관하면 성장사다리펀드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대출자산의 만기가 길어도 신용등급이 높으면 재무건전성지표(NCR)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이 적용 대상이다. 다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도입 3년 만에 전면 손질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금융당국이 새 먹거리만 계속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증권사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지 자기자본의 많고 적음에 따라 업무 차별을 두면 자생력을 키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
[초대형 IB 육성안] 셈법 복잡해진 증권사
증권 재테크 2016.08.02 18:09:23증권사의 자본력에 따라 차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방안이 2일 공개되면서 증권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오는 11월 통합 법인 출범으로 초대형 IB 육성 방안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되는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 자료를 내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방안은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상당히 의미 있는 정책”이라며 “초대형 IB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사업영역에서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이 덩치 키우기를 선언한 만큼 당국의 방침에 맞춰 추가 합병과 증자 등 어떤 형태로든 자기자본 8조원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도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박스권 장세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국내 자본시장에 이번 정책이 모험자본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금융투자업계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가장 먼저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3조2,000억원)으로 평가된다. 대우증권·현대증권(003450) 인수전에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증권사 대형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탄도 두둑한 것이 장점이다. 유상호 한투증권 대표가 평소 한국형 IB 기준과 관련해 처음부터 높은 진입장벽을 쌓는 것보다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밝혀왔던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4조원을 맞추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이번 방안이 회사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증권을 합병하면 자기자본 3조8,000억원인 KB투자증권은 금융지주의 자금력을 감안하면 2,000억원 증자가 크게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던 삼성증권(016360)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금융당국이 기존의 3조원 외에도 4조·8조원의 기준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더 이상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자본확충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기자본 7,139억원인 하이투자증권이 3조원대 증권사 사이에 ‘폭풍의 눈’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들 대형 증권사들이 4조원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
"베트남선 외국 금융사 더 신뢰...10년 노하우 담은 펀드 선뵐 것"
증권 재테크 2016.08.02 17:21:58“궁극적으로는 베트남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베트남 고객들이 외국계 금융사를 신뢰하는 만큼 좋은 상품이라면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소진욱(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호찌민 사무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베트남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사무소 형태라 현지인들에게 펀드를 판매할 수 없지만 법인을 설립하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올 초부터 시장조사 등 현지 법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 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06년 베트남 사무소를 설립할 때부터 참여해 올해로 베트남 생활 10년째를 맞는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을 보면 언뜻 베트남 사람 같아 보일 정도다. 베트남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베트남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뭘까. 소 소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2012년부터 내수, 부동산 순으로 서서히 베트남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외국계 기업들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신발·섬유류가 아닌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 있던 공장들이 이곳으로 점차 옮겨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에도 중국의 화웨이 같은 기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 소장이 처음부터 베트남의 미래를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은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시간이었다. 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산 인프라가 부족해 매일 직접 객장에 나가 주가를 확인하고 하루 20분씩 3회만 허용되는 동시호가로 매매를 했다”고 전했다.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왔지만 당시 베트남 시장은 생각보다 리스크가 컸고 거품마저 끼어 있었다. 이 때문에 초창기에는 주식은 엄두를 못 내고 채권 중심으로 투자했다. 고수익 투자 대상을 발굴하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펀드매니저가 채권에만 투자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소 소장은 “일개 펀드매니저가 그런 결정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다행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현지 사정을 잘 이해해주고 시간을 줬다”며 “이 때문에 2007년 1,100포인트까지 올랐던 VN지수가 2009년 235포인트로 폭락할 때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로 뛰는 투자’로 그가 운용하는 ‘미래에셋베트남’은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6년 현지 사무소 설립과 동시에 출시해 소 소장이 지금도 운용하는 이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73.74%로 벤치마크(10.01%)를 훌쩍 웃돌고 있다. 소 소장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금융투자사들이 ‘교과서적인 현지화’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진국이라면 잘 다듬어진 사회 시스템에 맞춰 현지화가 가능하지만 베트남 같은 신흥국은 전반적인 여건이 성숙하지 못하다”며 “교과서적인 현지화에 집착하지 말고 시장에 맞춰 유연히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호찌민=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한국증권사는 믿을만하다"...베트남 큰손 선뜻 투자
