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로 고부가가치 사업 영토를 넓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한덕화학 지분 50%를 인수했다. 주당 3만5,248원50전에 보통주 22만5,000주를 취득해 총 686억8,100만원을 투입했다. 한덕화학은 롯데정밀화학이 일본 도쿠야마와 지난 1995년 50대50 비율로 설립한 합작사다.
롯데케미칼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덕화학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한덕화학은 울산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현상액 원료인 테트라메틸 암모늄 하이드로옥사이드(TMAH)를 생산한다. TMAH로 제조한 현상액은 식각·세정·현상 등 반도체 습식 공정에서 두루 쓰인다.
이는 롯데케미칼이 고부가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과 관련이 깊다. 롯데케미칼은 올 3~4월 일본 쇼와덴코 지분 4.46%를 사들이는 데 1,617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쇼와덴코는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 제품에 강점을 지닌 중견 화학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어 승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기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쇼와덴코가 인수한 히타치케미칼은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롯데케미칼이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실패하면서 쇼와덴코에 대한 지분 투자로 방향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동박·전지박 사업을 보유한 두산솔루스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이 지분 13.2%를 보유한 롯데알미늄은 헝가리에 1,1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양극박 공장을 건설한다고 2월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관련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력한 기술을 갖고도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M&A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케미칼도 1·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스페셜티 제품은 물론 재무 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용 제품을 가진 업체의 M&A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이 한덕화학 지분을 취득한 것은 롯데정밀화학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롯데그룹이 2016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화학사 중 하나지만 올 초 롯데케미칼에 흡수합병된 롯데첨단소재와 달리 독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스페셜티 제품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합병 대상은 롯데정밀화학이 될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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