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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쇼트패딩 인기의 씁쓸한 뒷맛

신미진 생활산업부 기자





올 겨울 패션 트렌드는 단연 ‘쇼트 패딩’이다. 돌아온 뉴트로 열풍에 통이 넓은 팬츠를 부각시키기 위해선 쇼트 패딩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로 불어닥친 힙합 열풍도 쇼트 패딩 유행에 힘을 보탰다.

패션 업계는 쇼트 패딩 특수를 누렸다. 2000년대 후반 길거리를 휩쓸었던 ‘근육맨 패딩’의 귀환에 노스페이스의 매출은 크게 뛰었다. 인기 상품인 ‘1996 노벨티 눕시 재킷’을 구매하려는 행렬에 이른 아침부터 백화점 앞에는 긴 줄이 생겼고,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웃돈이 붙어 팔리기까지 했다. 올해 무신사에서도 10월 한 달 동안 쇼트 패딩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그러나 쇼트 패딩 열풍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씁쓸하다. 버려지거나 매물로 나온 롱 패딩이 올해 유독 늘었기 때문이다. 롱 패딩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재활용 의류 수거 업체들은 반기는 품목이다. 이를 두고 재활용 업체들 사이에서는 ‘쇼트 패딩 특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는 헐값에 올라온 롱 패딩이 수두룩하다. 새벽 2시부터 줄을 세웠던 ‘평창 롱 패딩’도 4만 원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017년 롱 패딩이 유행이던 당시 온라인에서는 ‘요즘 짧은 패딩을 입으면 아재(아저씨)’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오히려 롱 패딩을 입으면 아재라 불린다고 한다. 이처럼 패션 유행 주기가 3~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트렌드 변화에 밝은 MZ세대 사에서는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매번 바뀌는 유행에 철 지난 옷은 버려지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의류 폐기물 양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기준 하루에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이 260톤으로 2008년(162톤) 대비 60% 늘었다. 미국의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뉴욕타임스(NYT)에 ‘이 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실었다. 군중심리로 필요 없는 옷을 구매하지 말라는 당부의 메시지였다. 옷장 속에 튼튼한 롱 패딩이 한 벌 있다면 이번 겨울을 보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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