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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사이 ‘원금 손실’ 20배 폭증…‘되살아난 마진콜 악몽’
증권 정책 2022.10.16 00:05:00“여의도 바람이 차다” 증권가 사람들이 요즘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다. 여의도 증권가가 한겨울도 아닌데 꽁꽁 얼어붙었다. 때이른 한기는 어디서 온 걸까. 여의도 사람들은 말 없이 검지를 뻗어 주가연계증권(ELS) 발 마진콜 사태가 벌어졌던 2020년도를 가리켰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움직임, 엄습하는 경기 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는 올해 들어 제대로 된 기지개 한 번 켜지 못하고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다. 증시 하락은 불행과 닮았다. 결코 혼자 다니는 법 없는 불행처럼, 증시 하락은 또 다른 자산시장 리스크와 함께 하기 마련이다. 가령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100지수, 홍콩 항셍(H) 지수, 각종 원자재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ELS·DLS)의 손실 구간(녹인·Knock-In) 진입 소식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녹인이 발생한 파생결합증권 규모는 2799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6.1%인 1012억원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말에는 136억 원에 불과했던 게 반년 사이 20배나 폭증한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은 보통 6개월마다 평가해 상환 여부를 결정 짓는다. 만기 때까지 녹인 구간에 있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만기인 1012억 원 가운데 대부분은 큰 폭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파생결합증권은 계약 만기일까지 특정 종목의 주가, 주가지수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해진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된 높은 쿠폰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녹인’ 구간은 통상 기준가의 45~50%로 설정돼 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원금손실가능성이 크지 않다. 때문에 국민 재태크 상품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상품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및 추가인상 가능성으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금감원은 “주요 주가지수 하락에 따라 원금 비보장형 ELS를 중심으로 조기 상환이 감소하고 녹인이 발생한 상품은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의 우려가 커져 ELS·DLS 투자자의 손실 위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 손해도 크다. 올 상반기 증권사는 파생결합증권 운용과 관련해 826억 원의 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5865억 원 이익과 비교하면 6727억 원(110.3%)이 감소했다.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증권사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 우려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기초자산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예치하고 있는 증거금이 거래개시 수준 이하로 하락하였기 때문에 당초 증거금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증권사가 이 요구를 무시할 경우 거래소는 자동반대매매(청산)를 통해 거래계약 관계를 종결한다. 이 경우 기초자산가격은 추가로 급락하게 된다. 지난 2020년 3월 증권사들이 대규모 마진콜을 받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초기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들은 대규모 달러 마진콜을 받았다. 원인으로 꼽힌 게 ELS였다. 증권사는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면서 단기금융시장 교란을 야기했다. 증권사가 달러 증거금 납입을 위해 대규모로 달러를 매입하면서 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정부는 한국증권금융 대출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지원에 나섰고 겨우 유동성 위기를 잠재웠다. 그러나 한 번 마진콜 사태를 겪은 만큼 이번에는 단단히 대비해뒀다는 설명이다. 우선 증권사는 헤지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 보다는 해외 금융사를 통한 헤지로 국내 자본시장에 연쇄 자금 경색이 발생하는 걸 막으려 한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94조 9000억 원) 중 자체 헤지 규모는 54조 6000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조 2000억 원(12.8%) 늘었다. 헤지 거래 상대방은 외국계 금융회사가 30조 5000억 원으로 75.7%, 국내 금융사는 24.3%로 집계됐다. 금감원의 모니터링도 촘촘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체 헤지 운용이 어려워지고,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상환 물량이 감소하면서 증권사 전반적으로 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주가 지수 하락으로 원금비보장형 ELS 중심으로 조기상환이 줄고 낙인 발생 상품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ELS와 DLS 투자자 손실 위험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증권사 운용 관련 리스크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이창용 “韓 빅스텝은 美 자이언트스텝 수준…시장과 소통 쉽지 않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10.15 23:00:00“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미국은 10%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60%가 훨씬 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의 50bp(1bp는 0.01%포인트) 금리 인상은 미국의 75bp 인상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창용 총재는 15일(현지시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강연을 통해 두 번의 빅스텝을 밟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7월과 10월에 각각 금리를 50bp씩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먼저 7월 빅스텝을 한 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높아지고 근원인플레이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4%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고물가 상황 고착화를 막기 위한 강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상 처음으로 소위 빅스텝을 하면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빅스텝 결정 당일 ‘당분간 금리를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해 나가겠다’라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강조했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했다. 