증권 재테크 2016.08.02 17:19:33지난달 19일 베트남 호찌민시의 번화가인 레라이 거리에 위치한 현지 2위 증권사 ‘호찌민 증권’ 본사. 호찌민 증권의 이코노미스트가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호찌민 사무소 주식운용팀장 등을 대상으로 호찌민증권의 수익성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호앙꽁뚜안 호찌민증권 커뮤니케이션 실장에게 현지에 진출해 있는 KIS베트남 등 한국 금융투자사들에 대해 묻자 “호찌민증권의 경쟁사는 외국계 증권사이고 그 중 KIS베트남은 유력한 경쟁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업체들의 인력 확보 전략, 사업 전략 등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날인 20일 오후 KIS베트남 지점에는 하나둘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KIS베트남의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듣기 위해서다. 5억동(약 2,485만원)을 KIS베트남을 통해 투자한다는 누푸옥틴(38·여)씨는 “KIS베트남은 선진 금융시장을 앞서 경험한 믿을 만한 증권사”라고 말했다. 5억동은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한화로 3억원 정도의 가치다. KIS베트남은 2010년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 베트남 증권사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의 씨앗을 틔우고 있다. 과거 실패 경험을 기반으로 ‘될성부른’ 시장에서 끈기 있게 체력을 다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아시아,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2000년 주식 거래가 처음 시작된 베트남 금융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 호찌민 거래소의 VN지수는 2007년 1,000선을 넘기도 했지만 금융위기로 반 토막 난 후 더딘 회복을 하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 열풍에 베트남에 뛰어들었던 외국계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하지만 한국 증권사들은 예외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037620)·NH투자증권(005940) 등이 현지 투자를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07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40명 규모의 법인과 2개 지점을 운영하면서 이르면 연말까지 1개 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올 들어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자본금을 늘리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남안증권 지분 100%를 인수하며 베트남 사업을 본격화했다. 운용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피데스자산운용 등이 호찌민에 사무소를 두고 직접 베트남 기업들을 탐방하며 베트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각각 ‘한국투자베트남’ ‘미래에셋베트남’ ‘피데스신짜오사모1호’ 등이 대표 펀드다. 배승권 팀장은 “향후 10년간 ‘넥스트 차이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베트남 시장의 상승세를 투자자들에게 수익률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NH투자증권이 현지에 ‘NH코린도증권’을 설립하고 100위권에서 20위권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지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딩증권’을 인수해 온라인 1위에 오르고 전체 시장점유율 3위로 끌어올렸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미래에셋대우의 인도네시아 성공 사례를 배우라”고 독려할 정도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성공 비결은 앞서 뼈아픈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0년 초반부터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붐이 일었지만, 실속보다는 겉치레에만 집중하며 정보·네트워크 등이 우월한 현지 금융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때 증권가에는 “글로벌 금융사가 되려면 홍콩법인 정도는 있어야지”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선두를 다투는 증권사들은 최근 수 년 간 런던, 홍콩 등의 법인을 잇따라 청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재 국내 증권사 실적에서 해외 점포(지사·법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당기순이익의 1%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가 있는 나라는 중국(20개)이지만 이들은 지난해 약 30만달러(3억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 점포는 2011년 86개에서 올 1·4분기 65개로 감소했다. 이 같은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글로벌 거대 금융사들과 곧바로 경쟁하기보다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시장을 우선 공략, 향후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베이스캠프로 삼으라는 것이다. 당장 골드만삭스를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아세안 시장에서는 가장 단기간 내에 ‘세미 골드만삭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키워드는 ‘현지화’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사무소 시절부터 8년째 현지 사업을 도맡고 있는 오경희 KIS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기본적인 현지화를 이룬 만큼 베트남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IS베트남은 VIP를 대상으로 한국을 직접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현지 투자은행(IB) 시장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아직 해외 진출의 초기 단계인 만큼 브로커리지 위주로 진출할 수밖에 없지만 현지 기업들의 채권발행·유상증자·기업대출 등을 맡을 수준까지 현지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공 사례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KIS베트남은 LS전선아시아·화승비나 등 국내 기업 베트남법인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현지 국영기업인 ‘팅니아그룹’의 상장을 주관했다. 이어 현지 기업 수 곳의 상장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의 소위 ‘블루칩’ 기업 10~15곳 이상을 모아 한국에서 투자 로드쇼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도 현지 기업 ‘비나인콘’의 상장 작업을 도맡은 데 이어 꾸준히 트랙 레코드를 쌓아나가는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꾸준한 투자는 필수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고경영자(CEO)가 2·3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해외 진출이 어렵다”며 해외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호찌민=유주희기자, 서울=박민주기자 ginger@@sedaily.com -
