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고 밝힌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률이 실제로는 다른 민관 합동 개발 사례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가 초과 이익 환수 규정을 없앤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적극적인 이익 산출, 자산관리회사(AMC) 용역 수행 등으로 수익 극대화에 나선 것이다.
1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과 서울경제 취재 결과 등을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 사업을 통해 성남시가 환수한 이익은 5,503억 원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이익 배분에 대한 계약관계 등을 통해 현금성으로 확보한 수익은 1,822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공원 조성 등 현물에 따른 기부채납으로, 이를 제외하면 대장동 사업의 수익 환수율은 30.9%에 그친다.
도시 개발 업계에서는 이처럼 기부채납을 수익에 포함시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 업계 관계자는 “공원 조성 및 주차장 등 기부채납은 도시 개발 사업 인허가를 위한 사전 필수 조건일 뿐 이익 환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파악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방식의 민관 합동 개발 사례들은 대부분 수익에 대한 현금 이익만을 환수액으로 책정했다. 수익률도 리스크 등 사업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40% 이상을 가져간 경우가 많았다.
‘하남시 아이테코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 리스크가 컸음에도 총 1,110억 원의 수익을 냈고 이 중 40%인 440억 원을 하남도시공사가 환수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천 송도6·8공구 개발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시행사로부터 내부 수익률 12%를 제외한 초과 금액의 절반을 가져가는 구조로 설계됐다. 안산도시공사는 2011년 공동주택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 200억 원 가운데 24.9%인 50억 원을 가져갔지만 AMC 업무를 공사가 직접 맡아 80억 원의 용역비 수익을 추가로 챙겼다. 반면 대장동에서는 화천대유자산관리가 AMC 업무를 담당해 용역 수수료로만 140억 원을 가져갔다. 대장동에 앞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도한 위례신도시 사업에서도 수익금 자체(150억 원)는 적었지만 전체 수익의 50%를 확보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대장동 사업의 경우 지나치게 특수한 설계로 이뤄진 탓에 일반적인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남 기부채납 포함 '수익 뻥튀기'…하남은 지분 20%로 사업익 40% 환수
■'최대 공익'이라더니 대장동의 민낯-다른 민관개발과 비교해보니
하남 풍산지구에서 2008년 추진된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시기에도 민관합동 개발을 통해 초과이익을 환수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하남도시공사는 출자금 10억원의 44배에 달하는 440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지분 20%로 사업 이익의 40%를 환수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우 하남 풍산지구라는 벤치마킹 대상이 있었고,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막대한 개발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가 더 많이 챙겨가도록 설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측은 개발사업 인허가의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기부채납까지 환수 이익에 포함해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며 자화자찬 하고 있다.
공원·주차장·IC 등 사업자 사업비용 빼면 환수율 줄어
안산은 AMC 직접 위탁 등 제도 보완해 이익 극대화
◇수익 환수율 40% 이상도 즐비한데 30% 회수에 그쳐=도시개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시가 회수했다고 주장한 5,503억 원 중 실제 회수액은 사업 배당 이익에 해당하는 1,822억 원에 그친다. 제1공단 공원 조성비 2,561억 원, 지하주차장 400면 조성 200억 원, 북측터널?대장IC 확장 920억 원 등 기부채납 부분은 일반적으로 도시개발 사업에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사업 비용이지, 수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부채납을 제외할 경우 대장동 사업에서 발생한 5,903억 원의 총수익 중 성남시가 확보한 것은 전체의 30.9%다.
하지만 다른 개발 사례에서는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개발이익을 최대한 증빙하고 환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남 풍산지구에서 2008년 추진된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최선의 공공 이익을 확보한 ‘진정한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되자 하남도시공사는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시 추진해 출자금 10억 원의 44배에 달하는 44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지분 20%만 갖고 사업 이익의 40%를 환수한 것이다. 특히 2006년 부채비율이 506%에 달했던 하남도시공사는 이 사업 수익을 바탕으로 2009년에는 부채비율을 8.08%까지 줄이고 1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송도 6?8공구 A11, A13블록 개발 사업의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개발사업 시행자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의 적극 협상을 통해 내부수익률 12%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이중 절반을 회수하기로 하고 이익금 산정 작업 등에 나섰다. 두 블록에서 508억 원을 환수한 가운데 나머지 4개 블록(A8?A14?A15?A16)에서도 환수를 마치면 총 1,000억 원 이상의 환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익 환수율은 비교적 적지만 부가적인 방법을 통해 수익 극대화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안산도시공사는 2011년 단원구 고잔동 37블록에서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민관 합동으로 진행했는데 PFV를 설립하는 방식은 대장동과 같았지만 AMC를 직접 위탁해 맡는 차별점을 보였다. 안산도시공사는 사업 이익을 지분율과 같은 24.9%만 배분받기로 하고 200억 원 중 50억 원만 환수했지만 AMC 업무를 수행한 덕분에 환수 배당 이익보다 더 많은 80억 원의 용역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대장동에서는 특별한 실적도 없는 화천대유가 AMC를 맡아 100억 원 넘는 수입을 내도록 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주택가격 상승 따른 환수 장치 재정비해야"
◇수익 환수 장치 미비 지적…제도 개선 목소리도=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를 볼 때 대장동 사업이 ‘수익 환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른 사업에 비해 낮은 수익 비율도 문제지만, 주택 가격이 올라갈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부족했다는 게 특히 아쉽다”며 “성남시 주장과 달리 사업 리스크가 큰 시기가 아니었고, 이를 감안하면 주요 수익을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들끼리 공유하고 말을 맞춰가기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된 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개발 업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에) 민간의 초과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빠졌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설계 과정에서부터 민간 사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이헌승 의원(국민의힘)이 공공이 출자에 참여해 설립한 법인이 사업시행자로서 조성한 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지난 8일 대표 발의했다. 이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도시개발법 개정을 포함한 개발 이익환수 방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추가 입법이 줄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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