이 총재는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첫째, 유가 하락 등으로 물가가 3% 정도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시장이 역사상 처음 50bp 인상된 사실에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라며 “둘째는 지난 1년간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125bp)한 데 따른 영향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셋째로는 미국의 경제여건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편이며 노동시장 과열도 덜한 상황이어서 연속 빅스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총재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잭슨홀 경제심포지엄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 기대가 크게 강화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어느 정도 예견된 내용이었으나 9월 연준의 점도표로 나타난 연준의 2022년 말 금리는 한은이 생각했던 수준보다 50bp 이상 높아진 수준이었다”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도 크게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이 10월에 다시 한번 빅스텝을 한 것은 25bp씩 올리겠다는 전제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성장률 하락 전망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높아졌으나 예상 밖 환율 상승으로 5~6%대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은은 특정 수준의 환율을 방어하려 하진 않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이 자본유출 압력 증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엔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11월 미 연준의 결정, OPEC+의 감산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움직임, 중국 당 대회 후 제로 코로나 정책의 변화 가능성, 엔화와 위안화의 변동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재가 당분간 25bp씩 금리를 올리겠다고 하면서 한미 역전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면서 원화 절하를 심화시켰다는 비난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9월 FOMC 결정을 보고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조건부를 이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Feb로부터는 독립돼 있지 못하다”라는 말로 설명도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난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를 조건부로 받아들이기보다 서약(commitment)이나 약속(promise)으로 여기는 것 같다”라며 “미래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오랜 방식에서 벗어나기에는 현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여러 가지 애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물가인상 고통에…전국민 1.5조원 생활보조금 쏘는 나라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10.15 15:15:31전세계적인 물가 급등세에 대응해 싱가포르 정부가 전 가구를 대상으로 총 1조 5000억 원 규모의 생활보조금 지급에 나선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재무부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에 대응해 총 15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 5169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지원 패키지는 주로 중하위 소득 계층을 돕기 위해 마련돼 현금과 상품권, 대중교통 이용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재원은 올해 회계연도 재정 수입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재무부는 "저소득층 가구는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분 전체를, 중위층 가구는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싱가포르도 전세계적인 물가 급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싱가포르의 물가도 14년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싱가포르 근원물가지수는 지난 8월 5.1% 상승해 200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5% 상승했다. 이는 2008년 6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들어 4번째 통화 긴축을 실시했다. MAS는 싱가포르달러 명목실효환율(NEER)의 정책밴드 중간값을 일반적인 수준으로 올렸다고 전날 밝혔다. MAS는 기준금리 대신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 변화를 고려한 명목실효환율 정책밴드의 폭과 기울기, 중간값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MAS는 비용 증가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
정부 "론스타 3000억원 배상금 중 7억원 과다 산정"…판정문 정정신청
산업 기업 2022.10.15 14:44:08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지급해야 하는 약 3000억 원 배상금 중 약 7억 원이 잘못 계산됐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정정 신청서를 냈다. 15일 법무부는 “지난 8월 31일 선고된 론스타 사건 판정문의 배상명령에 배상원금의 과다 산정, 이자의 중복 계산 등 ‘오기, 오산으로 인한 잘못’이 있는 것을 확인해 ICSID에 정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ICSID 중재판정부는 8월 말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 1650만 달러(약 3121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한, 론스타의 손해 발생 시점인 2011년 12월 3일(하나은행-론스타 최종 매매 계약 체결 시점)부터 배상금을 모두 갚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따른 이자도 주라고 명령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손해 발생 시점 이후부터 배상원금에 대한 이자를 계산해야 하는데도 손해 발생 시점 이전인 2011월 5월 24일부터 2011년 12월 2일까지의 이자액인 20만 1229달러를 포함해 배상원금이 과다하게 산정됐다”며 "배상원금에 손해 발생 시점 이후인 2011년 12월3일부터 2013년 9월30일까지의 이자액인 28만 89달러가 이미 포함돼있는데도 2011년 12월 3일부터의 이자 지급을 명한 것은 2011년 12월 3일부터 2013년 9월 30일까지의 이자를 중복 계산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배상원금은 종전 2억 1650만 달러에서 2억 1601만 8682달러로 줄어든다. 감액된 48만 1318달러를 환율 14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6억 7384만 원이다. 법무부는 “정부는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후속 절차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국민께 신속하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
