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주식 거래대금 감소에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으로 주요 증권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특화 전략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주목된다.
17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미래에셋·NH투자·대우·삼성증권(016360) 등 주요 증권사 중 키움증권(039490)만 연초 실적 전망치 대비 올해 1·4분기 실적이 38%나 상승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나머지 증권사의 경우 영업이익이 연초 전망치에 비해 40%나 하락했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006800))의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전년 동기(1,425억 원)보다 51.5%나 감소했다. 지난해 1·4분기 1,0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현대증권의 경우 560억원으로 실적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913억원의 적자를 냈다. NH투자증권(005940)·미래에셋증권(037620) 등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20~3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증권사의 수익성 하락은 ELS 운용 손실의 영향이 컸다. ELS의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올해 초 급락하면서 손실이 커졌고 증권사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체 헤지거래(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을 직접 운용하는 방식)를 늘리면서 기초자산이 급락하고 손실이 크게 늘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증권업종은 ELS 조기상환 규모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5월 일평균 거래대금도 하락해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요국 증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한국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사는 약세장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키움증권은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6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가량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인 499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KB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전 분기 대비로는 흑자로 전환했다. 두 회사 모두 특화 전략이 돋보인다. 키움증권은 비대면계좌에 집중해 올해 들어 매달 일평균 신규 개설 계좌 수가 늘었고 KB투자증권은 지속적 고객기반 확대를 통해 고객자산이 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의 2배를 넘는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사들의 실적 호전이 2·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키움증권은 비대면계좌 개설로 수수료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잠재 성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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