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과 단독 e메일 지상대담을 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와 유발 하라리 교수는 서로 학문적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다. 지리적 조건이 1만3,000년간의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려주는 역작 ‘총, 균, 쇠’로 지난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생리학과 조류학·진화생물학·생물지리학을 두루 섭렵한 거두다. ‘총, 균, 쇠’에 이어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같은 문명 대연구 3부작이 그의 대표 저서다. 찰스 다윈과도 비교되는 그의 나이는 올해 78세.
그런 다이아몬드가 주목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라리다. 다이아몬드는 ‘사피엔스’를 두고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1976년생으로 올해 40세인 하라리는 이 분야의 신성이다.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가 어떻게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다룬 2011년작 ‘사피엔스’로 단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30여개국에서 번역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사피엔스’는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의 탄생과 진보, 미래를 꿰뚫어봤다” “인간 문명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를 받고 현재 히브리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역사의 정의와 방향성,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인문학 분야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학자에게 주는 폴론스키상을 2009년과 2012년 받았다.
두 사람은 닮은 듯 다르다. 본지와의 대담에서도 100년, 200년 후의 인류사회의 미래상을 묻는 말에 다이아몬드는 “50년 후 인간사회가 어떨지에 달려 있다. 50년 안에 전 세계 사람들은 자원이 한정된 세상에서 동일한 방식(생활수준)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게 돼 행복해지거나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앞의 가능성은 51%, 후자의 불행한 쪽은 41%라는 게 다이아몬드의 생각이다.
하라리는 “약 200년 뒤에는 인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엄청난 힘을 얻게 돼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완전히 다른 존재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이아몬드보다 다소 비관적이다.
“나(하라리) 역시도 우리가 안정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51%보다도 적다고 본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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