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선주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뒤 배 삯을 20~30%가량 깎아야 회사의 회생이 가능한 구조이지만 이미 용선료가 연체되고 있어 협상 분위기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해운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최근 용선료 협상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프레시필즈를 선정했다. 프레시필즈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의 협상에 투입됐던 법률 사무소로, 지난 2014년 용선료 인하 합의를 이끌어낸 곳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협상 타결 여부는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캐나다계 해운사인 ‘시스팬’은 최근 한진해운이 용선료 1,160만달러(약 137억원)를 밀렸다는 사실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밝힌 바 있으며 그리스계 선주사인 ‘나비오스’는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 소속 벌크선을 억류했다가 사흘 만에 풀어주기도 했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미납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액이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자율협약 개시 이후 자금줄이 말라 미납액이 점차 불어날 수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과 같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확실한 ‘사인’이 나와야 외국 선주사들이 진지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