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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 공급과잉에 마진도 뚝…석유화학 수익성 갈수록 암운

에틸렌 값 1년 만에 반토막 이어

스프레드마저 711→351弗 하락

무역분쟁 탓 수요 감소 우려 속

대규모 증설로 시황 악화 불가피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스프레드(원재료인 나프타와 가격 차이)가 최근 몇 달 사이 크게 하락하며 국내 화학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에틸렌 가격 하락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화학제품 수요 감소와 셰일가스가 촉발한 에틸렌 공급 과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 몇 년 간 국내 화학 산업 호황을 이끌었던 파라자일렌(PX) 시황 악화에 이어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7일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에틸렌 가격은 1톤당 81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63달러 대비 반 토막 났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락한 게 직접적 원인이지만 문제는 에틸렌의 핵심 수익 지표인 스프레드마저 대폭 하락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에틸렌 스프레드는 1톤당 711달러였으나 이달 첫째 주에는 351달러로 1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몇 달 간 400달러선을 유지하며 선방했지만 이달에는 그마저도 무너졌다. 2년 전 나프타 가격이 이달(460달러)과 비슷한 465달러였지만 에틸렌 스프레드는 745달러였다는 점에서 수익 악화가 두드러진다.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은 에틸렌 생산량 대부분을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이나 에탄올과 같은 합성수지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틸렌 스프레드 하락이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문제는 에틸렌 스프레드 하락이 에틸렌 기반 제품의 스프레드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화학 부문 전체 이익을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시황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지표”라며 “최근 에틸렌 스프레드 하락으로 국내 화학사들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 업체들이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기반으로 생산한 에틸렌을 대량 공급하고 있어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에탄은 나프타보다 가격이 저렴해 에틸렌 생산 시 원가 경쟁력이 높다. 미국 업체들은 가스 형태라 수출이 어려운 에틸렌을 고체 형태인 폴리에틸렌으로 바꿔 수출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의 에틸렌 가격 하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정유·화학 업체들이 대규모 에틸렌 생산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LG화학(051910), 한화토탈, 롯데케미칼(011170) 같은 기존 화학사 외에 정유사인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이 에틸렌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지난해 900만톤 규모에서 오는 2023년에는 1,329만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라 수년 뒤에는 시황이 보다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만해 유조선 습격 사건으로 유가 상승 우려도 나와 에틸렌 스프레드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며 “몇 년 전 시황이 좋을 때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발표했던 에틸렌 증산 계획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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