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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e위안화' 특허 싹쓸이…"올 세계 첫 CBDC발행국 될 것" 선포

[코로나 이후 디지털통화 패권경쟁]

<上>e머니 빅뱅, 통화패권 흔든다

디지털화폐 지재건 84건 보유, 관련기술 경쟁국보다 선점

은행·이통사·알리바바·텐센트 손잡고 디지털위안화 보급

對中 경제의존 높은 阿·중남미·동남아서 통화영향력 확장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시대를 선점하려는 중국의 질주가 무섭다. 연내에 CBDC 형태로 세칭 ‘e위안화’ 발행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특허를 일찌감치 싹쓸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기술장벽을 경쟁국보다 먼저 쌓고 미국 달러화에 대응하는 중화경제 패권을 쌓으려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지폐·동전과 같은 실물화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유통되면 감염자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실물 없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송금·결제되는 중국의 CBDC 개발이 한층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무기로 CBDC를 상정하고 지난 2014년부터 국가 프로젝트로 준비해왔다. 특히 인민은행은 2017년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설립하며 CBDC 발행에 필요한 기술과 달라질 지급결제 환경, 통화정책 등을 특유의 ‘만만디’ 스타일로 꾸준하고 꼼꼼히 챙겨 왔다.

중국은 CBDC 선도국으로 초기 시행과정의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관련 특허를 일찌감치 싹쓸이하며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디지털상공회의소 분석을 인용해 인민은행이 84건의 디지털화폐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의 상당수가 CBDC 발행과 공급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은행 간 결제 시스템, 디지털화폐 계좌와 기존 은행 계좌 간 통합기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CBDC 특허 독점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극복할 신무기로서 ‘디지털위안화’를 내세우기 위해 ‘칼을 가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중국이 지난 10여년간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했음에도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위안화를 디지털화해 국제적인 유통 범위와 속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식재산권을 쌓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천문학적 차관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남미뿐 아니라 화상(華商)의 경제력이 큰 동남아시아에서도 무역결제에 사용이 편리한 디지털위안화를 일반화해 ‘달러의 힘’을 뺀다는 전략을 상정하고 있다. 권혁준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과 전자상거래의 빠른 확산에 디지털위안화를 태워 승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으로 중화권의 영향력에 있는 동남아 등의 신흥국 경제가 e위안화 통화권에 삼켜질 우려가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페이스북이 자회사 칼리브라를 통해 민간 발행 디지털화폐인 ‘리브라’를 발행하겠다고 지난해 6월 전격 발표하자 중국은 미국에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 올해 세계 최초로 CBDC 발행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무장춘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장은 지난해 12월 “디지털위안화는 현재 설계와 표준 제정, 기능 개발, 통합 테스트 등 기본 작업을 마친 상태”라며 “선전과 쑤저우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기능 최적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발행 암호화폐의 발행·거래를 엄격히 금지하면서도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금융경제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중앙은행 차원의 CBDC 개발에 적극 활용해왔다.



디지털위안화는 민간 발행 디지털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하는 법정화폐로서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차별성을 갖게 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시중은행에 공급하면 은행들은 개인과 기업 등이 보유한 위안화를 1대1 비율로 디지털위안화로 바꿔주고 소비자들은 이를 인터넷이나 모바일 결제 때 사용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은 알리페이와 위챗 등 민간 지급결제 사업자가 모바일 결제의 90% 이상을 장악해 불균형이 커 정부가 디지털위안화를 통해 일차적으로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아울러 중국 4대 시중은행인 공상·중국·농업·건설은행과 차이나모바일 등 3대 통신사에 세계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까지 디지털위안화 보급의 파트너로 동원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화폐인 디지털위안화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이 쓰이고 거래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이 디지털위안화를 믿고 많이 써야 지폐와 동전을 대체해 중앙은행의 비용을 줄이면서 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CBDC 시범사업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 됐다. 하지만 디지털화폐가 사람 간 접촉 없이 상거래를 가능하게 해 대규모 전염병 사태 속에서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위안화 발행의 필요성은 한층 더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리리후이 전 중국은행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접촉식 전자결제가 확산되고 있어 디지털위안화 발행과 사용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에서는 디지털위안화가 신기술을 탑재했지만 화폐의 가치와 기능을 단숨에 뛰어넘어 달러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기축통화의 근본 요소인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신뢰도 제고 등이 전제돼야 달러에 맞설 환경이 조성된다”고 지적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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