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한진해운 구조조정에서 용선료 협상과 더불어 사채권자들의 동의 여부가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농협 등 상호금융권이 두 해운사의 회사채를 총 6,000억원가량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오는 6월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가 다시 열릴 예정인 가운데 농협 등 상호금융 조합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일부 조합들 사이에서는 이번만큼은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해줄 수 없다는 격앙된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주요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먼저 채무 조정안을 내놓을 경우 상호금융권도 결국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신협·산림조합·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보유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회사채는 총 400여개 조합, 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부채 가운데 금융권 차입이 20~30% 수준에 그치고 대부분이 선박금융과 회사채이기 때문에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데 사채권자들의 동의 여부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앞서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이 함께 이뤄지면 채권단이 현대상선을 지원한다는 조건부 자율협약을 시행하기로 하고 현대상선에 대한 채무를 3개월간 잠정 유예한 바 있다.
구체적인 자구안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상호금융권 사채권자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400여개 조합이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각 조합별로 보유한 해운사 회사채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자산이 헐값으로 떨어지면 중소형 조합의 경우 생존에 위협이 될 정도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상호금융은 조합들이 각각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개별 법인이기 때문에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서 이 충격을 흡수해주지도 못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채무 조정이 이뤄지면 회사채는 결국 출자전환 후 감자되고 주식으로 남게 되는데 이 주식은 헐값이 되기 마련”이라며 “지금껏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마다 회사채를 보유한 조합들이 같은 방식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어왔는데 이를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협 등 상호금융권은 이에 따라 해운사 회사채를 보유한 조합들 간 비대위를 꾸리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사 구조조정 방식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또 다른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국가적인 기업 구조조정인 만큼 결국 상호금융권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들의 손실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