[창간 특별인터뷰] 위언 블랙스톤 부회장 "선진국 침체땐 회복 카드 마땅찮아...세계경제 최대 위험요인"
국제 국제일반 2016.08.01 18:49:21“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우려 요인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어떤 예기치 못한 이유로 갑작스러운 침체에 빠졌을 때 위기극복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의 바이런 위언 부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 통화완화 정책의 효과는 이전보다 크게 떨어졌고 재정확대는 미국·유럽 등의 보수정당이 반대해 시행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주요 국가들에 또 다른 금융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경기부양 실탄이 거의 바닥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0.2~0.3%포인트 낮아진 1.7%에 그치겠지만 금융위기나 경기침체로까지 발전할 위험은 낮다고 내다봤다. 중국에 대해서도 경기둔화에다 은행 부실, 부동산 가격 하락, 자본유출 등의 우려에도 경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회복세가 괜찮은 수준이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그리스 사태 등이 언제든지 다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인터뷰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블랙스톤 사무실에서 지난달 13일 이뤄졌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말해달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다수 기관이 3% 이상의 성장률을 전망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라고 본다. 미국과 중국 성장률은 각각 2% 미만, 4~5%대이고 일본은 1%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예상한다. 많은 신흥국은 경제침체를 겪고 있고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를 넘기는 어렵다고 본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일부에서는 유럽연합(EU)이 추가 탈퇴하려는 회원국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영국에 벌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그러지 않기를 희망한다. 양측은 무역관계를 지속하거나 영국이 EU 단일시장의 일부로 남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점진적 철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브렉시트는 영국은 물론 유럽, 전 세계 경제의 성장 후퇴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취약해졌더라도 2007~2008년과 같은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가. △올해 초 시장 대다수의 미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가 2.0~2.5%였을 때 나는 2% 미만을 예측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과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장기간 30만명을 밑도는 등 노동시장이 탄탄해지고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연준이 미 경제 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올 12월 한 차례만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느린 가운데 브렉시트 여파와 미국 대선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는데. △(저명한 국제안보 전문가인)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대 교수는 브렉시트와 국수주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적 취약성, 중동의 난민위기와 테러 공포, 러시아 침략이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론과 고립주의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는 포퓰리즘을 반영하며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은 불평등 증가와 기회박탈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반인들은 낮은 임금에 만족하는 이민자 증가로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는 아니지만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는 멕시코, 무슬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 적대적이다.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 주요 교역 대상국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 -유럽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정도로 예상한다. 회복세가 느리지만 괜찮은 수준이다. 난민위기는 통제하에 있고 일자리도 다소 창출되고 있다. 문제는 많은 회원국을 거느린 EU가 비대해지면서 중앙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다. 관료주의와 각종 규제에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인력감축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그리스가 EU를 지속적으로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국가부채 상환 시기를 연장하겠지만 그리스가 돈을 갚을 가능성은 낮다. 그리스는 부정부패가 심하며 사람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산업기반이 협소하다. 독일 같은 강대국이 언제까지 취약국가들을 지원할지 의문이다. -브렉시트 여파에 일본·유럽 등에서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가 없고 있더라도 일시적이라고 본다. 금리가 낮아졌다고 소비자와 기업들이 소비·투자를 늘릴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난해 시중 유동성 공급액은 중국 13.3%, 미국 5.7%, 유로존 5.4%, 일본에서 3.2%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에 미친 영향은 지극히 작았다. 2010~2015년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2%에 불과했다. 돈은 다 어디로 갔나. 상당 부분이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 같은 주가 부양, 위험자산 투자 등에 쓰였다. 반면 기업의 자본투자는 늘지 않았고 시간당 노동비용도 제자리걸음이다.