조기 출시설 나온 갤S23…유출된 '막강 스펙' 살펴보니
국제 국제일반 2022.10.15 14:15:45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차기작인 '갤럭시S23 시리즈'의 세부 사양이 잇따라 유출되고 있다. 조기 출시설까지 제기되며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와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펼쳐질 지 주목된다. 해외 IT매체와 팁스터(정보유출자)에 따르면 갤럭시S23의 디자인은 전작에 적용됐던 '컨투어컷'이 빠진다. 해당 디자인은 옆면 프레임에서 연장된 작은 판이 후면 카메라를 덮는 형태로 일명 '카메라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오는 현상)'를 예방하는데 유용하다. 갤럭시S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는 애초부터 '컨투어컷'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S23 시리즈의 디자인은 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측면 프레임의 모서리는 더 각진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변화는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될 카메라 모듈이 커진 탓이다.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에는 시리즈 최초로 2억 화소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갤럭시S22 울트라에 탑재된 메인 카메라 1억800만 화소의 약 2배, 아이폰14 프로 맥스에 탑재된 4800만 화소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명 IT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는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갤럭시S23 울트라 메인 카메라는 2억화소, f/1.7 조리개, 1/1.3" 센서, 0.6μm 픽셀이 장착될 것”이라며 “100% 확인됐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억 화소를 구현할 수 있는 '아이소셀 HP1' 센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센서는 최근 레노버 산하 모토로라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선보인 스마트폰에 탑재되기도 했다. 갤럭시S23 울트라에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HP2'가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갤럭시S23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올해 말 공개될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이 단독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전문가인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갤S23 시리즈에는 퀄컴 칩만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칩을 퀄컴 칩과 병행해 탑재했다. 배터리는 기본 모델의 경우 전작인 갤럭시S22(3700mAh)보다 200mAh 늘어난 3900mAh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는 전작과 같은 5000mAh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색상은 베이지·검정·그린·핑크 등 최소 4가지로 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실적을 위해 갤럭시S23 시리즈를 2~3주 가량 조기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22 시리즈는 올해 2월 말, S21은 작년 1월에 출시한 바 있다. 다만 갤럭시S23의 출고 가격에 따라 조기 출시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최근 고환율·고물가 영향으로 출고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Z 폴드4는 가격을 동결하고 플립4는 인상폭을 최소화 한 바 있다. -
'脫중국' 외국인투자 유치해야 하는데…기업하기 나쁜환경이 막는다[뒷북경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10.15 14:00:00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방국 간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의미하는 ‘프렌드쇼어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공개된 애플 아이폰14의 물량 일부는 인도와 베트남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에서 생산하던 애플도 결국 두 손을 든 상황입니다. 애플의 사례는 중국 엑소더스가 글로벌 산업계의 거대한 흐름이며 이는 이제 시작일 뿐임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급감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 1195억 달러(그린필드 투자 기준)에서 올 2분기 기준 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단순 계산해 연간 기준으로 올 외국인직접투자가 120억 달러라고 가정하면 4년 새 10분의 1토막이 난 셈입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고 신규 투자도 아예 배제하다시피 한다는 의미입니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우리에게 새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중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의 4분의 1만 끌어와도 한국이 아시아의 투자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며 “우수한 인재,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가 없는 공정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등 인프라망이 (해외 기업에) 투자 메리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는 ‘킹달러’ 현상 속 달러 수급 확충을 통해 외환시장의 단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 유입을 지금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문제는 아시아 투자 허브로 도약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 유연성, 높은 세율 등을 손 봐야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소모적인 정쟁에 혈안이 된 정치권은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서 린치핀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다”며 “해외 기업이 한국에 많이 들어올수록 글로벌 산업계에서 우리의 입김이 강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결 낮출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미중 갈등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중국의 투자 매력도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주중 EU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유럽 기업 중 다른 나라로 투자 변경을 고려하는 업체의 비율이 2018년 11%에서 올해 23%로 뛰었습니다. 