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쇼핑이 20주년을 맞으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개척자인 인터파크가 서비스 혁신실종과 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터파크 매출액은 2013년 3,855억원에서 2014년 4,073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다 지난해 4,02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각각 204억원, 171억원, 234억원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때 주력사업이었던 오픈마켓 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777억원에 4억원 적자를 본 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186억원 매출에 12억원 적자를 내며 빨간불이 켜졌다.
인터파크의 부진은 최근 경쟁업체들의 급성장세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중인 이베이코리아는 2013년 매출액 6,622억원·영업이익 477억원, 2014년 매출액 7,339억원·영업이익 562억원, 2015년 매출액 7,994억원·영업이익 801억원으로 인터파크를 압도했다.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의 경우 2013년 매출액 478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4분기에만 지난해 인터파크 전체 매출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도 지난 2월 SK플래닛과 합병하고 생활플랫폼 사업을 확대하는 등 온라인시장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가 급성장했고, G마켓·옥션·11번가과의 격차도 너무 벌어져서 업계에선 인터파크를 더이상 경쟁업체로 신경쓰지 않는다”며 “인터파크의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은 10%도 안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인터파크는 지난 1996년 6월1일 데이콤에서 근무하던 33살의 이기형(사진) 인터파크 회장이 개설한 국내 첫 인터넷 종합쇼핑몰로, 10년 이상 업계 최선두에 섰던 업체다. 그러나 인터파크는 G마켓을 경쟁업체인 옥션의 이베이에 넘긴 2009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4,600억원의 G마켓 매각대금을 커피프랜차이즈인 디초콜릿커피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 인수, 전자책 사업 추진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적은 곳에 투자했다가 대부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9년 말에는 편의점인 바이더웨이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초과학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회장의 ‘카오스재단’ 활동에 대해서도 과학계와 유통업계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다소 뜬금없다”며 공감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낙마는 재기를 꿈꾸는 인터파크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꼴이 됐다.
이 회장이 사업다각화에만 몰두하는 사이 기업의 근간이었던 온라인 유통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인터파크홀딩스 지배·종속회사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아이마켓코리아(2조6,050억원)의 비중은 71.63%에 달한 반면 인터파크의 비중은 10.41%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이제라도 인터파크가 경쟁업체처럼 서비스 혁신을 앞세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얼마전 모처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쇼핑 챗봇 서비스 ‘톡집사’를 선보였지만 비슷한 기술을 네이버·알리바바·아마존 등도 연구하는 만큼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출범 20주년을 맞아 특별하게 준비한 새 전략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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