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유럽 은행들이 예금에 대한 수수료 부과를 주저하면서 수익성 악화와 대출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스웨덴·덴마크·스위스 등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나라들은 3~12개월 뒤 주가가 하락하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주요국의 정책대응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기준금리는 이미 사상 최저치이고 추가 양적완화 정책은 이전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중앙은행들이 2008~2009년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다뤘지만 다음 위기 때는 비슷한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경기부양에는 재정확대가 더 효과적이지만 유럽의 보수정권이나 미국 공화당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만난 유럽 투자가들도 미국이나 유럽 가운데 한쪽이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성장회복 수단이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재정확대·통화정책·구조개혁으로 이뤄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세 개의 화살’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많은 일본인이 성장과 자산 창출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고 느낀다. 일본은 엔화약세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팽창 정책을 내놓았지만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수출은 타격을 받고 있다. 당국자들은 그 이유를 모른다. 일본이 4월 말 (시장 예상과 달리)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리더십 혼란의 신호라고 본다. -불안감이 많이 진정됐지만 중국 경제 경착륙과 자본유출 우려가 여전하다. △중국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4%대나 5%대로 예상한다. 6%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중국 경제가 확실히 둔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버블, 은행 붕괴에 따른 경착륙 전망은 소수에 불과하다. 중국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100여개나 있고 많은 인프라 개발을 필요로 한다. 중국 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주요 산업화 국가보다 낮아 증가 여지가 크다. 중국은 아직 연간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일본·유럽으로서는 놀라운 숫자다. 또 앞으로 중국에서도 많은 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이고 드론·애니메니션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는 없는가. △많은 기초산업의 과잉생산과 낙후된 시설, 은행 부실 등이 문제다. 은행 시스템이 중국 인민은행과 통합돼 있다는 이유로 은행 붕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도 틀릴 수 있다. 중국 부채는 2008~2009년 이후 50% 이상 늘고 위안화 가치 방어에 외환보유액은 20%나 급감했다. 중국 금융 안정성의 열쇠는 부동산이지만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자본유출이 문제다. 중국 부자들은 국내에서 투자기회가 줄고 중국 증시 등이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자 지난 몇 년 동안 돈을 해외로 빼내려 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장환경을 맞아 조언할 것이 있다면. △수익률 목표를 낮춰야 한다. 미래의 정상적인 투자 수익률은 10%보다는 5%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은 저금리와 시장변동 때문에 과거 절반의 수익률도 내기 힘들 수 있다. 세계 실질성장률 2%, 인플레이션 2%가 당신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률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바이런 위언 부회장은 경제·사회·정치트렌드 종합분석...탁월한 투자판단 ‘월가의 족집게’ 바이런 위언(83) 블랙스톤그룹 부회장은 ‘월가의 족집게’로 불린다.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 트렌트까지 종합 분석한 탁월한 투자 판단으로 지난 50년간 월가의 전설적 이코노미스트로 군림해왔다. 그가 지난 31년 동안 연초마다 발표하는 ‘10대 깜짝 예언’은 투자가들이 자신의 전략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침서로 꼽힌다. 매달 발간하는 ‘투자 에세이’는 전 세계 거물 투자가 1만7,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21년간 수석 미국투자전략가로 일했고 2009년 블랙스톤에 합류했다. 2000년 스마트머니닷컴 선정 ‘넘버원 전략가’, 2004년 스마트머니파워 선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30인’, 2006년 뉴욕매거진 선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6인’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와 공동으로 ‘소로스가 말하는 소로스’를 집필하기도 했다. ◇약력 △1933년 1월 미국 시카고 △1954년 하버드대 △1956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MBA △1959년 아모르리서치재단 컨설턴트 △1965년 브로카워 등 여러 금융기관 △1985년 모건스탠리 수석 투자전략가 △2005년 피퀏캐피털 최고투자전략가 △2009년~ 블랙스톤 부회장 △현재 소로스의 퀀텀펀드 이사, 링컨센터ㆍ프리츠커재단ㆍ존D앤캐서린T맥아더재단 등 투자위원회 위원 -
5년 수익률 -9.9%...공모 주식형펀드 8년새 41조 빠져나가
증권 재테크 2016.08.01 17:39:2941조원. 지난 2008년 이후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2008년 179조원(머니마켓펀드 제외)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해 지난달 28일 13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8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으며 전체 순자산의 약 4분의1이 이탈했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이 오히려 펀드를 외면하는 것은 처참한 수익률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80%다. 투자기간을 늘려보면 더 심각하다. 최근 2년 수익률은 -2.96%, 5년 수익률은 -9.90%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펀드가 오히려 은행보다도 못한 것이다. 자산운용 업계는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는 입장이지만 펀드매니저를 믿고 수수료까지 내면서 소중한 돈을 맡긴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수준의 성적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설정 초기 우수한 수익률로 인기를 끌어 ‘공룡펀드’로 성장한 펀드들도 ‘국민펀드’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꾸라지기 일쑤다. 오죽하면 ‘공룡펀드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실제 2001년 설정된 후 2008년 설정액이 11조원을 넘어섰던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경우 최근 5년 수익률이 -26.29%로 주저앉았다. 2007년 설정돼 2011년 설정액이 2조원에 육박했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역시 최근 5년 수익률은 -13.20%로 초라하다. 