4년 만에 12%포인트나 증가한 상홍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접해 있고 다른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중국 내 투자를 줄이거나 망설이는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유치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싱가포르처럼 모든 국가의 기업이 모이는 비즈니스 허브가 되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고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수출을 늘리는 국제화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최고의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국제화”라고 지적했습니다. 답답한 대목은 우리나라가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아시아에 지역본부가 있는 글로벌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시아 거점 후보지로서 한국은 싱가포르·일본·홍콩·중국에 이어 5위에 그쳤습니다. 아시아 거점 후보 1순위로 한국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3.3%로 싱가포르(32.7%)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규모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훨씬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FDI 규모는 2015년 159억 5000만 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74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한마디로 종종걸음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규모는 2015년 303억 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66억 3000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서라도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해외투자 유치는 외화 유입으로 이어지고, 끝을 모르고 내려가는 원화 가치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온쇼어링(해외 기업의 자국 유치나 자국 기업의 국내 아웃소싱 확대) 움직임 와중에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워낙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리 경제에 아킬레스건으로 인식되다 보니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이슈까지도 달러 수급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정도입니다. 역으로 보면 해외 기업의 국내 유치는 달러 수급에 단비가 됩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위상과 유통량이 많지 않은 만큼 국내에 설비 등을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국내 파트너사와 손을 잡지 않는 이상 달러 베이스로 투자할 확률이 높다”며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때 달러를 현지 조달하는 사례가 많은 것과는 상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대만의 웨이퍼 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투자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당초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집요한 설득 끝에 결국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웨이퍼스의 미국 투자 규모가 7조 원대”라며 “정치인들 가운데 이런 데 관심이나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
빨라지는 엔저 현상…148엔대도 돌파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10.15 10:35:40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8엔대를 돌파하는 등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15일 교도통신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14일(현지시간) 오후 5시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56엔 오른 달러당 148.73∼148.83엔이라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46엔대로 올라선 뒤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47엔대를 돌파했고, 하루 만에 148엔을 넘어선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148엔대까지 치솟은 것은 ‘거품(버블) 경제’ 후반이었던 199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빨라지는 엔저 현상에 일본 경제계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마저 넘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엔저의 다음 고비는 150엔”이라며 “150엔은 일본 사람들에게 특별한 숫자라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엔저 현상의 배경에는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와 더불어 허약해진 일본 경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은 경제 회복 속도가 늦다”며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라는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가 ‘엔화 팔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9월 말을 기준으로 유로화와 원화의 달러 대비 환율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 이후 일본 국내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가전과 반도체 생산도 기세를 잃었다”며 “32년 만의 엔저는 일본 경제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다음주 증시전망] 코스피, 2300선 탈환할까…"글로벌 기업실적이 받쳐줘야"
