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개시를 시사한 가운데 오는 27일(현지 시간)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계획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잭슨홀미팅에서 파급력 있는 발언이 이어져온 만큼 파월 의장이 이번 미팅의 연설에서 테이퍼링의 시점과 방법에 대해 언급할 것을 점치는 분위기가 시장에서 고조되고 있다. 여전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테이퍼링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시장에 신호를 주는 ‘힌트’는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잭슨홀미팅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26~28일 사흘간 대면 형식으로 치르기로 했지만 일정도 27일 하루로 확 줄였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관련 언급을 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18일 연준이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대부분의 위원이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테이퍼링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한 전 세계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당시 회의록이 공개된 직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테이퍼링 개시 시점을 내년 1월에서 올해 11월로, ING는 10월로 앞당겼다.
그랜트손턴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하겠지만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7월 FOMC 때보다 더 강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테이퍼링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한 관측이 무성한 만큼 파월 의장이 관련 언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편에서는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이 나오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크 카바나 BoA 투자전략가는 “이번 미팅에서 큰 정책 발표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파월 의장이 9월 FOMC 회의에 앞서 전면에 나서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9월 고용지표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델타 변이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도 테이퍼링의 변수로 남아 있다. 강경 매파로 꼽히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일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의 경제적 영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실질적으로 둔화시킬 경우 정책에 대한 견해를 다소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기 테이퍼링을 촉구해온 그가 테이퍼링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견해를 바꿀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바이러스 확산은 파월 의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내년 2월 첫 번째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백악관 고위 고문들에게 밝혔다. 익명의 소식통은 “델타 변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준 리더십의 변화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연임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관련 결정은 다음 달 초 노동절 연휴(9월 6일) 전후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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