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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첫 공식사과

“전담조직 설치 피해 보상할 것”…檢 줄소환 앞둬 ‘수사 무마용’ 비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체 브랜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이날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 보상 선정 기준 등을 검토하며 피해 보상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재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관계자들은 롯데마트의 발표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소환하겠다니 브리핑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공식 사과하고 100억원대의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줄소환’을 앞둔 시점이라서 ‘수사 무마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담조직 설치 피해 보상할 것”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1년 8월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거나 사망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살균제 사태가 일어난 지 5년 만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 업체 네 곳 가운데는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겠다”며 “피해보상자 선정·보상 기준 등을 검토한 뒤 재원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재원은 100억원 정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외주 생산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다 중단했다.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임산부와 영·유아 등 수백명이 폐 손상으로 사망한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키저 ‘옥시싹싹’ 제품의 성분과 같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품을 쓰다 사망한 사람만 최소 140여명(정부 집계), 피해자 단체 집계로는 220여명에 달한다. 롯데마트가 관련 업계에서 처음으로 사과와 보상 계획을 발표하자 이날 오후 홈플러스 측도 “수사 종결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檢 ‘위험성’ 은폐 정황 포착 등



수사 가속 시점과 발표 맞물려



이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가 사과에 나섰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검찰의 특별수사팀이 관련자 소환 일정까지 밝히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시점에 맞물린 사과 발표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옥시레킷벤키저 실무자 1~2명을 불러 법인 고의 청산, 연구보고서 조작, 유해성 은폐 시도 등에 대해 조사한다. 특히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제품과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실험보고서를 은폐하고 이를 연구한 실험기관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정황까지 검찰이 포착했다고 알려지면서 앞으로 관계자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상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우선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들을 불러 자세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이후 나머지 세 곳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이날 대국민사과는 전날 오후 늦게 전격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 논란이 커질 경우 면세점 재허가 등 그룹 내 주요 현안까지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해자 가족 “사과 계획도 몰라”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공동대표는 “피해자 가족들은 롯데마트로부터 연락 받은 적도 없고 사과 계획도 몰랐다”며 “검찰이 소환 조사를 하겠다니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는 것일 뿐”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도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피해자가 아닌 검찰에 사과한 것”이라고 의미를 일축했다. /안현덕·윤경환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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