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출고가를 낮추고 공시지원금을 높이며 본격적인 ‘재고 떨이’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시리6즈와 LG전자의 ‘G5’, 애플의 ‘아이폰SE’ 등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기존 제품을 소진해야 할 동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SKT)·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6일 갤럭시S6 출고가를 각각 10만100원 인하했다. 32GB 단말기는 기존 77만9,900원에서 67만9,800원으로, 64GB의 경우 79만9,700원에서 69만9,600원으로 낮아졌다.
갤럭시S6 출고가만 낮아진 것이 아니다. SKT는 이날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는 넥서스5X 16GB(37만9,500원→24만2,000원)와 32GB(56만8,700원→398,200) 기종의 출고가를 모두 인하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1일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16·64·128GB) 출고가를 기존 대비 11만원 낮췄다. SKT도 이달 1일 아이폰6(16GB) 출고가를 11만원 인하했다.
출고가를 낮춘데 더해 공시지원금을 높이고 나선 경우도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르면 단말기가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나면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조정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SKT의 전용 단말기인 갤럭시A8·J5, G3 Beat의 지원금(일부 요금제에 한함)이 높아졌다. KT는 전날 아이폰6 시리즈 출고가를 조정하지 않는 대신 지원금을 최대 60만원까지 인상했다.
이통사들이 이처럼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 신제품 판매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직원은 “지난달 갤럭시S7 시리즈, G5, 아이폰SE 등의 글로벌 판매가 잇따라 개시되면서 이전 버전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기존 제품의 출고가를 낮추기로 합의한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각 이통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출고가 및 공시지원금 조정에 차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특정 이통사가 출고가 대신 지원금 조정을 선택했다면 이것은 타사에 비해 재고 보유량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 출고가를 낮추면 제조사가 이통사에 재고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보상금 규모가 커져 양측 간 합의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통3사 모두가 갤럭시S6 출고가는 낮추면서도 지원금 조정에 대해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도 각사의 고객 유치 현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SKT가 지원금을 올린 반면 LG유플러스는 낮췄고, KT는 조정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실시간으로 경쟁사들의 고객 유치 현황을 체크하면서 출고가나 지원금을 조정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두고서도 출고가 및 지원금이 다르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통사들 간 고객 확보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선택약정제도를 선호하면서 번호이동이 주춤한 가운데, 최근 대규모의 출고가 및 지원금 조정이 타사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 간 출고가 인하, 지원금 확대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2주동안은 2014년 ‘아이폰대란’과 같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