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약 기업들이 정부 차원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브랜드 퀄리티를 높인다면 양국 모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포럼 2016’의 부대행사로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중국 의약업계의 주요 관계자들은 한중 간 건전한 경쟁과 협력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삼성과 셀트리온 등 한국 유수 기업이 중국 바이오시밀러 분야 발전에 이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한중 간 기술합작 등을 통해 중국산 바이오 및 의약 제품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수출시장에서 동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연사로 나선 차이톈즈 중국 의약보건부 의학수출입상회 부비서장은 “의료기기와 바이오제약은 중국이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핵심산업이고 일대일로 정책으로 해외로 수출하려는 의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한국이 기술과 재료 등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한중 공동으로 중국산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펑잔 하이스코제약그룹 CTO도 “한국 의료제약의 발전 역사를 봤고 한국에서 배울 것이 있기에 한국 기업과 함께라면 5~10년 안에 중국의 바이오메디컬 시장이 많은 진보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이스코는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제약전문 회사로 신약 개발에 집중된 중국 내 3위 규모의 회사다. 위펑잔 CTO는 한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에 기대를 표하면서도 “의학 쪽은 각 국가마다 키우려고 하는 산업이고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시장이라 중국의 정책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기업인들은 이날 포럼에서 중국 제약 및 바이오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업체가 함께 이 시장에 진출해도 충분한 수익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샤오즈화 상하이OPM바이오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2014년 기준 약 847억위안(약 15조1,600억원)인데 중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약 60억위안 규모에 불과하다”며 “2012년 이후 많은 특허약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다양한 복제약들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워낙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중 기업 간에 이 분야에서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연구개발(R&D)센터에 한국 기업과 인재들이 참여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야오스핑 국제식품약품품질안전기업연합회 비서장은 “지난해 말 베이징 중관춘에 바이오·의약 전문 연구개발센터를 세웠다”며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도 중관춘에서 활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관춘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지역으로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국 스타트업들을 위한 과학기술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전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바이오·의약·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이끌 분야의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야오 비서장은 “중관춘에 다국적 연합 실험실 플랫폼을 만들어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의 선진적 기술과 의약품이 중국에 들어오게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의약업계 전문가들은 한중 간 합작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인인 조평규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며 “국영 파트너를 만나면 정치적 영향이 있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그러나 지나치게 ‘관시’에 기댄 중국 진출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조 부회장은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도 법과 제도에 의한 경영이 확실히 강화되고 있다”며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을 맡은 송시영 연세대 교수는 ‘한국과 중국은 결코 떨어질 수 없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서로의 차이점과 가능성을 파악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한국의 63빌딩이 중국 황사에 의해 안 보이는 것처럼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중국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새롭고 기민한 테크놀로지를 갖고 있고 한국은 최고의 인적자원과 전자 및 자동차 산업의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헬스케어 분야에서 국가 내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국가 외 크로스오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홍우·이지윤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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