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일컫는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투자 유치에서 쿠팡과 야놀자에 이은 국내 세 번째 데카콘 기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 동안 스타트업의 급성장이 해외 투자자의 손에서 이뤄진 것과 달리 두나무는 국내 투자자를 등에 업고 성장해 투자 성과가 국내 투자 업계로 돌아가게 됐다.
22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최근 한 달 새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을 달성했다. 야놀자가 지난 7월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의 투자를 유치 과정에서 데카콘이 된 지 약 2달 만이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이다. 2012년 문을 연 두나무는 증권 앱 증권플러스를 선보인 후 2017년 10월 업비트를 출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업비트는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달성해 독보적인 1등 거래소로 성장했다. 설립자인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지분 25.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설립 초기 투자한 카카오, 카카오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퀄컴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이번 투자에는 알토스벤처스, 하나금융투자, 새한창업투자가 새로 등장했다. 기존 두나무 투자자들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보유한 구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베팅한 곳은 약 600억 원을 투자한 새한창투다. 하나금투는 300억 원을, 알토스벤처스는 1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번 투자에서 두나무의 주당 단가는 30만 원~35만 원 수준으로 거래됐다. 해당 단가를 전체 기업가치로 환산했을 경우 10조 1,500억 원에서 10조 1,8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두나무는 올해 2월과 4월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기업가치는 각각 1조 5,000억 원, 6조 7,000억 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추가로 수조 원이 뛴 셈이다.
두나무는 매월 수 천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어 현금 창출 능력이 탁월한 곳으로 꼽힌다. 신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없는 까닭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신주 발행 방식 투자 유치 지양하고 있다. 당분간 구주 매출을 통한 투자 유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소액이긴 하지만 알토스벤처스가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은 두나무의 가치 평가에 대한 공신력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알토스벤처스는 주로 초기 창업 기업에 투자해 대규모 자본 이익을 거두는 벤처캐피탈로 유명하다. 주요 투자기업으로는 쿠팡, 토스, 크래프톤이 있다. 데카콘으로 성장한 두나무이지만 아직도 성장 여력이 풍부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두나무 주식은 현재 장외 거래 플랫폼 등에서 개인 간 거래는 품귀 현상으로 인해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알토스벤처스와 같은 공신력이 높은 투자사가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만큼 앞으로 기업가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향후 3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달성도 어렵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급격하게 뛴 기업가치는 상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오는 25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제도권 편입이 진행됨에 따라 업비트의 국내 증시 상장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까닭이다. 해외 상장이 거론되던 두나무는 최대 주주의 양도소득세 등 세금 문제로 국내 상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특금법 요건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한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국제 기준에 따라 불법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지난 3월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시행 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쳤으며 오는 25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내 거래액은 2위 사업자와 비교해 최대 10배 이상 많다"며 "코인베이스, 후오비 등 글로벌 사업자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아 10조 원의 기업가치 평가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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