증권 국내증시 2022.10.15 09:08:09이번 주 코스피는 예상보다 더딘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따른 글로벌 긴축 지속 우려에도 불구하고 막판 반등에 성공하는 등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줄어든 점이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다음 주에도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변동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감세안 철회 가능성, 물가 정점 기대에 따라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경기둔화를 확인하는 초중반 국면에 들어선 만큼 추세 전환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20.29포인트(0.91%) 내린 2212.55에 거래를 마쳤다. 2190선에서 한 주를 시작한 코스피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커진 경계심에 13일 2160선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9월 미국 CPI 발표 이후 이를 인플레이션 고점 신호로 받아들인 외국인투자가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마지막날 2.3% 반등한 코스피는 2210선을 탈환하며 이번 주를 마무리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650선까지 내려앉았지만 막판에 4%대 상승세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20.25포인트(2.90%) 하락한 678.24에 마감했다. 이번 주 코스피 선방을 이끈 주역은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은 홀로 9183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다. 한편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5926억 원, 3670억 원 규모를 팔아치우며 코스피 하락 압력을 가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기관이 1256억 원 규모를, 외국인이 5억 원가량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1673억 원을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10월 금통위의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격차 감소와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감이 외국인들의 코스피에 대한 저가매수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시장에서 예상했던 대로 기준금리 50bp 인상을 결정하면서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한국 기준금리가 3.00%로 인상되면서 미국 기준금리(3.25%)와의 역전폭이 25bp 수준으로 좁아진 것 역시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9월 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시장이 이를 피크아웃 신호로 받아들이며 미국 증시가 반등한 점 역시 한국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9월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8.2%로 마켓워치 예상치(8.1%)를 근소하게 웃돌았다.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긴 했지만 물가 상승률은 세 달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CPI 상승률은 6월 9.1%를 기록한 이후 7월 8.5%, 8월 8.3% 그리고 9월 8.2%로 서서히 낮아져왔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에도 코스피가 2200선에서 공방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주간 예상밴드로 2090~2210선을 제시한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이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실제 경기둔화가 확인되고 있는 초중반 국면으로 경기 바닥 시점에 대한 가시성이 높은 시기는 아직 아니다”라며 “거시적으론 높은 물가로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미시적으론 물가·임금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크다는 점이 기업과 투자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력한 긴축 기조를 고수해나갈 것이란 전망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CPI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기저의 물가 압력이 끈질기게 남아있고 또 그래서 연준의 긴축이 더 강해져야 한다면 금리의 상단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며 “결국 결자해지 관점에서 연속된 물가 하락 신호가 필요하며, 겨울철 에너지 가격 동향에 따른 물가 파급 효과도 요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코스피의 낙폭이 과대한 점을 고려하면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는 점, 영국에서 감세안 정책 철회 가능성이 커지는 점 등이 코스피 상승 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을 감안한 달러 환산 코스피는 1715선까지 하락했다”며 “낙폭과대 관점에서 주식시장의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주가 레벨에는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로 2005년 이후 하위 19%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던 영국 감세 정책이 추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증시 변동성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트러스 총리가 법인세 동결 조치를 철회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멜 스트라이머 영국 하원 재무위원장은 “의회는 세금 패키지에 대한 철회를 매우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법인세는 이것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애플은 왜 '아이폰14 미니'를 포기했을까 [윤기자의 폰폰폰]
산업 IT 2022.10.15 07:00:00국내 아이폰14 공시 출시 후 일주일여가 지났습니다. 높은 가격에 판매 부진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역시 아이폰’입니다. 높은 이용자 충성도에 아이폰14 프로 모델은 전작보다도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실제 14일 기준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아이폰14 프로 256GB(기가바이트)를 구매하면 10월 31일에나 배송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쿠팡 등 온라인몰에선 아예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역대급으로 인기 없는 기종이 있습니다. 기존 최소형 모델인 ‘미니’를 대체하며 등장한 ‘플러스’ 모델입니다. 아이폰14 플러스는 현재 애플코리아 공식홈페이지에서 10월 18일이면 받아볼 수 있습니다. 사전예약도 역대 아이폰 모델 중 최악의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이는 글로벌 전역에서 확인되는 현상입니다. 최근 대만 디지타임즈는 아이폰14 플러스와 아이폰14 기본형이 예상을 밑도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폰14 플러스 판매 비중은 전체 라인업 5% 이하로 추정되는 실정입니다. 아이폰14 플러스 판매가 부진하자 미니를 포기한 애플의 전략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미니 대신 플러스를 내놓은 이유는 역시나 수익성입니다. 플러스 판매량이 적다 하지만 사실 미니 또한 인기가 많진 않았습니다. 시장조사기관 CIRP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13 시리즈 중 미니 비중은 3%로 추정됩니다. 그 전 모델인 아이폰12 미니는 출시 첫 2달 동안 전체 판매량 6%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플러스 판매 비중이나 미니 판매 비중이나 비슷한 셈이죠. 어차피 판매량이 비슷하다면 애플에게는 플러스가 더 낫습니다. 기존 미니 라인업은 아이폰 전 제품군 중 최저가였습니다. 실제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3 미니는 국내 출고가가 95만 원부터 시작했습니다. 