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귀속분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되었습니다. 정확한 인원과 세액은 국세청이 오는 26일 발표하겠지만 올해도 역대 최대가 확실시됩니다. 지난해의 경우 종부세 대상자는 59만5,000명, 세액은 총 3조3,47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 초과분에 부과됩니다. 고지서를 받으셨다면 다음달 1~15일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올해는 세율 변동은 없으나 공시가격 상승에다 종부세 과표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5%에서 90%로 올라 세액이 3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 관계자도 “대상과 금액 모두 올해도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며 “내년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종부세는 금액대별로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세율 구조입니다.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은 다주택자에게 크게 다가옵니다. 문제는 살고 있는 집 한 채 갖고 있는 1주택자입니다. 서울 강남에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종부세 고지서를 손에 들게 됩니다.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 세액공제가 없는 서울 서초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에 사는 1주택자의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지난해 242만2,512원에서 올해 445만4,856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로 보면 지난해 794만5,872원에서 올해 1,158만1,128원으로 45%나 증가합니다. 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의 종부세는 338만976원에서 592만8,894원으로, 잠실주공(전용면적 82㎡)은 147만5,856원에서 299만3,544원으로 늘어납니다. 투기 목적이 아닌 1주택자들도 가만히 앉아서 지난해의 2배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또 경희궁자이, 마포자이, 서울숲푸르지오 등 종로구, 마포구, 성동구 등 강북지역 1주택자도 올해부터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됐습니다.
내년부터는 정말 ‘악소리’가 날 정도로 부담이 급증합니다. 종부세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1대 국회에서 처리돼 내년에는 1주택자 종부세율이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 상향되고 다주택자 최고세율은 6%까지 올라갑니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90%에서 오는 2021년 95%, 2022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지며 공시가격 현실화도 예고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33평(전용면적 84㎡)을 지난 2017년 매입해 내년에 4년째 살고 있는 40대라면 보유세는 지난해 908만원(종부세 338만원 포함)에서 올해 1,326만원(〃 592만원), 내년에는 1,912만원(〃 1,114만원)으로 2년 만에 1,000만원을 더 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1주택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반복적으로 말했지만 강남·강북 가릴 것 없이 1주택자마저 과도한 보유세에 허리가 휘청일 판입니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60세 이상 및 5년 이상 보유해야 일부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 팀장은 “고가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 세율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겹치게 돼 2025년까지 연간 시세의 0.5~1%에 이르는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6억~9억원의 경우 중저가에 적용되는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돼 중간값의 서울 수도권 주택은 1주택이어도 보유세 증가가 부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수억 원의 집값이 올랐으니 마땅히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그 정도로 집값이 뛴 아파트를 소유한 분들이라면 그만한 세금은 내는 게 옳다”고 밝혔습니다. 왜 강남 부자들 걱정까지 사서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은퇴 후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 유리지갑인 직장인, 돌변한 정책으로 더 이상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임대사업자들은 조세저항 움직임마저 보입니다. 정부 정책 실패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는데 왜 집주인한테 세금을 더 받느냐는 불만입니다. ‘미실현 이익인데 세금 내려고 집을 팔아야 하냐’라는 하소연도 들립니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연간으로 일종의 ‘월세’를 떼가는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1주택자 종부세율을 낮추고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갑자기 너무 커지는 것은 은퇴한 고령자 등 실수요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세율을 낮추거나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살고 있는 집값을 올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투기세력이 아닌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금은 고가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으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더 불안해지고 희망고문만 하는데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지목해 징벌적 과세로 부동산 시장을 때려잡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계획대로 먹힐까요. 정부 내부에서도 1주택자까지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부도 답을 알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1주택자에 대한 완화 조치를 하게 되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의 ‘부동산 증세’를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는 옳은 방향’이라며 기본 원칙을 인정했지만 정작 다주택자의 퇴로인 양도소득세는 내년부터 중과시켰습니다. 시장을 규제로만 접근하고 계속 조이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죠.
최근의 전세대란에서도 그랬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종부세·보유세 논란 속에 민심은 ‘갈라치기’ 되고 있습니다. 1주택자까지 커지는 세 부담으로 돌아서게 되면 참여정부의 트라우마를 떠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부가 이길까요, 시장이 이길까요. 정부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시장 원칙만이라도 지켜줬으면 합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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