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최근 2년간 대기업 여신을 23조원가량 줄이는 등 하나·외환은행 합병 이후 여신 포트폴리오를 한층 안정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선제적 여신 관리 덕분에 갑자기 불어닥친 기업 구조조정 한파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월 72조원 규모이던 KEB하나은행 대기업 여신잔액이 최근 49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대기업 여신으로 빠져나간 부분은 중기대출 및 가계대출이 메워 전체 자산은 이전과 차이가 없는 반면 수익성은 대폭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대기업 대출보다는 수출입금융에 자주 활용되는 지급보증을 크게 줄여 수익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보증은 수익성이 일반 기업 대출의 10분의1 수준 정도로 알려졌지만 리스크는 일반 대출 못지않아 은행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KEB하나은행 측은 또 몇몇 대기업 중 대출 한도만 높게 설정해놓고 막상 대출을 일으키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이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기업 대출 규모를 줄였다. KEB하나은행 측은 이 같은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 덕분에 하나금융 그룹사 전체적으로 매년 1조2,000억원가량 쌓던 충당금을 올해는 1조원 이내로 쌓아도 충분한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대기업 여신 털어내기는 하나와 외환은행 간 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인 2014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대기업 대출 비중이 30% 내외이던 하나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은 전체의 50% 정도로 여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2배가량 높았다. 특히 2006년 우량 중소기업 고객 확보를 목표로 진행됐던 ‘델타2 프로젝트’의 실패를 교훈 삼아 중소 및 소호 대출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데 주력했다.
다만 이 같은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불구하고 KEB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중 여전히 해운 및 조선업 관련 여신 익스포저가 가장 크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KEB하나은행 측은 올 하반기에도 대기업 여신 비중 줄이기에 힘을 쏟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이날 서울 을지로 본점 강당에서 7일 마무리된 하나·외환은행 간 전산망 통합 완료를 기념한 ‘원 뱅크 뉴스타트’ 선언식을 열어 향후 경영 방향을 공개했다. KEB하나은행은 우선 중복점포 47개를 올해 내 통폐합할 예정이며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추가로 지점을 개설할 방침이다. 또 이번 전산망 통합으로 전산 및 지점 통폐합 관련 비용 절감 외에 물류 통합 등으로 3년간 총 3,00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이날 행사에서 “성공적인 전산통합으로 진정한 원 뱅크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며 “통합 시너지를 본격화하고 영업 경쟁력을 강화해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을 갖춘 진정한 리딩뱅크로서 대한민국 일등을 넘어 글로벌 일류은행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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