기본 모델은 109만 원이었죠. 미니가 사라지며 아이폰14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은 125만 원인 기본형 128GB가 됐습니다. 아이폰14 플러스는 135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환율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전체 가격대, 즉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한 것이죠. 이는 높은 마진율을 추구하는 애플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생산 측면에서도 플러스가 미니보다 유리합니다. 아이폰14 플러스는 6.7인치로, 아이폰14 프로맥스와 크기가 같습니다. 카메라 개수는 다르지만 폼팩터 부품 공유가 가능한 것이죠. 반면 미니는 홀로 크기가 작아 별도 폼팩터를 써왔습니다. 미니를 포기하고 플러스를 도입하며 전체 생산비를 줄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결국 플러스가 미니만큼만 팔려도 애플은 이득인 구조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감정이 듭니다. 스마트폰이 갈수록 대형화되며 가볍고 작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 소형 라인업인 ‘e’를 없앤 데 이어 애플도 아이폰 미니를 단종하니, 사실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소형 모델은 전멸했습니다. 물론 기업에겐 수익성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일까요. -
[사설] “통화정책 브레이크 밟을 때 재정정책 액셀은 안 된다”
오피니언 사설 2022.10.15 00:00:01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경제 겨울’은 더 춥고 길어지는 만큼 허리띠를 더 단단히 조여야 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 올랐다고 13일 밝혔다. 미 CPI는 6월의 9.1% 이후 석 달 연속 낮아졌지만 시장 예상치(8.1%)를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는 6.6%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확대될수록 한국은행에 대한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커질 것이다. 한미 간에 역전된 금리 차가 클수록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원화 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1869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 뇌관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재앙을 막으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금리 인상이 성장에 비용을 초래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을 정도로 충분히 조이지 않으면 성장에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며 “중앙은행은 필요시 결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5개월째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경제 위기의 터널을 지나려면 통화 당국과 정부 간 정책 공조가 절실하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통화정책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재정 정책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는 안 된다”며 “그럴 경우 매우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취약 계층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되 무차별적으로 돈을 푸는 포퓰리즘 재정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또 건전한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사태를 막되 부실기업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경제 3각 파고에 더해 정치와 안보 리스크까지 겹친 초대형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4류 정치가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면 여야가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
英 총리, 감세안 추가 U턴·재무장관 경질할 듯
국제 국제일반 2022.10.14 20:00:01재원 대책 없는 감세안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폭탄’을 던지고 스스로도 코너에 몰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정책을 추가 철회하고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할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이날 오후 트러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경제정책 방향 전환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법인세율 동결안 취소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내년 4월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기로 했지만 지난달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이를 19%로 유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시 원안대로 법인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이번 발표에 담길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발표 후 시장이 요동치자 부자감세안을 철회하며 한 차례 유턴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심지어 당내에서 쿠데타에 가까운 움직임이 나오자 결국 두번째 유턴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콰텡 재무장관은 미국에서 개최된 재무장관 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이날 급히 귀국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콰텡 재무장관이 경질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됐다.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지난 12일 4.4%까지 치솟았지만 14일 장중 3.9%까지 하락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12일 파운드 당 1.1063달러에서 14일 1.1250달러로 상승(파운드 가치 상승)했다. -
美 물가쇼크에도 '무덤덤'…글로벌 증시 일제 급반등