최근에도 이런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조 펀드로 성장한 ‘메리츠코리아’ 역시 지난달 29일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이 -11.34%이고 ‘KB중소형주포커스’는 같은 기간 0.2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가 펀드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투자해야 할 주식의 수도 늘어나지만 투자할 만한 주식이 생각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주가 전망과 유동성이 모두 좋은 종목을 고르다 보면 몇몇 종목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이 소수 종목의 주가에 좌우되는 경향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국민들의 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모펀드시장이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 공모펀드는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적은 금액으로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엔트리 상품’이어서 금융투자상품 중 가장 대중적이다. 많은 고객이 펀드투자를 통해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경험을 하면 다른 금융투자상품 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산운용 업계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할 것은 수익률 회복이다. 해외투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자산에만 투자해서는 기대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투자펀드의 순자산은 6월 말 66조4,448억원으로 2007년 말에 비해 2.5배 이상 증가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가 2009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에 다시 출시돼 해외투자여건도 좋아졌다. 비과세 해외펀드는 2월29일 출시된 후 6월 말까지 총 6,469억8,8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해외투자는 저금리 박스피 시대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투자자산을 담는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면서 “다만 높은 수익률만큼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자산운용사의 투자 전문성도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에 등록된 공모펀드 수는 3,672개인 반면 펀드매니저 수는 577명이다. 단순 평균으로만 계산해도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6개 이상의 펀드를 맡고 있는 셈이다. 김 실장은 “자산운용 업계는 전반적으로 근속연수가 짧고 공모펀드 수에 비해 펀드매니저도 매우 적다”며 “펀드매니저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 시장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펀드 운용의 투명성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펀드가 어떤 벤치마크를 추종하는지, 벤치마크 수익률을 밑돌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투자에 실패한 펀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운용사만 알고 있는 정보들을 투자자에게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펀드가 추종하는 벤치마크만 알아도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수익률을 스스로 어느 정도 전망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벤치마크와 추적 오차를 감안해 투자자들에게 미래수익률 전망치를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ETF, 공모펀드 시장 구원투수 될까
증권 재테크 2016.08.01 17:35:08상장지수펀드(ETF)는 위축된 공모펀드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부진한 액티브펀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인덱스펀드로 눈을 돌리며 ETF가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시장 규모는 전체 공모펀드의 10%인 23조원에 불과하다.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ETF에는 든든한 뒷배가 없다. ETF를 공모펀드시장의 구원투수로 등판시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담당할 기관투자가가 절실하다. ETF의 성장에 기관 참여는 필수적이다. 미국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연기금과 퇴직연금·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ETF 시장이 급성장했다. 현재 미국 ETF 시장 규모는 2조1,000억달러(약 2,335조원)에 달한다. 일본도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공적연금(GPIF)과 일본은행(BOJ)에서 주식투자 수단으로 ETF를 적극 활용한 결과 1,437억달러로 2011년 대비 230%나 늘었다. 이에 반해 국내 ETF 시장은 개인연금의 ETF 투자 금지 등 엄격한 운용 규제와 대체상품 부족 등으로 기관투자가의 ETF 활용이 저조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 ETF 시장에서 기관의 비중은 19.9%, 연기금의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기관의 비중이 59.3%에 달하고 이 중 연기금의 비중은 7~8% 수준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퇴직연금의 투자 대상 범위 확대 등 연기금의 ETF 편입 관련 규제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ETF 투자에 소극적이다. 특히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투자는 아예 없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ETF 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인덱스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ETF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ETF 투자를 하려면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는 기금운용지침을 바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절차상의 어려움도 있다.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ETF 시장 확대는 금융당국의 손을 떠난 상황이다. 시장 진입의 문은 열려 있다. 문제는 기관투자가가 시장에 들어와 투자할 수 있는 규모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와 자산운용 업계 등이 기관투자가를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래소는 올해 사상 최대인 80개 수준의 ETF를 신규 상장할 계획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27종목이 새롭게 출시됐다. 