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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00조' LG엔솔, 수급교란·지수왜곡 부르나

유통가능 물량 전체 10%도 안돼

펀드 등 사자 땐 오버슈팅 가능성

엔솔 따상 땐 시총 비중 7% 달해





다음 주 상장 때 ‘몸값 100조’가 점쳐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의 8.8%에 불과한데 이를 필수로 담아야 하는 패시브 펀드 매수는 산적해 있어 주가가 오버슈팅하며 시장 수급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주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대형 공모주는 상장 이후 주요 지수 편입에 시차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증시 변동성의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공모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70조 원이지만 상장 직후 몸값이 100조 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수급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상장 직후 추가 상승에 힘이 실리는 것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코스피200,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조기 편입이 확실시됐는데 거래 가능한 물량은 없기 때문이다. 공모가 기준 시총 70조 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초기 유통 가능 물량이 9%도 되지 않아 매수세가 몰릴 경우 100조 원까지 치솟으면 유가증권시장 시총 비중 5%까지 높아진다.



이처럼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펀드 등의 매수 쟁탈전이 펼쳐지면 ‘지수 편입 가능성에 주가 상승→편입 확정→수요 확대→주가 고평가’라는 연쇄 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패시브 펀드들은 밸류에이션이나 펀더멘털을 따지지 않고 기초지수 편입 비중에 비례해 자금을 기계적으로 배분하며 기존 종목은 비중이 축소된다. 만일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에 성공하게 되면 유가증권시장 속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은 7.1%로 확대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을 찍으면 코스피지수는 2.1% 올라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는 펀드들은 대응해야 함에도 (품귀 현상에 매수) 할 수가 없다”며 “가격이 뛸수록 다른 종목의 비중 하락은 불가피하며 수급 왜곡이 워낙 심해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한 운용사의 배터리 담당 펀드매니저도 “LG에너지솔루션이 100조 원을 돌파하면 지분 80%를 보유하고 주가 조정이 가팔랐던 LG화학의 주가는 뛰어야 한다”면서도 “펀드에서 대량의 교체 매매가 나올 수 있어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지수 운영에 대한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지수펀드(ETF) 규모 확대로 지수가 시장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대형주가 시장 쏠림을 자극하지 않고 시장에 연착륙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MSCI는 주가가 극단적으로 치솟거나 기존 제도의 부작용이 우려되면 편입을 유보할 수 있게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와 코스피200 편입 사이에는 한 달 반의 간격이 있다”며 “제도 개선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스피200은 유통 가능 물량을 고려해 편입 비중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가 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키움증권은 유통 가능 주식 수를 반영할 경우 코스피200 내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은 0.3~0.7%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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