증권 국내증시 2022.10.14 18:09:18글로벌 증시가 급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영국 국채금리 상승세 진정으로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상승 반전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49.68포인트(2.30%) 오른 2212.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역시 4.09% 반등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2.83%),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2.6%), 나스닥지수(2.23%)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훈풍이 그대로 지수에 반영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88%), 일본 닛케이225지수(3.25%)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반등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 80전(-0.20%) 내린 1428원 50전에 마감하면서 국내 현·선물 시장에 외국인 수급이 유입됐다. 미국의 9월 물가 수준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국내외 증시에 부정적인 기운이 감돌았지만 물가 고점에 대한 기대와 주가 바닥 확인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공매도 쇼트커버링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반등 폭을 키웠다. 다만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반등은 상승장보다 약세장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데 아직 약세장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도 “이러한 급반등은 현재 주가가 그만큼 비싸지 않다는 점과 바닥이 머지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취업자 70만명↑…증가폭은 넉달째 둔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2.10.14 18:07:359월 취업자 수가 70만 7000명 증가하며 고용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넉 달 연속 둔화하고 우리 경제의 허리층인 40대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0만 7000명 늘었다. 동월 기준 1999년 이후 역대 최대 폭 증가다. 15~64세 고용률 역시 68.9%로 1989년 이후 동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넉 달째 둔화하고 있다. 증가 폭은 올 5월 93만 5000명을 기록한 후 6~8월 80만 명대, 지난달 70만 명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40대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7만 명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이다. 감소 폭 역시 7월(1만 명)과 8월(8만 명)보다 커졌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40대 고용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40대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대(1.3%포인트)와 30대(2.7%포인트) 등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약하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고용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점 역시 불안한 대목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45만 1000명으로 증가한 취업자 수의 63.8%를 차지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60%로 커진 것이다. 현 정부 기조에 따라 직접 일자리 사업이 종료될 경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계속되는 고물가·고환율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도 잇따르고 있어 고용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 10월호에서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된다”고 평가하며 다섯 달 연속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
고환율에…수입물가, 석달만에 다시 올랐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2.10.14 18:07:01천장 뚫린 환율이 유가 하락으로 진정되고 있던 수입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다시 환율이 올라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5%가 넘는 물가 고공 행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당초 전망치인 3.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한은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4.38로 전월 대비 3.3% 상승했다. 7월(-2.6%)과 8월(-0.9%) 두 달 연속 하락한 후 3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1% 상승했다. 수출물가지수도 131.74로 전월 대비 3.2%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유가 하락에도 수입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환율의 영향이 컸다. 환율을 적용하지 않은 달러 등 계약 통화 기준으로 수입물가는 1.4% 하락했다.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원·달러 환율이 8월 평균 1318원 44전에서 9월 1391원 59전으로 5.5% 오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원재료(3.4%), 중간재(3.1%), 자본재(3.8%), 소비재(3.5%)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역시 환율 영향을 제거하면 원재료와 중간재는 각각 2.0%, 1.7% 하락했고 소비재도 0.1%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부 품목별로는 밀(7.2%), 옥수수(4.9%) 등 농림수산품이 4.0%, 천연가스(13.7%) 등 광산품이 3.3%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9월 22일을 기점으로 1400원을 넘은 만큼 환율은 당분간 수입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도 두바이유 기준 8월 평균 배럴당 96.63달러에서 9월 90.95달러로 5.9% 떨어졌지만 안심할 수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고환율과 맞물리면 수입물가가 급등해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3.0%로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면서 환율 안정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도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로 시장 전망(8.1%)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근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한은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인한 시장의 영향을 점검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연준이 통화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CPI 발표 이후) 지난밤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지표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외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
[로비의 그림] 진실 파헤치려는 집요함일까, 억울함 벗어나려는 몸부림일까
