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식품 수출이 반짝하는가 싶더니 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수출이 6.6% 감소해 두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가공식품에서 수출 감소가 두드러진 양상이다. 글로벌 교역 부진에도 지난해 1.2% 감소에 그치는 등 선방했던 농식품 수출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농식품 수출 규모는 5억1,760만달러로 전년 동기(5억5,450만달러)보다 6.6% 줄었다. 8.3% 수출이 늘며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던 전달의 호조세가 한 달 만에 꺾인 것이다. 4월 부진 탓에 올 한 해 누적 수출도 상승분을 대거 반납하며 전년 대비 0.3% 증가한 20억달러에 머물렀다. 이 추세면 올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81억달러 수출 달성은커녕 전년 실적을 넘기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 수출의 83%(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가공식품 수출이 -8.8%로 부진하다는 점이 문제다. 커피믹스 등 커피 조제품이 -26.6%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제3맥주(보리 외에 옥수수나 대두를 발효시켜 만든 맥주) -34.1% △조제분유 -26.9% △유제품 -19.8% △과자류 -11.6% △담배 -15.3% 등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라면(5.1%), 설탕(8.3%), 고추장(17.2%) 정도가 체면치레를 했다.
국가별로 봐도 최대 시장인 일본과 중국이 전달 2.7%, 4.8% 증가에서 각각 -16.4%, -8.3%로 하락 반전했다. 일본에서는 현지 기능성 맥주 제품 출시가 늘면서 제3맥주가 -34.5%를 기록했고 김치도 3%가량 빠지는 등 전통 효자 품목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에서는 △인삼류(홍삼 등 조제품 포함) -62% △커피 조제품 -32% △조제분유 -27% 등의 낙폭이 컸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홍삼 등 고가 제품의 소비가 크게 줄었고 커피 등 나머지 가공식품에서는 네슬레 등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엔저 현상이 최근 많이 수그러들었음에도 현지 소비 트렌드 변화에 기업들이 발 빠른 대응을 못한 게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감소폭(-1.7%)이 미미했고 걸프협력회의(GCC) 수출이 11.1%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할랄 규제가 부쩍 강화되고 있어 이슬람 지역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4월 수출이 3.3% 증가한 신선식품도 딸기·사과·배 등 과일이 새로 수출되면서 활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생산비가 높아 한계가 있다. 농식품 수출을 늘리기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상현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식품 수출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화교와 교포 중심 시장에서 수요처를 확대하려면 단순 한류 마케팅에서 벗어나 현지 마케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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