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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김의 컬처!걸쳐]"내 나이가 어때서"…흥행 이끄는 꼬마 배우님

감초에서 작품 핵심으로 부상

오디션 경쟁률 수천대 1 치열

귀여움 넘어 연기력으로 승부

아역 관련 보호법 미비 아쉬워

한지붕 세가족 ‘순돌이’(이건주), 순풍산부인과 ‘미달이’(김성은), 집으로 ‘상우’(유승호), 하이킥 ‘빵꾸똥꾸 해리’(진지희)… 그 시절, 당신이 좋아한 꼬마 배우는 누구인가. 작품 속 캐릭터의 이름으로 기억되던 아역들이 감초를 넘어 흥행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연기 새싹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신들린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왼쪽부터)영화 ‘집으로’의 유승호,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진지희, 영화 ‘곡성’의 김환희/사진=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 MBC




■감초 아닌 주역

(김) 요즘 아역 연기는 감초 운운해선 안 될 수준이야. ‘곡성’의 김환희(효진 역·14)가 대표적이지. 악령에 빙의되는 강렬한 연기와 ‘뭣이 중헌디’라는 올해 최고 유행어를 남겼잖아. ‘우리들(16일 개봉)’이라는 한국영화는 주연이 모두 아역이야. 할리우드 영화 ‘정글북’의 닐 세티(12)도 작품 속 단 한 명의 ‘진짜 사람’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멋지게 해냈어. 개인적으로는 영화 ‘룸’에 나온 ‘제이콥 트렘블레이’(9)라는 캐나다 출신 배우의 연기도 눈여겨보고 있어.

(송) 뮤지컬·연극 무대에서도 아역의 활약이 눈에 띄어. 드라마나 영화처럼 핵심 배역을 맡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뮤지컬 ‘뉴시즈’에서 신문팔이로 나온 레스, ‘레미제라블’의 꼬마 혁명군 가브로쉬 배역이 성인 배우 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지. 윤펠릭스(12)·이태경(10) 군은 두 작품 모두 출연한 대표 뮤지컬 아역이야.

■귀여우면 끝? 오디션 뚫은 명연기

(김) 작품 관계자 조카나 옆집 꼬마가 우연히 캐스팅되곤 했던 때가 있었다지만, 요즘은 거의 오디션을 봐야해. 닐 세티는 미국·영국·뉴질랜드·캐나다 4개국에 걸친 오디션에서 2,000대 1의 경쟁 끝에 모글리로 낙점됐어. ‘우리들’의 최수인도 300대 1을 뚫었고. 기억에 남는 경쟁률은 ‘해리 포터’의 다니엘 레드클리프. 4만 대 1이었어.

(송)뮤지컬 ‘레미제라블’ 작년 한국 공연의 경우 가브로쉬 배역 경쟁률이 8대 1이었대. 무대 공연은 NG나 컷이 없어서 노래·춤·연기를 라이브로 펼칠 담력이 정말 중요한데, 이걸 검증하려고 세 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했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2015-2016 공연에서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혁명군을 돕는 거리의 소년 ‘가브로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이태경/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공부는?

(송) 공연은 대부분 평일 밤 8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결석할 일이 많지는 않아. 애들한텐 아쉬운 건가. 하하. 다만, 연습기간이나 공연 초반에는 콜(집합시간)이 빨라 조퇴하는 때가 종종 있다고 하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형상화한 ‘아마데’를 맡은 곽이안(10) 군은 대구에 사는데, 연습과 공연 있는 날마다 방과 후 엄마와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대.

(김) 영화·드라마 쪽은 촬영 기간을 맞추기 위한 조퇴·결석이 적지 않은 것 같아. 물론 요즘은 촬영 회차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어 예전보단 나아. 아역들도 과거처럼 공부를 아예 등한시하는 경우는 드물고.



연기 경력이 전무한 닐 세티는 영국·미국·뉴질랜드·캐나다 4개국에 걸친 오디션 끝에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모글리’ 역을 꿰찼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코리아


■극한 연기 걱정되는데…

(송) 한창 예민할 시기에 또래와는 다른 환경에 노출되면서 방황하는 경우도 있잖아.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처럼. 요즘엔 어린 배우 관리에 신경을 쓰려고들 하는 편인데, 몇몇 뮤지컬은 아역 전담 스태프를 둬 연기 수업부터 무대 등장·퇴장·의상 교체 등을 도와주고 있어. 연극 ‘게임’은 사람이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에 비속어도 자주 등장했는데, 초등생 배우를 위해 제작사가 공연 중 심리치료를 제공했대.

(김) 영화·드라마 쪽은 그런 게 드물어. 일례로 ‘곡성’의 연관 검색어로 ‘김환희 심리치료’가 나올 정도로 (배우에 대한) 관객의 걱정이 컸지만, 막상 환희 양이 특별한 치료를 받진 않았지. 나홍진 감독에 따르면 촬영 중간중간 환희 어머니가 함께 기도하며 마음을 달래주셨다는데, 이런 개인적인 해결이 관성이 된 것 같아. 수백, 수천 대 1의 경쟁률이 말해주듯 이런 문제에 대해선 이미 각오한 친구들이 많겠지.

■제대로 키우려면

(김) 아역 배우의 활약이 이렇게 많은데 이렇다 할 보호법이 없다는 건 좀 걱정이야. 할리우드는 성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조명 노출에 관한 규제부터 나이에 따른 촬영시간 제한, 수익 배분에 대한 아동 권익 보호 등을 명시한 법이 있지. 우리도 속칭 밤샘촬영 금지법은 있지만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송) 무대 공연은 아이들이 전면에 나설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워. 마틸다·애니·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해외에선 아역 주연의 뮤지컬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배우 중심의 작품이 대부분이거든. 목소리가 중요한 장르이니만큼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역의 경력 단절도 있나 봐. 어떤 친구는 개막 직전 변성기가 와서 수개월 준비한 작품에서 하차했어.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거듭나는 게 힘든 것은 TV든 영화든, 무대든 다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송주희·김경미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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