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3일부터 전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동의서 징구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은행 직원이 1만3,000여명인 데다 지점 또한 600여개에 달해 개별 지점장을 중심으로 동의서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9개 금융공기업 중 예금보험공사·KDB산업은행·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기술보증기금 등 5곳이 이미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한 만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강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연말 지급하려던 금융공공기관 인건비 인센티브를 다음달로 앞당겨 지급하기로 하는 등 성과주의 독려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다음달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점검회의’가 예정돼 있어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압박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적 분쟁 가능성은 여전하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성과연봉제가 직원들에게 불리한지 여부 및 동의서 징구 시 강제성 입증 여부 등이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동의서 징구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을 이사회에서 처리하는 것 또한 불법”이라며 “대응 지침은 각 노조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연봉제가 노조와 정부와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여·야·정 회동에서 야당 측이 “성과연봉제는 2015년 노사정 합의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후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시도를 중단하라’는 금융노조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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