문화·스포츠 문화 2022.10.14 17:52:46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서울 관내 법원과 검찰 청사가 신축 이전한 것은 1989년의 일이다.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위치했고 교대역 방면 안쪽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지검 앞의 분위기는 항상 북적이는 법원 앞과 사뭇 다르다. 비중 있는 인물의 출두·소환이라도 있는 날이면 언론부터 집회 군중까지 운집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안개처럼 모든 것이 사라지고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중앙지검 청사의 인상을 차지하는 그림 하나가 있다. 1층 로비의 동쪽 벽, 그러니까 정문을 들어서 출입 인증 후 고개를 들자마자 안쪽에서 어둑한 얼굴을 내미는 작품이다. 박서보의 1989년작 ‘묘법 No.890830’이다. 매끈한 회색 화강암 벽 위에 먹색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그림이라기보다 발버둥에 가깝다. 올가미에 걸린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몸부림치기 마련이다. 이곳에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억울한 이라면 이 작품에서 탈출하려 애쓰는 인간의 절박함을 느낄지 모른다. 이 그림은 또한 집요함이다. 진위를 밝히고 진실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표면 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헤집고 파헤친다. 들추고 팔수록 점점 더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는 믿음이 그 동력이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적은 ‘검사 선서’가 그림 맞은편 벽에 걸려 있다. 감상자가 느끼는 발버둥과 집요함은 작가로부터 왔다. 박서보는 수행에 가까운 반복적 행위를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그는 1970년대 한국 단색조 추상회화를 일컫는 ‘단색화’의 대표 작가다. ‘단색화’는 현재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미술의 경향으로 꼽히기에 박 화백은 ‘살아있는 한국 현대미술사’라는 별칭도 얻었다. ‘단색화’라는 이름은 당시 서양에서 한가지 색으로 그리는 ‘모노크롬(Monochrome)’ 회화가 성행한 까닭에 붙게 된 명칭이다. 1975년 일본 동경화랑에서 열린 5인전 ‘백색의 미학’이 부각된 것도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박서보는 ‘단색화’의 진정한 의미로 “행위의 무목적성과 반복성”을 강조한다. 1960년대 말 어린 아들이 공책 칸에 맞춰 글씨를 쓰려는 게 번번이 실패하자 체념한 듯 종이 위에 연필을 마구 휘갈기는 ‘체념’의 몸짓을 봤다. 화가 아버지는 십 수년 찾아 헤매던 “비움을 화폭에 구현할 방법”을 발견했다. 그렇게 시작된 ‘묘법(描法)’이다. 1970년대 초기 묘법은 일명 ‘연필 묘법’인데 캔버스에 칠한 희끄무레한 바탕색이 마르기 전에 연필 같은 것으로 재빨리 반복적으로 선을 그었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완성해야 했기에 한 번 시작한 작업은 끝날 때까지 숨 막힐 듯한 반복을 요구한다. 중앙지검 로비의 그림은 1980년대 ‘중기 묘법’인 ‘지그재그 묘법’이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한다면 그 또한 추락한다”는 좌우명을 평생 새긴 작가는 항상 변화를 추구했다. 한지라 불리는 우리 고유의 수제 닥종이를 물에 적셔 불린 다음 캔버스 위에 여러 겹 올렸다. 그 위에 물감을 칠한 다음 마르기 전에 긁어낸다. 찾아내려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의 절실한 몸짓이 그림에서 느껴진 까닭은 양 손가락으로 벽을 긁듯 일정한 길이와 간격을 이룬 선의 반복 때문이다. 이리저리 엇갈리는 지그재그는 어쩌면 삶의 진리일지 모른다. 박서보는 ‘지그재그 묘법’의 밑색으로 빨강·파랑 등의 색채를 사용하고 흰색에 가까운 미색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이 작품은 숯색에 가까운 먹색 위에 또 검정을 올려 어둠의 깊이감을 더했다. 색을 배제했기에 행위의 흔적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햇빛이 각도를 달리할 때면 검은 물감을 밀어내 뭉쳐놓은 별똥별 같은 덩어리가 찰나의 반짝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이 걸린 데는 뒷얘기가 숨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지낸 박서보와 예술계 인사들이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다. 청와대를 둘러본 박서보는 곳곳에 걸린 작품들에 적잖이 실망했다고 한다. 만찬장에서 나란히 앉은 당시 대한민국예술원 원장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도대체가 예술적 안목이 너무 없다고, 여기 걸린 그림들이 국격에 맞느냐고 비판했는데 같이 앉았던 경호실장이 대화를 녹음했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나중에 우리가 다 떠난 뒤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노재봉 씨와 관계자들이 ‘그 양반(박서보) 거침없이 자기 하고 싶은 소리 다 하더라’면서 대화를 다시 들어봤대요. 그런데 웬걸, 이 사람들이 ‘하나도 틀린 말은 없네’라며 ‘이런 사람들이 주축이 되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했대요. 그러던 차에 청와대에 있던 사람이 고검장으로 가면서 검찰 청사 이전을 준비하며 나를 부른 거예요. 벽에 맞춰 그림을 하나 해 달라고.”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이던 박서보는 총장과 동석한 자리에서 작품 제안을 받았다. 긴장할 법도 한 상황이지만 외려 그는 더 크게 목소리를 냈다. 원래 작품 예산으로 배정됐던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을 올려 6000만 원을 받았다.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에만 3개월이 걸렸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1989년 8월 30일에 완성했다. 캔버스 3개씩 4줄로 겹친 작품을 3폭이나 제작했으니 총 36점을 붙인 셈이다. 높이 3m, 폭은 6.8m로 벽 하나를 독차지했다. 관제엽서 기준의 호당 크기로는 1000호보다 훨씬 크다. 박서보 작품 중 최대다. 2018년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박서보의 1970년대 중반 작품인 ‘묘법 No.37-75-76(195×300㎝)’이 약 2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지·금 환율로 약 28억 원인데 이곳 중앙지검의 작품은 압도적인 크기와 소장처의 의미 등을 고려할 때 60억 원은 되고도 남음 직하다. 처음 그림 값의 100배다.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안쪽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쪽 벽은 김형근(92)의 폭 14m 대형 벽화 ‘진실, 소망(영원의 장 중에서)’이 차지하고 있다. 1970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가다. 수상 이후로 주요 기관에서 벽화 의뢰를 많이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벌거벗은 사내아이들이 신선계의 이상향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을 담고 있다. 2층 엘리베이터홀 앞에서 만나는 이필언(81)의 ‘담-89’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추구한 작가의 철학이 잘 녹아 있다. 친근하게 봤음 직한 돌담에 농악패의 신명나는 한 마당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검어야 할 그림자지만 오방색 옷깃이 제 색으로 빛나 활기를 더한다. 돌담 아래로 뚫린 빗물 구멍까지 생생한 사실적 묘사가 놀랍다. 작가는 실체 없는 그림자를 통해 우리 정신성의 핵심인 ‘얼’을 그리고자 했다. 정신이 올곧게 살아 있는 곳이어야 함을 작품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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