이용국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국민연금이 자체 인덱스펀드로 운용 중인 국내 주식형 이외에 해외형과 섹터형 ETF를 확충해 기관의 수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해 해외형 ETF 투자지역을 기존 미국·중국·일본을 넘어 베트남·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까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달 중순에는 전 세계 1,654개 글로벌 기업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월드 ETF’를 출시해 5조원가량의 기관투자가의 해외 직접투자 수요를 대체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스마트베타와 채권형 액티브 ETF 등 기존 액티브펀드를 대체할 수 있는 진화된 ETF도 선보인다. 아울러 거래소는 국민연금 실무진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국민연금의 ETF 시장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운용사들도 기관 마케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관투자가에 특화된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본부장은 “과거에는 단순히 ETF 상품 마케팅을 중심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기관이 ETF를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자산배분전략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30분 길어지는 '투자시계'...실적 부진 몸살 증권주 부활할까
증권 종목·투자전략 2016.07.29 18:25:07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주식거래시간 연장이 실적 부진에 몸살을 앓았던 증권업종 부활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사상 유례없는 초저금리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유입되며 유동성 장세를 펼치고 있는 만큼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져 증권사들의 실적과 주가 모두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주요 8개 대형 증권사들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154억원으로 전년 동기(9,194억원) 대비 44%가량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추정치 역시 4,38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올 2·4분기 증권업계의 실적이 반 토막 난 것은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운용손실이 반영된데다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외 불확실성에 보수적인 채권운용전략으로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한 점도 실적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 예상에도 주가는 오히려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증권업종지수(10.79%)와 KRX 증권지수(12.22%)는 한 달 새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32%)을 크게 웃돌았다. 실적 부진에도 증권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거래시간 연장으로 거래대금이 늘어나 증권사들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되면 거래대금이 3~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일 평균 거래대금 기준 약 2,600억~6,8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장기적으로 거래량 증가와 회전율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익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별 시뮬레이션 결과도 긍정적이다.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수탁수수료 수익을 기준으로 거래대금이 3% 늘어날 경우를 가정해본 결과 NH투자증권(005940)(103억원)과 미래에셋대우(98억원), 삼성증권(016360)(92억원) 등은 100억원 안팎의 수수료 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거래대금이 최대 8% 늘어날 경우 이들 대형 증권사의 추가 수수료 수익은 각사별로 200억원이 넘는다. 거래시간 연장은 과거에도 증권주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1998년과 2000년 거래시간 연장 당시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권주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2000년 5월22일 점심시간 휴장이 폐지된 후 한 달간 증권업종지수는 17% 넘게 급등하며 코스피 수익률(5.25%)을 3배 넘게 웃돌았다. 오전 거래시간이 1시간 늘어난 1998년 12월에도 증권업종지수(42.41%)는 한 달간 코스피 수익률(23.92%)을 크게 앞질렀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은 “거래시간 연장은 투자집행계획이 미리 짜여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보다는 개인들의 거래를 늘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며 “최근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추월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래시간 연장 효과가 과거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된 주가도 증권주의 또 다른 메리트다.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은 약 0.72배로 현재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변 센터장은 “증권업종은 초저금리로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가운데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과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는 등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주가도 과거 금융위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는 만큼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채권·부동산펀드 불티...증권사 '저위험+중수익 상품' 앞다퉈 개발
증권 재테크 2016.07.26 17:59:14#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인 ‘삼성코리아단기채권’에는 7,56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또 다른 채권형 펀드인 ‘한화단기국공채’와 ‘한국투자e단기채’에도 각각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저금리 시대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들 세 펀드에만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이들 펀드는 1년 미만의 단기 채권에 주로 투자해 안정성을 갖춘데다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9일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로 모집한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는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이 펀드는 서울 명동 소재 호텔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지급하는 상품으로 5%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1%대에 머물고 주식 시장마저 박스권에 갇히면서 단 1%포인트라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처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1,0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은 평상시에는 6개월에서 1년 미만의 은행권 예·적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머물러 있다가도 위험성은 낮추고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 출시되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수익률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동산 관련 펀드와 랩어카운트 신상품을 준비하거나 헤지펀드 출범을 서두르는 등 맞춤형 자산 관리에 혈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자의 수익률 눈높이가 낮아진 동시에 안정성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적정 수익률이 기준금리(1.25%) 수준에 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0.8%)을 더한 4% 중후반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서 채권형 펀드로의 이동이 대표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KG제로인에 의뢰해 올 초 이후 공모형 펀드(ETF 제외)의 자금 유출입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25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4조6,610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반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7,53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채권형 펀드는 최근 1년(2.94%), 2년(6.7%) 수익률에서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4.10%, -2.54%)을 압도했다. 이석형 현대증권 상품기획부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한은이 계단식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시중 금리를 웃도는 채권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공모 대비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수익률을 좇아 움직이는 자금과 관련이 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사모펀드의 순자산총액은 228조9,040억원으로 공모펀드(227조9,212억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박스권 장세에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다양한 자산에 각종 투자기법을 활용하는 사모펀드로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다. 랩어카운트 등 맞춤형 자산 관리 상품도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5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81조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13.2%)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이면서 기준금리 이상의 추가 수익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 수준 높은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난 결과다. 다만 최근 가입액이 다소 준 것은 3월 비과세 혜택이 부여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일부 이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위험·중수익 투자처인 부동산 투자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증권이 홈플러스 인수금융의 대출채권을 기초로 지난해 11월 발행한 파생결합증권(DLS)은 지난달 공모금액 450억원이 모두 팔려나갔고 미래에셋증권이 출시한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ABS)증권’은 예비청약 이틀 만에 모집액 2,500억원을 다 채웠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투자자들이 기대수익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안정성을 갖춘 상품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ABS 상품이나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도 이런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헤지펀드 출범을 위한 작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금융 당국은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도 사모펀드(인하우스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NH투자증권·교보증권·토러스증권 등 3~4곳이 겸업 신청서를 내고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르면 이달 말 3,0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며 교보증권은 10월을 목표로 채권 중심의 일반사모펀드와 멀티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선보인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
시총 6개월새 세계 14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박스권 韓증시' 중장기 활력 약화
증권 정책 2016.07.25 18:07:48한국 증시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가 14위로 올라서 6개월 만에 한 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시가총액 상승 폭은 글로벌 주요 증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한국 증시의 활력은 해외 증시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1조2,595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2.3% 증가했다. 세계거래소연맹 회원거래소 중 스위스에 이어 14번째이다. 세계 1위인 뉴욕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은 6월 말 기준 17조7,868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5.2% 증가했다. 특히 올 상반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상승에 힘입어 브라질(35.4%), 캐나다 토론토(17.4%) 등의 시총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등의 영향으로 67조1,000억달러에서 66조3,000억달러로 1.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올 상반기에 각 국가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가 주목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국인은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8,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지수를 2,010포인트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중장기로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5년 전인 지난 2011년 초부터 5년째 코스피지수가 1,800~2,100포인트 사이에 머무는 ‘박스피’가 이어지면서 한국 증시의 활력은 해외 증시에 못 미쳤다. 실제 뉴욕증권거래소의 6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5년 전인 2010년 말 대비 40%, 상하이 증시는 39%, 일본 증시는 22% 상승했지만 한국 증시는 1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박스피의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불황으로 수출 중심인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정체됐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5년 전에 비해 기준금리가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은행금리보다 높아진 배당수익률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 시중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경우 박스권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
美-연기금 규제 풀어 주식투자로 유도...日-와타나베 부인 고금리 좇아 해외로
경제·금융 정책 2016.07.24 18:28:55실질금리 0% 시대 문턱에 들어선 한국의 자본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나갈까. 경제적 상황이나 인구분포 등 각 국가별로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보다 저금리를 먼저 겪었던 일본과 미국 등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수익률 갈증이 나타나면서 위험자산 투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고령화 속에 현금과 예적금 같은 초안전자산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89년 44.3%에서 2014년 53.2%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위험자산 투자 범주에서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1991~2000년에 걸친 10년 불황을 겪고 제로금리마저 겹치자 2000년대 들어 일본인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와타나베 부인’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일본 주부들은 저금리의 엔을 빌려 해외 고금리 상품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제로금리는 여염집 주부조차 환율 리스크를 감수하는 극단적인 위험투자로 몰고 갔다. 위험자산에 투자하던 자금도 더 수익이 높은 상품으로 이동했다. 노무라자산운용에 따르면 일본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2000년 50조엔에서 2012년 62조엔가량으로 30%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저위험·저수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공모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서 15%로 급감했다. 대신 위험은 더 높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하이일드채권·대체투자펀드 등 해외투자가 꾸준히 늘었다. 미국은 적극적인 주식투자를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추세적으로 굳어진 저금리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70년대 후반 일찌감치 연기금의 주식투자상한제도를 고쳐 연기금과 대학 기금의 주식투자를 유도했다. 특히 베이비붐(1946~1965년생) 세대들을 위해 1981년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는 ‘401K’라는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한 게 은퇴세대의 노후 보장에 크게 기여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9년 근로자의 가입을 의무화했다. 적극적인 주식투자 유도정책에 현재 401K의 주식투자 비중은 45~60%에 달한다. 저성장·저금리와 함께 고령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현재의 한국과 과거의 일본이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금융자산의 60%를 쥔 일본과 달리 한국 노인층은 자산 80%가량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고령층은 젊은 시절에 부를 어느 정도 축적했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에도 안전자산 비중을 줄이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며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수명 연장 추세를 고려하면 20~30대부터 자산관리 플랜을 짜고 노후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후 대비가 부족한 탓에 싫든 좋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더 오랜 기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퇴를 앞둔 40~50대에게 파격적인 세제혜택 금융상품 가입을 강제하는 혁신적인 대응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연기금, 배당확대 압박 강화해야" 64%
증권 재테크 2016.07.24 18:15:28최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상장사들에 배당 확대 요구를 강화하고 있지만 금융권 종사자들은 지금보다 더 배당 압력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은행·금융투자업계의 자산관리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1%가 “연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배당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의 82%가 현재보다 강한 수준의 배당 압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은행업 종사자(46%)에 비해 더 배당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전문가들의 이 같은 생각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 수익률이 해외에 비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19조1,39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배당 수익률은 1.74%로 기준금리는 물론 국고채 수익률도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선진국들의 배당 수익률은 2~4%에 달해 한국 기업들의 배당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착시현상”이라며 “기업 배당이 늘어난 효과라기보다는 기준금리가 내려간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4.57%의 수익률을 거둔 것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국민연금의 성과를 보통 이상으로 평가했지만 51%가 국민연금의 적정 수익률을 5~10%로 꼽았다. 이에 따라 금융 전문가들은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처투자·사모펀드투자 등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연기금의 역할에 대해 응답자의 60%가량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반면 “충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7.7%에 불과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연기금의 자산과 비교해야 적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연기금은 앞으로 대체투자나 해외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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